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향민의 춤, 속초사자놀이
[KBS 춘천] [앵커]
지난 추석, 고향에서 정겨운 시간 보내셨는지요.
고향에 못 가는 실향민들의 외로움은 더 사무칠 겁니다.
그래서 속초 아바이마을 주민들은 정월 대보름마다 서로를 위로하고 이웃의 복을 비는 놀이를 함께 했는데요.
이번, 강원유산지도에서 외로움을 공동체 놀이로 승화시킨 '속초사자놀이'를 만나봅니다.
김문영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북녘 바다를 향해 흥겨운 퉁소 가락이 울려 퍼집니다.
악사들이 장구와 징을 신나게 두드리며 길놀이를 시작합니다.
한바탕 춤사위를 뽐낸 꺽쇠는 재치 넘치는 입담을 풀어냅니다.
구수한 함경도 사투립니다.
[꺽쇠 : "아, 실로 좋으매, 아바이 센 게 보통 사람들이 아니매."]
눈길을 사로잡는 화려한 칼춤은 마을의 액운을 쫓아냅니다.
색동저고리를 차려입은 무동은 놀이패 어깨 위에서 한껏 재롱을 부립니다.
하늘 향해 춤추는 아낙들의 넋두리춤까지, 인생의 희로애락이 담겨 있습니다.
연희가 절정으로 다다르자, 익살스러운 얼굴의 사자 무리가 방울을 흔들며 등장합니다.
["백수의 제왕 사자가 들어간다."]
힘차게 갈기를 흔들고, 흥겹게 꼬리도 칩니다.
살아 있는 듯 사자의 용맹한 움직임 그대로.
앞발, 뒷발 호흡은 척척 맞고 몸놀림도 막힘없이 유연합니다.
주민들이 합을 맞춘 '속초사자놀이'입니다.
속초 청호동에 터를 잡은 함경도 출신 피란민들이 고향의 놀이를 함께 재현해 낸 겁니다.
1950년대 시작돼 마당놀이와 길놀이를 결합한 형태로 2, 3세대가 원형을 잇고 있습니다.
[김성하/속초사자놀이보존회장 : "실향민 1세대 분들이 계속 고향을 그리워하면서 했던 놀이 문화를 잊지 말아야 할 것 같아서…. 지금 배우는 사람은 실향민 2, 3세대 그리고 속초 시민들로 구성돼 있고요. 저희가 다음 세대까지 이 문화를 잊히지 않게 이어가는 게 저희 목표입니다."]
함경도 민속문화와 언어 원형을 고스란히 담아 2019년 강원도 무형유산이 됐습니다.
[이영식/강원도 무형유산위원 : "아바이 어마이 이렇게 합니다. 굉장히 친근감이 있죠. 벽사진경이라는 의미가 있다잖아요. 마을마다 집집마다 다니면서 지신밟기 하듯이 다니면서 복을 빌어다 주는 거죠. 악귀를 쫓고."]
다시, 고향에서 한바탕 '대동'의 놀이판을 벌여 보는 게 이들의 바람입니다.
[주동진/실향민 2세 : "통일되면 내 고향 북청에 가서 북청사자 놀이 좀 하고 싶다 그게 소원인데 그 2세인 우리는 뭐 하겠어요. 통일이 되면 아버지가 했던 거…."]
["북쪽으로 가서 한판 노세. 가세!"]
KBS 뉴스 김문영입니다.
김문영 기자 (mykim@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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