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공’ 프레임의 부활?…‘박스권 지지율’ 돌파구로 ‘혐중’ 택한 국민의힘

정윤성 기자 2025. 10. 14.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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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 3대 쇼핑 방지법’ 추진에 “중국인 무비자는 간첩 면허증” 과격 발언
“‘빨갱이’ 프레임 안 먹히니 ‘혐중’ 프레임”…지선 앞 강성 지지층 결집 시도
與 연이은 헛발질에도 지지율 박스권 ‘위기감’…당내선 중도층 역풍 우려도

(시사저널=정윤성 기자)

제1야당 국민의힘이 '중국인 혐오(혐중)' 논란의 중심에 섰다. 중국인의 '의료·선거·부동산' 규제를 강화하는 이른바 '중국인 3대 쇼핑 방지법'을 당론으로 추진하겠다고 나서면서다.

국민의힘은 "국민 역차별 해소"를 입법의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당 일각의 과격한 발언과 강성 지지층이 확대 재생산하는 각종 음모론이 맞물리며 '혐오 조장'과 '갈라치기'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강성 지지층 결집을 노린 갈라치기라는 해석이 나오는 가운데, 당내에선 중도층 이탈로 역풍을 우려하는 시선도 감지된다.

논란은 정부가 지난달 29일부터 중국인 단체 관광객 무비자 입국을 시행하면서부터 확산됐다. 당시만 해도 대전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로 출입국 시스템의 차질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정책을 연기해야 한다는 게 비판의 주를 이뤘다. 하지만 국민의힘이 '중국인 3대 쇼핑 방지법'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논란은 행정 혼선과 보안 우려에서 혐중과 반중 논란으로 번졌다.

13일 인천 연수구 인천항 국제여객터미널을 통해 중국인 무비자 단체관광객들이 입국하고 있다.  ⓒ연합뉴스

'역차별 방지법'이라는데 언어는 '혐중'

해당 법안은 지난 10일 김은혜 국민의힘 원내정책수석부대표가 당론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힌 법안으로, 의료·선거·부동산에서 외국인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내용을 담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김 수석부대표의 설명 등을 종합하면, 단기 비자로 들어와 국민건강보험 지역 가입자 자격을 취득하고, 의료 혜택을 받는 '혈세 먹튀', 외국 국적이라도 영주권 취득 3년만 지나면 투표권이 부여되는 '선거 쇼핑', 대출 규제를 받지 않는 외국인의 투기목적 주택매매에 관한 제도의 빈틈을 메우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김 수석부대표는 해당 법안을 '국민 역차별 방지법'이라고도 표현했지만, 중국인만을 특정한 대목이 부각되면서 정치적 화약고로 커지는 모습이다. 물론 국민의힘은 해당 법안이 상호주의와 역차별 해소를 위한 법안이지 혐오나 '반중' 프레임을 내세우는 법안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한 국민의힘 지도부 관계자는 "특히 중국인의 혜택이 유리한 사례를 강조한 것이다. 자국민은 규제 받고 외국인은 자유로운 전반적인 구조를 바로 잡는다는 것이 핵심"이라며 "어떤 특정 국가의 국민만을 대상으로 한 입법은 현실적으로 가능하지도 않다"고 설명했다.

김 수석부대표 역시 지난 12일 페이스북에서 혐중 비판을 두고 "문제는 우리 국민이 중국에서 살 수 없는 걸 중국인들은 대한민국에서 사고 있다는 것"이라며 "외국인들로 인해 우리 국민의 건강보험이, 내 집 마련이, 선거권이 역차별당하는데 이걸 방치하면, 그게 직무유기 아니겠느냐"고 적었다.

하지만 당내에서 반중 정서를 자극하는 발언이 잇달아 나오면서 정치권에서의 논란은 더 커지는 모습이다. 주진우 의원은 "중국인 무비자는 간첩에게 '활동 면허증' 내주는 격"이라며 "내가 중국 간첩이라면 3명 모아서 중국 여행사에 관광객 신청하고 무비자로 한국에 들어온다. 가이드 몰래 사라지면 그뿐이다"고 주장했다. 중국인 무비자 입국으로 인해 "범죄조직이 침투하게 될 것이다"고 주장한 김민수 최고위원도 캄보디아 납치 문제를 거론하며 "중국 무비자 입국 전면 중단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선 국민의힘의 이번 행보를 두고 내년 지방선거를 앞둔 지지층 결집 전략이라는 시각이 많다. 당내 위기의식 속에 반중 정서를 정치적 자원으로 소환해 결집의 구심점을 마련하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특히 최근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이 장기간 정체된 가운데, 과거의 프레임만으로는 동력 확보가 어렵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강성 보수 성향의 단체들은 '혐중' 프레임을 국민의힘과 함께 확대 재생산 하는 흐름이다. 최근 서울 시내에서 거듭되고 있는 '혐중 집회'는 극우 단체가 주도하고 있다. 보수단체인 '민초결사대'는 지난 10일 명동 주한 중국대사관 인근인 서울중앙우체국 앞에서 반중 시위를 열고 중국인에 대한 무비자 입국을 즉각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른 보수성향 단체인 '자유대학'은 개천절(10월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흥인지문부터 광화문 삼거리까지 행진하며 "대한민국 땅이 중국인들로 넘쳐난다. 벌레들을 쫓아낼 준비가 됐냐"고 했다.

온라인 공간에서도 유사한 콘텐츠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전 한국사 강사 출신 보수 유튜버 전한길 씨는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를 중국인 무비자 입국 등과 연관 짓는 주장을 제기했다. 전씨는 또 "무비자 유커들이 몰려오고 있는데 무단 이탈한 이들이 어디 가서 무슨 범죄를 저지를지, 장기 매매를 할지, 장기를 빼갈지 어떻게 아느냐"고 했다. 구독자 42만 명의 한 보수 유튜버도 "충격! 공작 냄새나는 국정자원 화재! 중국인 떼거리 입국 사흘 전에 발생이 우연인가"라는 제목의 영상을 업로드 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28일 서울 시청역 인근 세종대로에서 열린 사법파괴 입법독재 국민 규탄대회에서 대국민 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반등 없는 민심…위기감에 나온 '혐중' 카드?

최근 정부 여당의 약점이 드러나고 있는 데도 반사이익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는 위기의식에서 '갈라치기'가 나왔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은 최근 검찰청 폐지, 내란 전담 재판부 설치, 조희대 대법원장 청문회 등을 일방 추진하고 있다는 민심의 반감과 난관에 부딪친 대미 관세 협상 등으로 지지도가 주춤한 바 있지만,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26일 공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에 따르면 9월 1~4주차 국민의힘 지지율은 매주 24%를 기록했다. 전국지표조사(NBS)에서도 국민의힘 지지도는 2주 연속 22%에 머물렀다.

다른 조사에서는 하락이 더 두드러진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1일부터 2일까지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민주당 지지도는 전주 대비 3.9%포인트 상승한 47.2%, 국민의힘은 2.4%포인트 하락한 35.9%였다. 양당 지지율 격차는 같은 기간 5.0%포인트에서 11.3%포인트로 3주 만에 오차범위 밖으로 벌어졌다. 최근 두 차례 장외 집회에 나서는 등 장동혁 대표 취임 이후 일관된 '강성 프레임'으로 지지층 결집에 나서고 있지만 성과는 적은 셈이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외국에 대한 혐오감을 조장해 지지 기반을 구축하는 전 세계에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극우 정당'의 사례와 유사한 흐름으로 흘러가고 있다"며 "과거 지지층을 결집시키기 위해 꺼내들던 '멸공', '빨갱이' 프레임이 소구력을 얻지 못하자 새로운 이념 프레임으로 진영을 짜겠다는 행보"라고 해석했다.

다만 당내에서도 우려의 시각이 적지 않다. 한 당협위원장은 "일부 국민이 중국인에게 부정적인 정서를 가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법안에다 당론으로까지 추진하면 당이 혐오를 부추긴다고 비춰질 수 있다"며 "제 1야당이 특정 국가를 혐오하는 건 선거는 차치하고 국익이나 외교 면에서도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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