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 올라탄 키링… 내가 아직도 '애들 장난감'으로 보여?

조서영 기자 2025. 10. 14.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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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쿠프 넘버링
K-팝과 인형 키링의 함수 1편
가방에 인형 다는 MZ세대 유행
K-팝 산업에서도 열풍 불어
아이돌들 직접 캐릭터 디자인해
관련 매출로 엔터사 체질 개선

# 가방에 달고 다니는 인형과 키링. 아이들 장난감처럼 보이는 물건들이 K-팝 산업의 새로운 먹거리로 떠올랐습니다. 엔터사들은 소속 아티스트가 직접 디자인한 캐릭터를 기반으로 다양한 지식재산권(IP) 사업을 이어나가고 있는데,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높습니다.

# 과연 이 유행은 어디까지 뻗을 수 있을까요? 또 한계와 문제점은 무엇일까요? 더스쿠프가 두편에 걸쳐 이 이야기를 해봤습니다.

캐릭터를 기반으로 출시하는 인형 굿즈가 K-팝 팬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사진 | 더스쿠프 포토]

9월 29일 저녁 홍대입구역. 거리를 빽빽하게 채운 사람들의 가방에 한결같이 알록달록한 색의 인형들이 매달려 있습니다. 나만의 스타일로 꾸민 가방은 그 많은 사람들 속에서 존재감을 뿜어냅니다.

그 인형은 요즘 Z세대에서 유행하는 '인형 키링'입니다. 포켓몬이나 산리오 같은 캐릭터 인형, 공예용 철사로 직접 만드는 모루 인형 등 각자의 개성이 담긴 인형으로 가방을 꾸미는 겁니다.

홍대·성수 등 '핫플레이스'엔 인형 키링을 파는 오프라인 매장도 많습니다. 홍대입구역 사거리에 위치한 '라인프렌즈 스퀘어' 매장에 직접 들어가 봤습니다. 가방에 다양한 키링을 단 학생들과 외국인 관광객들이 이곳을 꽉 채우고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인형 키링'은 단순한 유행일까요? 아닙니다. 흥미롭게도 '인형 키링'의 인기엔 K-팝 산업의 방향성이 깔려 있습니다. 요즘 엔터테인먼트 업체들은 캐릭터 기반의 굿즈 사업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습니다.

그룹 BTS가 출시한 캐릭터 브랜드 'BT21'이 대표적입니다. 엔시티위시의 '위시돌', 트레저의 '트루즈', 세븐틴의 '미니틴'도 같은 유형입니다. 모두 아이돌 멤버들이 직접 디자인한 캐릭터여서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냅니다. 팬들에겐 특별한 의미를 선물할 테니까요.

■ 얼마나 벌기에… = 그렇다면 엔터사들은 이런 캐릭터로 얼마나 벌기에 아이돌 멤버까지 줄줄이 내세우는 걸까요? 뻔한 답이지만 그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캐릭터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한 인형·배지·키링 등 굿즈 사업은 수익이 쏠쏠합니다.

지난 2분기 SM엔터테인먼트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9.3% 늘어난 3029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247억원에서 476억원으로 92.4% 증가했죠. 여기엔 MD(굿즈·Merchandise) 및 라이선싱 사업의 역할이 한몫 톡톡히 했습니다. 이 사업의 2분기 매출은 639억원을 기록했는데, 증가율(전년 동기 대비)은 무려 39.6%에 달했습니다.

방송·광고·행사 출연 매출 232억원보다 2.7배나 많은 수치이니, 엔터사들이 캐릭터 사업에 힘을 쏟지 않을 이유가 없을 겁니다. SM엔터 측은 "기획 MD의 판매 호조가 2분기 매출 성장에 영향을 미쳤다"며 "특히 그룹 라이즈의 캐릭터 팝업과 엔시티위시의 전시 팝업의 성과가 돋보였다"고 말했습니다.

[사진 | 더스쿠프 포토]

그럼 SM엔터가 특별한 경우일까요? 그럴리가요. 엔터사 하이브도 캐릭터 사업을 기반으로 매출 성장을 이뤘습니다. 지난 2분기 하이브는 MD 및 라이선싱 부문에서 매출 1529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전년 동기 1091억원에서 40.2% 늘어난 수치입니다. 하이브 관계자는 "아티스트 투어 활동에 따른 투어 MD와 응원봉, 그리고 IP 기반 캐릭터 상품 판매가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말했습니다.

■ 새로운 먹거리의 등장 = 업계에선 캐릭터 기반의 신규 매출로 엔터사들이 '체질개선'에 성공했다고 평가합니다. 한때 K-팝은 "성장이 멈춘 게 아니냐"는 시선을 받았습니다. 실적이 몇몇의 주력 아티스트에 의존했기 때문인데, 실제로 인기 아티스트의 공백기엔 매출이 고꾸라지는 현상이 마치 관행적으로 발생했습니다.

BTS가 멤버들의 군 복무를 이유로 공백기에 들어갔을 때 하이브의 영업이익이 급감한 건 이를 잘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블랙핑크 멤버들이 각자 활동을 이어갈 계획을 밝히자 증권사에서 YG엔터의 목표주가를 일제히 하향한 일도 있었죠.

이런 측면에서 아티스트가 직접 활동하지 않아도 수익을 낼 수 있는 캐릭터 사업은 엔터사 입장에서 새로운 먹거리임에 틀림없습니다. 박수영 한화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MD는 일상생활에서 활용할 수 있어 팬덤 소비가 일회적이거나 단기적으로 끝날 가능성이 비교적 낮다"고 말했습니다.

김규연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는 "(SM엔터는) 지난 1분기 주요 아티스트의 신보 발매가 없었음에도 MD 및 라이선싱 사업부문을 통해 394억원의 매출을 올렸다"며 다음과 같이 평가했습니다. "음원과 MD 등 매출의 안정적인 기반이 되는 사업부가 성장했다는 건 긍정적으로 볼 수 있는 요인이다. 외부 캐릭터와의 컬래버레이션 등 다양한 방식으로 캐릭터 IP를 활용해 안정적인 매출 기반을 마련했다."

■ 오래갈 수 있을까 = 관건은 엔터사의 '캐릭터 사업'이 얼마나 지속 가능하느냐입니다. 증권가는 장밋빛 미래를 전망합니다. 김유혁 IBK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SM엔터의 목표주가를 17만원에서 19만원으로 올리며 이렇게 분석했습니다. "전반적인 매출 성장세는 당분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들어 집중 출시한 캐릭터 IP가 상시 매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 이번에 확인됐다."

국내 대표 엔터사들이 올해 팝업스토어를 통해 캐릭터 IP 확대에 나선 것도 실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하이브는 올 1월부터 보이넥스트도어 캐릭터 '쁘넥도', 투모로우바이투게더 '뿔바투', 세븐틴의 캐릭터 '미니틴' 등 다양한 팝업을 선보였습니다. 지난 7월 더현대서울에선 미니틴 캐릭터 상품을 판매하는 팝업스토어를 열었는데, 13일간 누적 방문객이 1만3000명을 넘어서기도 했죠.

엔터사들은 아티스트가 직접 디자인한 캐릭터를 활용해 키링, 배지 등 다양한 종류의 상품을 출시한다.[사진 | SM엔터, 하이브 제공] 

SM엔터는 지난 2월 인기 캐릭터 '캐치! 티니핑'의 제작사 SAMG엔터테인먼트와 업무협약(MOU)을 맺었습니다. 목표는 티니핑과 자사 신인 걸그룹 '하츠투하츠'를 활용해 차별화한 콘텐츠를 공개하겠다는 겁니다.

SM엔터 관계자는 "단순한 캐릭터 라이선싱을 넘어 새로운 형태의 콘텐츠와 캐릭터 상품을 제공할 예정"이라며 "티니핑과 하츠투하츠의 타깃 연령층을 자연스럽게 확대할 수 있는 제휴"라고 말했습니다.

그렇다면 엔터사의 새로운 성장엔진으로 떠오른 캐릭터 사업은 긍정적인 효과만 창출할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캐릭터 사업의 밑단엔 엔터사의 '탐욕'도 깔려 있습니다. 이 문제는 'K-팝과 인형 키링의 함수' 2편에서 살펴보겠습니다.

조서영 더스쿠프 기자
syvho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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