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조 캐나다 잠수함’ 韓-獨 ‘리턴매치’

고은결 2025. 10. 14.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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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총리, 10월 말 거제조선소 방문
‘잠수함 분야 스승’ 독일과 다시 맞붙어
빠르면 연말 우협대상자 선정할 수도
韓기술·납기 우위에도 ‘나토 연대’ 변수
60조원 규모의 캐나다 잠수함 사업을 놓고 한국과 독일이 10여년만에 다시 맞붙는다. 사진은 장보고 III Batch-2 잠수함 [한화오션 제공]

60조원 규모의 캐나다 잠수함 사업에서 한국과 독일이 다시 맞붙는다. 독일로부터 기술을 배워 출발했던 한국은 2011년 인도네시아 사업에서 독일을 제치고 첫 잠수함 수출에 성공한 바 있다. 이번에는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이 힘을 합친 ‘원팀’이 독일 최대 조선 그룹인 티센크루프마린시스템(TKMS)과 정면승부를 벌이며, 한국 방산의 위상을 가늠할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10월 말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차 방한하는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가 한화오션 거제 조선소를 방문할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 ‘원팀’은 8월 캐나다 잠수함 조달사업(CPSP)의 최종 숏리스트(적격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원팀은 한화오션이 잠수함 사업의 주 계약사로 나서고, HD현대중공업이 지원하는 방식이다.

캐나다는 1998년 영국 해군으로부터 도입한 2400톤급 빅토리아급 잠수함 4척을 대체하기 위해 3000톤급 디젤 잠수함 12척을 새로 도입하는 사업을 추진 중이다. 사업 규모만 최대 60조원에 달하며, 납품 이후에도 20~30년간 이어질 유지·보수·정비(MRO)까지 포함해 파급력이 크다. 캐나다 정부가 별도의 제안요청서(RFP) 절차 없이 숏리스트를 발표함에 따라, 이르면 올해 말 혹은 내년 초에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에 따라 캐나다 총리의 방문 일정은 최종 선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계기로 평가된다. 지난달 30일에는 주한 캐나다 대사가 HD현대중공업의 울산 본사·조선소를 방문해 CPSP 프로젝트 수행 역량을 점검하기도 했다.

▶현존 디젤잠수함 중 최고성능 모델 제안=이번 사업의 경쟁 상대는 독일 티센크루프마린시스템(TKMS)으로 압축됐다. 소수의 방산 선진국만 독점하던 잠수함 시장에서, 유럽 방산 강자들을 제치고 독일과 어깨를 나란히 한 셈이다.

이런 가운데 한화오션은 현존 디젤잠수함 가운데 최고 성능으로 평가받는 3000톤급 ‘장보고-Ⅲ 배치-Ⅱ’ 모델을 제안했다. 이 잠수함은 공기불요추진장치(AIP)와 리튬이온 배터리를 탑재해 3주 이상 수중 작전이 가능하며, 최대 7000해리(약 1만2900㎞)를 항해할 수 있다. 한화오션 측은 내년 계약 체결 시 2035년까지 4척 인도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초현대화한 조선소, 안정적인 생산 능력으로 현실적 대안으로 부각된다.

업계에선 성능과 납기 측면에서 한국이 압도적이라는 평가가 많으며,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이 물량을 나눠 건조하면 캐나다가 요구하는 일정도 충분히 맞출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캐나다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이라는 점은 변수다. 유럽과의 정치·외교적 연계가 강한 캐나다가 동맹국인 독일 업체를 선택할 가능성이 거론되기 때문이다. 나토 회원국 중 한국 잠수함을 운용한 국가는 아직 없다. 또 TKMS는 독일·노르웨이 등 나토 회원국에 잠수함을 다수 공급하며 축적한 운용 레퍼런스와 연합작전 상호운용성을 보유하고 있다.

▶기술 배운 독일과 격돌…K-방산 전체로 봐도 ‘설욕전’=이번 경쟁이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는 한국과 독일 조선업계 간 ‘리턴매치’ 성격 때문이다. 한화오션의 전신인 대우조선해양은 1980년대 초반에 독일의 하데베(HDW) 조선소에 유학생을 보내 잠수정 기술을 어깨 너머로 배워왔다. 이 때 배운 기술로 1987년 대한민국 해군으로부터 1200톤급 잠수함 1번함 ‘장보고함’을 수주했고, 2000년대까지 국내 잠수함 사업을 독주했다. HDW는 2000년대에 티센크루프에 인수·합병돼 현재는 TKMS 소속이다. 이번 수주전은 과거의 스승과 제자의 맞대결이기도 한 셈이다.

양국 조선소는 2011년 인도네시아 정부의 잠수함 사업에서 본격적으로 경쟁한 바 있다. 당시 대우조선해양은 독일 HDW를 제치고 1400톤급 잠수함 3척 수출 계약을 따내며 한국 최초의 잠수함 수출에 성공했다. 이어 2019년에도 3척을 추가 수주했지만, 인도네시아 측의 계약 이행 문제로 사업이 지연됐다. 그 이후 잠수함 분야에서는 별다른 수출 성과가 없어, 이번 사업은 사실상 10여년 만의 최대 시험대다.

또 한국은 최근 유럽 전차 시장에서 독일에 밀린 경험도 있어, K-방산 전체로 봐도 ‘설욕전’ 격이라는 관측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정치·외교 변수까지 고려하면 단순 성능 경쟁을 넘어서는 국가전”이라고 했다. 고은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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