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사일언] 한 줄로 요약 못하는 존재

‘제인 에어’의 작가 샬럿 브론테를 둘러싼 평가는 언제나 엇갈린다. 누군가는 그녀를 ‘제인 에어’의 주인공처럼 독립적이고 강인한 여성으로 기억하며, 최초의 여성 성장소설을 쓴 페미니즘 문학의 선구자로 평가한다. 또 다른 이는 동생의 재능을 질투하고 명성을 독점한 냉정한 인물로 본다. 특히 막내 앤이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쓴 ‘아그네스 그레이’와 ‘제인 에어’의 유사성에 주목해, 샬럿이 동생의 아이디어를 훔치고 나아가 앤의 유작 재출간을 막은 비정한 언니라고 비판하기도 한다.
한 사람을 두고 이토록 다른 평가가 공존한다는 사실은 흥미롭다. 최근 무대에 오른 연극 ‘언더독’과 현재 공연 중인 뮤지컬 ‘웨이스티드’는 바로 이 상반된 샬럿의 모습을 그려낸다. ‘언더독’에서 샬럿은 성공에 대한 욕망과 질투로 얼룩진 인물로, ‘웨이스티드’에서는 자매들에게 공감하고 연대하는 인물로 등장한다. 두 작품은 마치 한 인물의 그림자와 빛처럼 대조된다. 이 대조 속에서 드러나는 것은 ‘누가 옳은가’보다 ‘한 사람이 얼마나 다층적인가’라는 사실이다. 실제로 샬럿은 질투와 사랑, 자부심과 두려움이 한데 얽힌 인간이었다고 한다.
사람들은 누군가를 한 문장으로 규정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인간은 한 줄의 문장으로 요약될 수 없는 존재다. 샬럿처럼 인간은 모순적인 존재다. 그 복잡함을 이해할 때 비로소 진짜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래서 두 샬럿 중 누가 진실에 가까운가를 따지는 일은 어쩌면 무의미하다. 오히려 중요한 건 그 엇갈린 평가를 마주했을 때 우리가 어떤 태도를 보이느냐다. 한 편의 이야기만으로 누군가를 단정하기보다 잠시 멈춰 바라보는 일, 그 안의 망설임과 두려움까지 상상해보는 일, 그것이 이해의 시작 아닐까.
우연히 동시에 무대에 오른 두 샬럿의 이야기를 떠올리며 깨닫는다. 나 역시 종종 사람을 성급하게 판단해왔다는 것을, 함부로 단정 지었다는 사실을. 보이는 모습만으로 누군가를 규정하지 않으려면, 그 사람의 사정과 내면을 들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샬럿의 모순을 이해하려 애쓰는 일은, 결국 나 자신의 좁은 시선을 돌아보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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