퀀트 투자 세계 1위한 25살 청년...이 종목 매도한 거 후회된다는데

최원석 기자(choi.wonseok@mk.co.kr) 2025. 10. 14.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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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투자 성공 비결이요? S&P500을 사고 한동안 잊고 사는 방법을 추천합니다."

그는 "퀀트 투자는 올해 3월 대회에 참가하면서 시작했다. 저는 주식에 관심있는 평범한 학생일 뿐"이라며 웃었다.

숫자를 중시하는 퀀트 투자이지만, 어떤 데이터를 보고 전략을 세우는 데는 직관이 필요하다.

그는 "국장(한국 주식 시장)은 비합리적이라 퀀트 투자가 안 될 거라는 의견이 많은데, 그런 고정관념을 깨고 싶다"는 포부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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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겸 UNIST 산업공학과 학생
국제 퀀트 챔피언십 정상에 올라
거시경제 고려 분석이 우승 비결
김민겸 UNIST 산업공학과 학생이 제5회 국제 퀀트 챔피언십에서 자신의 투자 전략과 알고리즘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본인 제공]
“주식투자 성공 비결이요? S&P500을 사고 한동안 잊고 사는 방법을 추천합니다.”

수학과 데이터, 숫자로만 승부하는 세계 금융투자 대회에서 첫 한국인 챔피언이 탄생했다. 농구를 좋아하는 스물 다섯 살 평범한 공대생, 김민겸 씨는 투자 고수 중에서도 진짜 선수들만 살아남는다는 ‘퀀트 투자’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UNIST 산업공학과에 재학 중인 김 씨는 “퀀트 투자는 천재들의 분야라는 인식이 있는데, 평범한 내가 우승해 멋쩍다”고 말했다. 김 씨가 우승한 대회는 미국 글로벌 자산운용사 ‘월드퀀트’가 주최한 제5회 국제 퀀트 챔피언십이다. 142개국 8만여 명이 참가했는데 김 씨는 콜럼비아대, 인도공과대, 옥스퍼드대 등 세계 명문대 학생들을 모두 제쳤다.

놀라운 것은 김 씨가 퀀트 투자를 공부한 지 갓 반 년이 지난 초보라는 점이다. 그는 “퀀트 투자는 올해 3월 대회에 참가하면서 시작했다. 저는 주식에 관심있는 평범한 학생일 뿐”이라며 웃었다.

퀀트 투자는 정량화된 데이터를 가지고 전략과 알고리즘을 만들어 투자하는 방법이다. 막연한 감이나 인맥으로 얻은 정보로 투자하는 게 아니라, 오직 숫자로만 승부한다.

주가의 변동, 기업의 재무제표에 적힌 숫자들로 무엇을 언제 사고 팔 지 결정하는 알고리즘을 만드는 게 핵심이다. 알고리즘을 만든 다음에는 사람이 개입할 여지는 없다.

첫 주식 투자는 여느 대학생처럼 평범했다. 김 씨는 4년 전 군대에 있을 때 모은 용돈으로 조금씩 투자를 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초심자의 행운이 있었다. 훈련 받느라 잊고 있었던 주식들이 모두 30~40%가 올랐다.

김 씨는 “두자릿수 수익에 들떠서 많이 팔았는데 나중에 땅을 치고 후회했다. 지금 기준으로 800% 가까이 오른 엔비디아도 있었다”고 말했다.

학구열이 불타올랐다. 체계적으로 주식을 공부해야겠다고 결심했다. 수익 여부를 떠나 확실한 근거를 갖고 투자하고 싶었다. 스포츠 과학처럼 숫자로 분석하는 걸 좋아했던 그는 주식시장도 숫자로 분석할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 각종 자료를 찾아보기 시작했고, 복학 이후에는 학교에서 열리는 ‘알고리즘 트레이딩’ 수업도 들었다.

그가 참가한 국제퀀트 챔피언십은 참가자들이 퀀트 알고리즘으로 만든 포트폴리오의 수익률, 샤프 지수, 거래량 회전율을 평가한다. 김 씨의 알고리즘은 미국 주식 시장에서 15.39% 수익률을 냈다. 높은 수익률이긴 하지만, 참가자 중 김 씨보다 높은 수익률을 낸 사람은 더 많았다.

우승 비결은 거시경제를 보는 안목이었다. 다른 참가자들은 알고리즘과 수학 모델의 완성도에 집중하는 반면, 김 씨는 기준금리 변동처럼 거시경제의 움직임을 분석했다. 저금리 상황에 필요한 전략과 고금리 상황에 필요한 전략을 따로 세우고 조합했다. 심사위원들은 김 씨의 알고리즘이 더 투자 현실에 적합한 모델이라고 평가했다.

숫자를 중시하는 퀀트 투자이지만, 어떤 데이터를 보고 전략을 세우는 데는 직관이 필요하다. 퀀트를 공부하면서 생긴 직관은 김 씨의 개인 투자에도 도움이 됐다. 김 씨의 개인 투자 수익률은 연평균 30%다.

비결을 묻는 질문에 김 씨는 “유튜브를 보면 개별 종목에만 너무 집중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거시 경제가 돌아가는 걸 보는 게 더 중요하다”고 했다. 평범한 투자자들에게 S&P500 적립 투자를 권하는 이유다.

그의 목표는 한국에 퀀트 투자를 널리 알리는 것이다. 김 씨는 “제가 공부할 때 국내 자료가 없어 해외 자료를 뒤져야 했다. 조만간 퀀트 투자를 소개하는 SNS 페이지도 개설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장(한국 주식 시장)은 비합리적이라 퀀트 투자가 안 될 거라는 의견이 많은데, 그런 고정관념을 깨고 싶다”는 포부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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