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훈아의 코러스에서 “이젠 나도 솔로 가수”
“가황처럼 마음에 닿는 노래 할 것”
유명 가수들의 완벽한 무대 뒤에는 늘 ‘제2의 목소리’ 코러스가 있다. 다채로운 음계를 메워주는 코러스팀의 실력이 탄탄해야 비로소 완벽한 공연이 성사된다. 이들이 가요계 ‘재야의 고수’로 불리는 이유다.
지난여름, 노래 ‘애정의 변수’로 데뷔한 늦깎이 신인 가수 이시안(41)도 ‘재야의 고수’로 통한다. 20대는 뮤지컬 배우로, 30대에는 가황 나훈아의 콘서트 코러스팀 팀장으로 활약했다. 지난 1월 서울에서 종지부를 찍은 나훈아의 은퇴 공연도 함께 완주했다.

최근 광화문에서 만난 그는 “가황과 함께 마지막 무대를 내려오고서야 내 노래를 제대로 해볼 수 있겠단 결심이 섰다”고 했다. 본래는 2017년 한 공중파 오디션 방송 출연 후 가수 데뷔를 하려 했다. 하지만 운명처럼 코러스팀 합류 제안이 찾아왔다. 이시안은 “당시 뮤지컬 작업 중 만나 멘토처럼 모시던 분이 나훈아 콘서트 전속 지휘자인 엄기영 선생님”이라며 “코앞인 가수 데뷔가 눈에 밟혔지만 ‘가황의 소리를 배울 다신 없을 기회’란 조언을 듣고 마음을 정했다”고 했다.
나훈아와 서울 녹번동 녹음실에서 가진 첫 오디션은 평생 잊지 못할 기억. 이시안을 비롯한 공연팀이 나훈아를 부르던 애칭은 ‘회장님’. 이시안은 “사람한테서도 집채만 한 호랑이 같은 기운이 날 수 있다는 걸 그때 처음 느꼈다”며 “코러스는 너무 튀지도, 너무 약하지도 않은 미묘한 소리의 선이 중요하다. 회장님은 그 선을 귀신같이 잡아냈다”고 했다. 이시안은 이후 1년 만에 코러스팀 팀장을 달았다. 그는 “갈수록 젊은 감각의 신곡이 늘면서 (나훈아) 회장님이 코러스팀 안무와 연령대에 신경을 많이 썼다”며 “2023년 ‘기장갈매기’에서 갈매기 날갯짓을 본떠 만든 손 안무도 회장님이 직접 만든 것”이라 했다.
화려한 연출로 유명한 나훈아 무대만의 애로 사항도 있었다. 이시안은 “살아 있는 말과 독수리, 심지어 실물 자동차와도 동선을 맞춰야 했다”며 웃었다. 그런 끈끈한 경험이 뭉쳐 지난 1월 은퇴 공연 때는 자신들만의 은퇴식도 가졌다. 그는 “공연팀들이 매 무대 회차마다 울어서 회장님과 마지막 단체 사진을 찍을 땐 모두의 눈이 팅팅 부어 있었다”며 “손편지를 끼운 초콜릿도 드렸다. 회장님은 평소 선물은 거절하고 편지만 받으셔서. 반대로 주변에는 책 선물하길 좋아하셨다. 늘 ‘어떻게 그런 가사를 쓰세요’ 하면 ‘시안아, 책에 다 있다’는 답을 주셨다”고 했다.
이제 나훈아와의 공연은 끝이 났지만, 신인 가수 이시안의 마음속엔 “가황의 가르침이 평생 남을 것”이라 했다. 특히 “소리적으로는 더는 법을, 무엇보다 인간 나훈아의 통찰력을 많이 배웠다”고 했다. 이시안의 이번 데뷔곡도 가황과 인연이 깊다. ‘애정의 변수’는 나훈아와 ‘강촌에 살고 싶네’ 등을 작업했던 유명 작곡가 고(故) 김학송의 미발표 유작이다. 이시안은 김학송 작곡가의 미공개 유작 10여 곡도 연말까지 추가 발표할 계획이다. 본래 남성이 부른 미발표 녹음본은 트로트풍이지만, 신곡은 여성 보컬치고는 선이 굵은 이시안의 목소리에 맞춰 록발라드 성격을 강화했다. 이시안은 “회장님은 늘 ‘마음에 가닿는 노래’를 중시했다. 이를 가수 인생 목표로 삼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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