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경영지원본부 칼럼] 결정적 순간, 리더의 행동

30여명이 근무하는 자동차 자동제어시스템 개발 회사의 이야기이다. 대학교에서 벤처 기업으로 출발해 모기업의 과감한 투자로 성장을 이끌고 있지만, 아직 매출 수준은 미미하다. CEO가 선진 학회와 세미나에 참석하여 회사의 기술을 알리고, 이 분야 전문가로서 명성을 얻어가던 중 급성 폐렴으로 사망했다.
CEO 의존도가 너무 높았던 회사였다. 모기업에서는 CEO의 사망과 동시에 새로운 CEO를 선임하여 사업을 이어가게 하였다. 이전 CEO는 큰 방향을 제시하고, 자율적 분위기 속에서 각 팀에서 프로젝트를 제안하여 실행해 가도록 경영을 했다. 하지만, 새 CEO는 철저한 목표에 의한 관리 스타일이다. 이전 조직에서 목표를 도전적이고 구체적으로 수립하여 매주 목표에 대한 실적과 계획을 보고 받아왔다.
새로운 CEO가 지시내린 사항은 3가지였다.
‘3년 후 조직의 바람직한 모습, 현 위치, 3개년 로드맵을 1달 안에 작성하여 개별 보고를 하라.’였다.
새로 부임한 CEO가 1개월 동안 본부장 2명, 팀장 4명의 보고를 받은 이후 , 내린 결론은 구조조정이다.
현 인력으로는 자동차 자동제어시스템 개발이 불가능하다는 판단이었다.
본부장은 자신이 담당하는 조직이 어느 수준이며, 무슨 일을 하고 있고,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하는가를 전혀 모르고 있었다. 이들이 왜 본부장인가 의심스러울 정도로 사업 이해, 성공 핵심 요소, 현위치를 알지 못한다. 더 심각한 것은 소속 팀장과 갈등이다. 팀장들이 본부장을 신뢰하지 않는다. 사업에 대한 전문성도 없고 방임적인 자세를 취하다가 새로운 CEO가 오니까 일하는 척한다. 자신이 보고한 내용을 직원들에게 알려주지 않고, 매일 무슨 일을 하는지 보고하라고 하니까 화가나 있는 상황이다.
팀장들은 전문성이 있으나, 현재 경쟁사의 수준이며, 모방할 수 없는 경쟁력은 찾아볼 수 없었다. 연구조직의 연구원들이 연구 계획서 작성도 하지 못하는 상황으로, 이 회사에 투자하는 것은 밑 빠진 항아리에 물 붓는 모습이었다.
CEO는 모기업 회장에게 현황 보고와 대폭 구조 조정을 보고하였다.
회장은 자세한 현황 보고를 받고 3년 동안 투자한 것을 후회하게 되었다. 회장은 잡음 없이 신속한 구조조정을 하고 장기적으로는 외부 매각 또는 직장 폐쇄를 지시하였다.
CEO의 구조조정 발표에 직책자의 행동
CEO는 2명의 본부장을 불렀다. 회장의 구조조정 지시를 이야기하며 각자 생각하는 구조조정 안을 다음 주까지 가져오라고 했다. 본부장 중의 한 명이 몇 % 구조조정을 하느냐 질문한다. CEO는 % 가 중요한 것이 아닌 경쟁력 있는 회사를 만들기 위해 생존 차원의 절박함을 담으라고 했다.
A본부장의 구조조정 안은 한 개의 본부로 가져가며, 2개 팀과 간접인력의 50%를 구조 조정하는 안이었다. 조정된 조직의 역할과 인력이 남은 조직에 인계하는 내용은 없다. 간접인력은 전부 고참이 남아 업무를 수행하는 안이었다.
B본부장의 안 역시 1개 본부로 가는 내용이었다. 차이가 있다면, 두 본부의 핵심 기능 중심으로 3개 팀을 가져가고, 인력도 핵심 인력 중심으로 재편되었다. 간접 인력의 경우, 회계와 인사 직무만 남기고 전부 조정하는 안이었다.
두 본부장은 구조 조정 안을 작성하면서 소속 팀장들과 전혀 소통을 하지 않았다.
CEO는 팀장 4명을 각자 만나 구조조정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지금 현 상황으로 생존은 어렵다는 것이 공통 의견이었고, 핵심 조직과 인력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였다. 개인 의견을 버리고 전사적 차원에서 고민하고 이야기하자 요청하고 1주일 후 직책자 워크숍을 외부에서 진행하기로 했다.
CEO는 두 개의 안을 준비하였다.
1안은 핵심 조직과 인력을 남기고 70% 수준의 구조조정을 실시하는 안이었다.
2안은 회사 전체를 매각하는 안이었다.
워크숍의 주제는 생존이었고, 생존을 위한 비전과 전략, 핵심 과제를 선정하는 내용이었다.
워크숍은 2조로 나누되, 본부장이 발표하는 것으로 했다.
워크숍 발표 시, 본부장은 이전에 개별 발표한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상대 발표를 듣던 타 본부장과 팀장은 분개하여 고함을 지른다.
CEO는 향후 모기업의 지원은 없고, 알아서 생존해야 한다며, 이렇게 현황을 파악하지 못하고 개인 이기에 사로잡힌 조직은 처음 본다고 질책했다. 남은 시간 최종 결정을 하고 월요일 아침 경영회의에서 결론을 가지고 이야기하자 말하고 세미나장을 떠났다.
결정적 순간, 리더는 어떤 행동을 해야 할까?
책임지는 자세가 그 무엇보다 우선되어야 한다. 리더는 방향을 제시하고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 전제는 회사가 지속 성장하는데 있고, 조직과 구성원이 강해야 한다. 자신이 해야 할 역할과 결정에 책임을 져야 한다. 회사가 더 이상 생존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가장 먼저 리더는 개인의 입장을 뒤로하고, 생존을 위한 절박한 대책을 마련하고 책임을 져야 한다. 냉정해야 한다. 떠나는 순간, 남아있는 사람들에게 미안함과 기대를 가질 수 있어야 한다. 자신이 살아남기 위해 본질과 핵심을 보지 못하거나 외면하면, 결국 회사는 망하고 남는 것은 하나도 없게 된다.
먼 훗날 우연히 길에서 만났을 때, 함께 근무한 직원들로부터 어떤 모습이 되고 싶은가?
[홍석환 매경경영지원본부 칼럼니스트/ 현) 홍석환의 HR 전략 컨설팅 대표/전) 인사혁신처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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