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한전·한수원에 웨스팅하우스 노예 계약 압박”

윤석열 정부가 체코 원전 수주를 정권의 치적으로 삼으려 공기업들에 미국 웨스팅하우스와의 지식재산권 분쟁 해결을 여러 차례 압박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김동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3일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수력원자력·한국전력과 웨스팅하우스 사이의 굴욕적 합의는 윤석열 정권의 대통령실과 정부 고위급 인사들이 윤석열의 정치적 치적 쌓기를 위해 협의 과정에 졸속 개입한 결과”라고 주장했다. 한수원·한전은 체코 원전 수출을 앞두고 원천기술을 보유한 웨스팅하우스와 원전 수출 1기당 1조원 규모를 지급하는 등 사실상 영구적 합의를 맺어 ‘노예계약’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김 의원이 공개한 “한수원 내부 자료” 내용을 보면, 한수원이 체코 두코바니 원전 건설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7월17일)된 직후인 지난해 8월8일 한미 장관급 회의에서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미국 에너지부 장관에게 “우리가 체코 사업을 철수하면 윤석열 대통령이 탄핵될 수 있다”고 발언했다. 8월13~14일엔 박춘섭(경제수석비서관), 장호진(외교안보특별보좌관) 등 대통령실 인사들이 황주호 한수원 사장과 연속 면담을 가졌고, 정부간 유선협의에서 미국 쪽에 “체코 원전 건의 정치적 민감성을 고려해달라” 요청해 미국 쪽에서 “체코 수주가 한국에 지난 정치적 중요성을 인지했다”는 답을 들었다.
이처럼 대통령실이 적극적으로 움직인 시기는 웨스팅하우스가 체코 반독점 당국에 “한수원이 수출하려는 에이피알(APR)1400이 자사 원천기술을 침해했다”며 진정을 준비하던 시점과 맞물린다. 웨스팅하우스는 이미 2022년 말 원전 독자 수출을 시도하는 한수원·한국전력이 지식재산권을 침해했다며 국제 소송을 제기했지만, 한수원 등은 ‘기술 자립으로 독자 수출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이후 산업부 장관과 김동철 한전 사장의 면담이 있던 8월23일엔 최남호 산업부 차관이 한전 쪽에 “용산(대통령실) 분위기가 좋지 않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이날 산업부 과장이 한수원·한전에 “오늘 중 웨스팅하우스에 (지재권 분쟁 해결을 위한) 이메일을 보내라”며 직접 문안을 작성한 것으로도 나타났다. 웨스팅하우스와의 협상 당사자는 한수원·한전인데, 대통령실과 산업부가 부적절하게 개입한 것이다.

체코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뒤 안덕근 전 장관이 “거의 매일 보고를 드렸고, 고비 때마다 대통령께서 여러 지시를 하며 전 부처가 함께 뛰었다”고 말했을 정도로, 실제 윤 전 대통령은 체코 원전 사업에 진두지휘하듯 간여했다. 한겨레 취재 결과 웨스팅하우스와의 ‘불공정’ 합의 조항에 반대한 한전·한수원 이사진을 대통령실이 직접 압박했다는 내부 증언도 나온 바 있다.
김동아 의원은 “총선 참패, 김건희 논란, 채상병 특검 등으로 입지가 흔들린 윤 정권이 정치적 성과를 위해 굴욕 합의를 강행한 것”이라 주장했다. 또 “당시 대통령실, 산업부, 한수원 관계자 등을 업무상 배임 혐의로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이에 안 전 장관은 한겨레에 “당시 미국 에너지부는 정부간 원자력 업무 협정 체결을 위해 만난 것으로, 정부간 협상 자리에서 탄핵을 언급하며 기업간 지재권 문제를 논의했다는 건 말이 안 된다. 또 정부간 대화 내용을 제3자가 갖고 있을 수도 없다”며 의혹을 부인했다.
한편, 13일 열린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한수원·한전이 웨스팅하우스와 맺은 협정을 두고 논란이 계속됐다. 여당 쪽이 “매국 계약”이라며 지난 정부의 잘못을 부각하자, 야당 쪽은 아예 “협정문을 공개하자”며 현 정부의 부담을 키울 수 있는 대응을 요구한 것이다. 이날 국감에 출석한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기업간 비밀 협정을 정부가 공개하면 국제적 신뢰를 잃을 수 있다”며 협정문 공개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옥기원 기자 o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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