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에 이룬 PGA 꿈… ‘불곰’ 이승택 “이제 시작이다”
콘페리투어 거쳐 꿈의 무대 입성
내년 PGA투어 루키 중 최연장자
“실수에 흔들리지 않는 정신력 강점”

초등학교 4학년 때 처음 골프채를 잡은 ‘불곰’ 이승택(30)도 예외가 아니었다. 다만 꿈을 향해 가는 길은 멀고 험했다. 함께 국가대표를 지냈던 동갑내기 김시우가 2012년 역대 최연소로 PGA투어 퀄리파잉(Q) 스쿨에 합격할 당시 그는 프로 입문도 못 하고 있었다. 2015년 한국프로골프(KPGA)투어에 데뷔했고, 2018년 아시안투어 Q스쿨에 수석 합격하면서 가능성을 보였지만 1승을 거두는 것 자체가 너무 어려웠다.
25세이던 2020년 그는 현역으로 입대해 11사단에서 1년 6개월간 소총수로 복무했다. 하지만 커가면서 꿈을 잃어버리는 다른 골프 소년들과 달리 이승택은 그 순간에도 PGA투어 진출의 꿈을 가슴속에 품고 있었다. 그리고 5년이 지난 후 오랜 꿈이 현실이 됐다.
이승택은 13일 미국 인디애나주 프렌치릭 리조트(파72)에서 열린 콘페리(2부)투어 최종전 콘페리투어 챔피언십에서 공동 24위(2언더파 286타)로 대회를 마쳤다. 콘페리투어 포인트 36.83점을 추가하며 총점 1133.85점을 기록한 이승택은 13위에 자리하며 2026시즌 PGA투어 진출을 확정지었다. 이승택은 “어린 시절부터 키워 온 오랜 꿈을 이뤘다.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가슴이 뛴다”고 벅찬 소감을 밝혔다.
이승택의 PGA투어 입성은 ‘기적’에 가깝다. 현재 PGA투어에서 뛰고 있는 임성재(27)와 김시우, 김주형(23) 등 대부분 한국 선수들은 10대 후반∼20대 초반에 미국으로 건너왔다. 하지만 이승택은 서른 나이에 전 세계에서 가장 힘든 투어로 꼽히는 콘페리투어를 거쳐 PGA투어 합격증을 받았다.
지금까지 가장 많은 나이에 PGA투어에 진출한 선수는 35세에 Q스쿨을 통과한 양용은(53)이었다. 30세인 이승택은 두 번째로 늦은 나이다. 올해 콘페리투어를 통해 PGA투어로 승격한 선수들 중에선 가장 나이가 많다.
콘페리투어는 미국과 중남미를 돌며 열리는 극한의 레이스다. 비용과 체력 소모가 만만치 않다. 이승택의 소속사 비넘버원 최용석 대표는 “이 프로는 오래전부터 PGA투어를 준비해 왔다. KPGA투어에 머물지 않고 아시안투어에 도전한 것도 외국 선수와 경쟁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말했다.
이승택의 PGA투어 진출 계기가 된 건 작년에 열린 KPGA투어 렉서스 마스터즈였다. 우승이 없던 이승택은 이 대회에서 데뷔 10년 차에 첫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여기서 딴 제네시스 포인트를 발판 삼아 PGA투어 Q스쿨 2차전과 최종전에 응시했고, 올해 콘페리투어 출전권을 받았다.

14일 귀국하는 이승택은 16일부터 경기 파주 서원밸리CC에서 시작하는 KPGA투어 더채리티 클래식에 참가한다. 이후 렉서스 마스터즈 타이틀 방어에 나선 뒤 미국으로 돌아가 내년 1월부터 시작하는 PGA투어를 준비한다. 이승택은 “이제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콘페리투어보다 어렵겠지만 지금처럼 열심히 하면 PGA투어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훈 기자 h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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