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능 배우' 안은진이 마음만 먹으면 '다 이루어질지니'
아이즈 ize 이설(칼럼니스트)

넷플릭스 새 시리즈 '다 이루어질지니'가 높은 이름값 만큼이나 화제를 모으며 시청자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일부는 신선한 시도가 돋보이는 로맨틱 코미디라며 높은 점수를 주는 반면, 일부는 그건 코미디가 아니라 유치하고 가벼운 말장난이라며 점수를 야박하게 주고 있다. 추석 연휴의 시작이던 지난 3일 야심차게 공개돼 하루 만에 넷플릭스 '오늘 대한민국의 톱10 시리즈' 정상에 등극했지만 지난 열흘간의 시청자 반응은 여전히 '호불호'가 팽팽하게 엇갈리고 있다.
'다 이루어질지니'는 흥행 보증수표나 다름없는 김은숙 작가의 차기작이라는 측면에서 공개 전부터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더 글로리'의 빅 히트 이후 3년 만의 컴백작이고, 게다가 남녀 주인공이 최근 가장 핫한 김우빈과 수지라는 점에서 기대감이 컸다.
시리즈에 환호하는 시청자들은 여느 드라마에선 결코 볼 수 없었던 소재와 이질적인 남녀 주인공이 빚어내는 대사의 '티키타카'에 호감을 드러내고 있다. '다 이루어질지니'는 983년 만에 깨어난 램프의 정령 지니(김우빈)가 감정이 결여된 사이코패스적 성격의 인물 가영(수지)을 만난 후 세 가지 소원을 들어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런데 램프의 정령도, 사이코패스적 여주인공도 도무지 상상할 수 없었던 캐릭터들이다. 하물며 이들이 천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전생으로 얽히고설킨 관계라는 점에서 복선과 결과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펼쳐진다.
반면, 냉담한 시청자들은 아무리 판타지라지만, 개연성에 있어서 억지스럽고 유치하다고 비판한다. 지니의 말과 행동이 산만하고, 감정이 없던 가영이 사랑과 연민의 마음을 깨달으며 변하는 과정이 작위적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 모든 온·냉탕의 반응 속에서도 모두가 익히 공감하고 인정하는 인물들이 있다. 바로 '초특급' 조연들이다. 램프의 여자 정령 지니야로 등장하는 송혜교, 소원을 빌어 사람이 된 강아지인 다니엘 헤니, 그리고 80대 할머니에서 20대 매력적인 여성으로 다시 태어난 안은진이다.
송혜교의 등장 신은 정말 화려하고 몽환적이다. 봉인된 과거를 풀기 위해 지니와 함께 두바이로 건너간 가영이 벽에 있는 램프를 쓰다듬자 파란형광색의 나비 떼가 모여들면서 송혜교가 지니야로 깜짝 등장한다. 짙은 아이라인에 파란색 아라비아 의상 차림의 송혜교는 진짜 요정 같은 매력을 뿜는다. 더구나 등장하는 장면에서의 대사는 '빵'하고 웃음을 터뜨리게 한다. 지니야의 송혜교를 보고 가영이 "어, 송혜교?"라고 말하자, 송혜교가 "(내가) 유명한 얼굴이니? 넷플릭스에서 제일 마음에 드는 니네 쪽 얼굴 골라와 본 건데"라며 시큰둥하게 답하는 대목에서다.
또 한 명의 특급 조연인 다니엘 헤니는 심지어 개로 등장한다. 지니에게 소원을 빌어 사람, 그것도 돈이 많은 사람이 된 인물이다. 하지만 개의 본성을 버리지 못해 수시로 코를 찡그리며 "으르렁"대고, 길을 지나가다가 전봇대를 향해 한쪽 다리를 들어 올린다. 전형적인 클리셰이지만 정말 '개 같아서' 고개가 끄덕여진다.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반짝반짝 빛나는 특급 조연은 안은진이다. 안은진은 도대체 언제 등장하나 싶다가 5회에서 불쑥 얼굴을 내민다. 자신의 할머니 오판금을 젊게 만들어 달라는 가영의 두 번째 소원 이후 깜짝 등장한다. 깊은 주름에 백발의 파마머리였던 할머니 오판금은 가영만큼이나 젊고 아름다운 이미주(안은진)로 변신한다.
이후 폭발하는 안은진의 매력은, 총 13부 중 집중력이 떨어질 때쯤인 5회 이후 이 작품에 대한 시청자들의 눈길을 단단히 붙잡는 데 큰 역할을 한다.
이미주는 오판금과 너무 닮았지만 또 아주 다르다. 오판금처럼 구수한 경상도 사투리를 쓰고, 손녀인 가영에게 변함없는 헌신적 사랑을 보여주지만 때론 20대로 돌아간 흥분을 감추지 못한다. 백화점에 가서 명품을 쇼핑하고, 예쁜 투피스를 차려입고 카페에서 친구와 수다를 떨며 달콤한 차를 즐긴다. 전작 '연인'에서 자신의 삶을 적극적으로 개척해가는 조선시대 여성을 차분하게 연기했던 것과는 180도 다른 선택이고 도전이다. 행여나 자신의 이미지가 망가질 것을 걱정하는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아울러 영화 '수상한 그녀'(2014)의 심은경이 자연스럽게 포개진다. 80대 할머니(나문희)에서 하루아침에 20대 처녀로 돌아가게 된 심은경. 그는 능청스러운 말투와 몸짓, 익살스러운 표정과 대사로 관객의 배꼽을 잡게 했다. 안은진은 이보다 좀더 폭을 넓힌 듯하다. 코미디는 물론 뜨거운 눈물 연기로 작품에 진정성을 불어넣는다. 할머니가 사이코패스 가영이 사고를 치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유일한 버팀목이자 안식처인 이유와 같다.
'다 이루어질지니'는 호불호의 논란 속에서도 '끝까지 봐야 할' 콘텐츠로 불리고 있다. 램프의 정령과 사이코패스의 사랑이라는 낯선 세계관을 그리는데 중반 이후엔 깔아두었던 복선이 해결되며 이야기의 완성도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즉, 지니와 가영의 로맨스가 주축이지만 이면에는 가영과 할머니의 가족사, 가영이 사는 마을의 공동체 의식, 3가지 소원이라는 판타지 앞에 선 인간의 선과 악을 두루 짚는다. 김은숙 작가는 "끝내 좋은 선택을 하며 살아가는 인간의 선한 본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면서 "그 선택을 좀 더 옳은 방향으로 이끄는 건 사람과 사람 사이의 사랑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설(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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