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명물 ‘빨간 2층 버스’도 중국산... 中 전기차 공세에 흔들리는 유럽

런던/김효인 특파원 2025. 10. 14. 10:53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영국 런던의 차고지에 중국 전기차 업체 BYD(비야디)가 생산한 빨간색 2층 전기 버스들이 세워져 있다. /BYD

영국 런던의 한 버스 정류장. 소리 없이 들어선 빨간색 2층 버스의 옆면에는 ‘나는 전기 버스입니다(I am an electric bus)’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전면에 붙은 엠블럼 ‘BYD’는 중국의 전기차 업체 비야디(BYD)의 차량임을 나타냈다. 뒤이어 지나가는 식료품점 테스코의 배달 차량에는 ‘탄소 배출 제로(zero·0)’라는 문구와 함께 중국의 상용차 브랜드 맥서스(Maxus)의 세모꼴 엠블럼이 붙어 있다.

자동차 산업 강국이 밀집한 유럽도 중국산 전기차 공세에 맥을 추지 못하고 있다. 영국은 중국 내수를 제외하면 BYD 차량이 가장 많이 팔리는 시장으로 등극했고, 독일의 만(MAN), 메르세데스 벤츠 등 현지 기업들이 높은 지배력을 보여온 상용차 시장에서도 중국 기업의 점유율이 확대 중이다.

◇영국, BYD 최대 해외 시장 등극

BYD는 지난 9월 영국 내 신차 판매량이 1만1271대를 기록해 작년 동기 대비 880% 증가했다고 최근 밝혔다. 올해 누적 판매량은 3만5000대를 넘어서 중국 내수 시장을 제외하면 BYD 차량이 가장 많이 판매되는 시장이 됐다. 지난달 BYD의 영국 자동차 시장 점유율은 3.6%로, 작년 같은 기간(0.42%)에 비해 대폭 상승했다.

영국은 지난 7월 전기차 확산을 위해 보조금 제도를 다시 도입했지만, 중국산 전기차는 혜택에서 제외했다. 표면상 중국산 전기차는 제조 공정에서 탄소 배출량이 많다는 이유를 들었지만 자국 업체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는 분석이 뒤따랐다. 그러나 보조금이 없어도 영국에서는 중국산 전기차의 가격이 상대적으로 낮다. BBC는 “영국은 EU, 미국 등 다른 주요 시장과 달리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별도의 관세를 부과하지 않아 BYD와 같은 기업들에 매력적인 시장”이라고 설명했다.

TESCO 전기 배달 차량

◇中, 전기 버스·트럭도 공세

미국의 에너지 전문 매체 클린 테크니카는 BYD가 유럽에서 전기 버스의 성공적인 안착을 발판 삼아 산업용 차량 분야에서도 점유율을 확대하는 중이라고 최근 보도했다. BYD는 2025년 상반기 유럽에서 신규 차량 등록 대수가 7만대를 넘어서며 전년 동기 대비 311% 성장세를 보였다.

9월 기준 영국 런던을 비롯해 이탈리아 밀라노,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스페인 마드리드, 헝가리 부다페스트 등에서 BYD의 전기 버스가 운행 중이다. 유럽에서는 독일 기업 이외에도 폴란드의 솔라리스 등이 상업용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지만, 확대되는 수요를 발판으로 중국 전기차가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전기 화물 트럭 분야에서도 중국 기업의 지배력이 확대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에서 판매된 전기 화물 트럭 9만대 중 80%를 중국 자동차 제조사가 차지했다. 영국의 대표적인 유통 기업 테스코는 2020년 도심 배달용 소형 트럭의 전기화를 선언하며 유럽의 전기 트럭 스타트업 볼타트럭과 협업을 발표했지만, 지난 6월 도입된 1000번째 전기 트럭은 중국 상하이자동차 산하의 맥서스가 제작했다. 또 다른 유통 기업 세인즈버리 또한 맥서스와 협업해 전기 배달 차량을 도입 중이다.

◇유럽 車 업계, ‘내연차 판매 금지’ 갈등

유럽 자동차 업계는 정부가 나서 정책적으로 중국의 공세를 막아야 한다고 요구한다. 그러나 2035년으로 예정된 내연 차량 판매 금지 정책을 두고는 업계 내에서도 상반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올 상반기 EU의 신규 전기 트럭 등록 비율은 3.6%로 93.6%를 차지한 디젤 트럭과 여전히 큰 격차를 보였다. 반면 중국은 최근 2년 만에 전기 트럭 보급률을 4%에서 24%까지 끌어올렸다.

유럽 전기차 업계 150여 사 최고경영자(CEO)들은 지난달 서한을 통해 EU에 2035년까지 승용차와 소형 상업용 차량(밴)의 탄소 배출 제로 목표를 고수할 것을 촉구했다. 지난 8월 유럽 자동차 제조 업체 및 자동차 부품 공급 업체 협회 수장들이 ‘2035년까지 100% 온실가스 감축은 불가능하다’는 내용의 서한을 보낸 것에 대한 반박 차원이다.

이 같은 갈등 속에 EU 집행부는 승용차 및 밴에 대한 2035년 탄소 중립 목표 검토 시한을 2026년에서 올해 말로 앞당기기로 했다고 지난달 밝혔다. 지난 10일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가 자동차 업계 임원들과 회동한 후 기자회견에서 ‘2035년 내연차 금지’ 목표에 대해 “단호한 단절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히면서 목표치 완화 가능성이 점쳐진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