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투약 영상 찍던 중국인은 도주…‘대치동 마약테러’ 그놈 [범죄단지 재추적]③

이원희 2025. 10. 14. 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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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는 지난해 8월과 10월, 중국인이 한국인을 납치해 고문 ·감금 후 돈을 뜯어내는 '캄보디아 범죄단지'의 실태를 세상에 알렸습니다. 그로부터 1년 뒤, 20대 한국인 대학생 한 명이 현지 범죄단지에서 살해당했습니다. 더 악랄해진 실태, 연속 보도합니다.


20대 한국인 박 모 씨가 올해 8월 캄보디아에서 사망한 지 두 달이 지났습니다.

조직원들이 박 씨에게 마약을 강제 투약하는 증거를 KBS가 보도한 이후, 더 악랄해진 범죄단지 실태가 드러났습니다. 국내 여론이 들끓었습니다.

범죄단지 조직원에게 강제로 마약을 투약 당하는 故 박OO 씨.


이를 의식한 듯 캄보디아 검찰은 지난 11일 박 씨 사망에 연루된 중국인 3명을 살인 혐의로 구속기소하고, 도주 중인 공범 2명을 추적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찾아보니, 용의자들의 얼굴과 이름은 8월 20일 캄보디아 경찰이 공개한 상태였습니다.

그렇다면 기소된 3명은 박 씨 사망에 어떻게 관여한 걸까. 주범은 누구일까. KBS는 각 피의자의 혐의를 추적했습니다.

결과는 예상과 달랐습니다.

캄보디아 검찰이 박씨 살인 혐의로 기소한 중국인 3명. [출처 : 캄보디아 정부]


붙잡힌 3명은 박 씨 시신이 발견될 당시 주변에 있던 조직원에 불과했습니다. 이 중 2명은 8월 박 씨의 시신이 발견된 검은 차량 안에 탑승하고 있던 사람들이었습니다.

도주한 이들이 '핵심 용의자'에 가까웠습니다.

박 씨의 마약 투약 장면을 촬영한 A 씨, 영상 속 박 씨에게 "더 세게 마셔"라고 말하는 B씨는 현재 행적이 묘연합니다.

두 사람도 중국 국적자입니다.

■ 도주한 주범, 2년 전 '대치동 테러'에도 연루…"캄보디아서 마약 반입"

KBS는 그중에서도 A 씨에게 주목했습니다.

그의 이름은 이미 알려져 있습니다. 취재를 종합한 결과, 2023년 4월, 서울 대치동 학원가에서 '마약 음료'를 뿌리고 도주한 인물과 동일인이었습니다.

당시 범인들은 길 가던 고등학생들에게 필로폰이 섞인 우유를 '집중력 강화 음료'로 속여 마시게 하고, 부모에게 연락해 '자녀의 마약 투약 사실을 경찰에 알리겠다'고 협박, 돈을 뜯어내려 했습니다.

미성년자들에게 마약을 몰래 먹이는 대낮 테러, 취재하던 기자도 경악할 수법이었습니다.

2023년 4월 ‘대치동 마약 테러’에 사용된 음료. 범인들은 ‘집중력 강화 음료’ 시음회를 가장해 우유에 필로폰을 섞은 액체를 불특정 학생들에게 마시게 하고 부모를 협박했다.


A씨는 정체불명 음료에 섞을 필로폰을 캄보디아에서 반입하는 과정에 관여했습니다.

주범들은 징역 18~23년을,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검거된 필로폰 공급책도 현지 법원에서 징역 26년을 선고받았지만 A씨는 도주에 성공했습니다.

그리고 2년 만에, 캄보디아 외곽에서 한국인 납치·감금·살해 가담에 이르렀습니다.

‘대치동 마약’ 사건 범인들이 학원가에서 학생들에게 음료를 나눠주는 모습


■ 정부 "특단의 대책 마련"…피해 근절 가능할까

KBS를 시작으로, 캄보디아 범죄단지에 대한 보도가 봇물 터지듯 이어지고 있습니다. 전국에서 '가족이 캄보디아에 갇혀 있다'는 신고가 속출했습니다.

정치권도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10월 2일]
한국-캄보디아, 16년 만에 영사협의회 긴급 개최

[10월 10일]
조현 외교부 장관이 이례적으로 직접 쿠언 폰러타낙 주한캄보디아 대사 초치
수도 프놈펜에도 특별여행주의보(2.5단계) 발령

[10월 11일]
이재명 대통령, 캄보디아 한국인 납치 문제 총력대응 지시

[10월 13일]
대통령실 '캄보디아 한국인 범죄 관련 관계부처 TF' 첫 회의 개최

잊혀가던 캄보디아 범죄단지 실태는, 한국인 대학생의 사망 전 참혹한 상황이 세상에 드러나며 다시 조명되기 시작했습니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어제(13일) "감금된 사람들의 범법행위에 대한 조치는 당연하지만,인도적 차원에서 우리 국민들을 빨리 송환해야 한다"며 "필요하다면 단계적 송환이라도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어제 국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특단의 대책을 만들겠다"며, 외교부 조직개편시 재외국민 보호와 영사 관련 조직을 확대하는 방안에 우선순위를 두겠다고 설명했습니다.

국내에서 놓친 범죄자는 2년 후 우리 국민의 목숨을 앗아갔습니다. 이번에는 범죄단지 피해가 근절될 수 있을지, 계속 취재하겠습니다.

■ [범죄단지 재추적] 연관기사
① 캄보디아서 숨진 20대…마약 강제투약 당했다 (2025.09.30)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8371413
② 더 외진 곳에서 더 악랄하게…‘월 천’ 유혹 빠지면 당하는 일(2025.10.03)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8374281&ref=A

(영상편집: 김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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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희 기자 (212@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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