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은 한국이 두렵다 [프리스타일]

이종태 기자 2025. 10. 14. 0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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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21일 북한 김정은 총비서는 최고인민회의 연설에서 이재명 정부에 대해 '흡수 통일 야망에 있어서는 이전의 보수 정권들을 무색하게 할 정도'라며 대화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한국의 이른바 보수 우파 세력들은 남북 교류·협력 정책에 대해 '한국을 북한에 통째로 넘기려는 종북 세력의 술책' 따위 근거 없는 모함을 일삼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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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평양 조선중앙통신

9월21일 북한 김정은 총비서는 최고인민회의 연설에서 이재명 정부에 대해 ‘흡수 통일 야망에 있어서는 이전의 보수 정권들을 무색하게 할 정도’라며 대화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한국의 이른바 보수 우파 세력들은 남북 교류·협력 정책에 대해 ‘한국을 북한에 통째로 넘기려는 종북 세력의 술책’ 따위 근거 없는 모함을 일삼아왔다. 그러나 정작 북측은 햇볕(교류·협력) 정책을 한국의 ‘흡수 통합’ 시도로 경계해왔던 것이다. 남북 관계에 훈풍이 불던 김대중 전 대통령 때도 김정일 당시 국방위원장은 ‘김대중을 보수 정권보다 더 조심해야 한다’는 내용의 내부 지시를 내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계열 정권들이 ‘흡수 통합’을 공식적 정책 목표로 삼은 적은 없다. 다만 남북 간 교류·협력 확대와 평화 정착 국면이 이어지면 ‘한반도 체제’의 변동이 점차적이고 자연스럽게 진행되리라는 가능성이 학계와 정책 논의에서 제기되어왔다.

그렇다면 민주당 정권들은 왜 ‘햇볕정책이 장기적으로 북한보다는 한국에 유리하다’는 논증으로 국민의힘 계열 정당들과 주변 세력들의 종북 타령을 제압하지 않았을까? 이런 이야기를 공식적으로 꺼내면, 북한 측이 어마어마한 욕설과 함께 교류·협력을 전격 중단할 것이기 때문이었다.

남북 대화가 이뤄지던 시절, 양측은 상대방의 잠재적 의도(북측은 외화와 대미 수교)를 뻔히 알면서도 나름의 이익을 챙기기 위해 접촉을 이어나갔다.

그렇다면 김정은은 왜 할아버지(김일성)와 아버지(김정일)가 진행했던 수준의 교류·협력도 완강히 거부하는 것일까? 경제력과 국제적 위상, 소프트파워 등에서 남북 간의 격차가 비교하기도 우스울 정도로 커졌기 때문이다. 김정은 정권의 최대 위협은 한국의 존재 자체다.

최근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한국에 대한 ‘강도적(북한식 용어다)’ 압박을 분개한 마음으로 지켜보면서, 나는 한반도에 사는 사람들의 장기적 공동 이익은 통합(경제교류든, 상호 승인이든, 느슨한 정치 연합이든, 통일이든)에 있다는 생각을 더욱 굳히게 되었다. 미국이 ‘글로벌 민주주의의 기준’ 역할을 폐기하고 동맹국의 자원 약탈에 혈안이 된 상황에서, 한국은 중국과 러시아라는 권위주의 대국을 머리에 이고 살아야 한다.

남북한은 장기적으로 서로에게 거대한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어떻게 협력하느냐에 따라 한반도는 미국과 일본, 러시아와 중국이 ‘함부로 대하지 못하는’ 지역이 될 수 있다.

당분간 남북 간의 교류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언젠가 교류 국면의 가느다란 기회가 어렵게라도 열릴 것이라는 희망은 포기할 수 없다. 이런 시기에 보수 우파라는 자들이 종북이니 어쩌니 하며 그것을 파탄시키기 위해 날뛰는 꼬락서니를 정말 다시는 보고 싶지 않다.

이종태 기자 peeke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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