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진 우승 10년 만에… 아시아 샛별들이 휩쓰는 쇼팽 콩쿠르

김성현 기자 2025. 10. 14. 0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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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본선 3차 진출자 절반 이상이
한·중·일과 말레이시아 출신 연주자
한국선 이혁·이효 형제 동반 진출
“음악적 완성도·테크닉 모두 빼어나”

올해는 피아니스트 조성진(31)이 폴란드 쇼팽 콩쿠르에서 우승한 지 10년 되는 해다. 10년이면 강산(江山)도 변한다. 13일(한국 시각) 제19회 쇼팽 콩쿠르 본선 3차 진출자 발표 결과, 한·중·일과 말레이시아 등 아시아 국적 진출자가 전체 20명 가운데 12명(60%)으로 절반을 넘었다. 지난 2015년 조성진 우승 당시에는 본선 3차 진출자 20명 가운데 한·중·일 등 아시아 국적 연주자는 5명(25%)에 그쳤다. 정확히 10년 만에 아시아와 비(非)아시아 진출자의 비율이 반대로 뒤집히는 ‘역전 현상’이 일어난 것이다. <<b>그래픽>

그래픽=박상훈

1927년 창설된 쇼팽 콩쿠르는 흔히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차이콥스키 콩쿠르와 더불어 ‘3대 콩쿠르’로 불린다. 특히 올림픽이나 월드컵처럼 5년마다 한 번씩 열리는 희귀성, 폴란드 자국 작곡가인 쇼팽의 곡만 연주하는 특수성 때문에 ‘건반 위의 올림픽’이라는 별명도 얻었다. 1927년 초대 대회 우승자인 레프 오보린부터 마우리치오 폴리니(1960년), 마르타 아르헤리치(1965년), 크리스티안 지메르만(1975년), 조성진(2015년) 같은 명(名)피아니스트들을 배출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래픽=박상훈

최근 세계 음악계에서 두드러진 현상은 중국의 약진이다. 지난 2022년 임윤찬이 최연소 우승을 차지했던 미국 반 클라이번 콩쿠르에서는 지난 6월 홍콩 출신 아리스토 샴(29)이 정상에 올랐다. 그는 미 하버드대(경제학)와 뉴잉글랜드 음악원(NEC)에서 ‘복수 학위’ 과정을 밟은 것으로도 화제를 모았다. 지난달 이탈리아 부소니 콩쿠르에서는 중국 피아니스트 우이판이 우승을 거뒀다. 같은 달 독일 뮌헨 ARD 콩쿠르에서도 중국 피아니스트 리야 왕(23)이 1위를 차지했다. 현재 쇼팽 콩쿠르에서도 국적 기준으로는 중국(6명)이 가장 많다. 거기에 중국계 캐나다 피아니스트 케빈 첸(20), 중국계 미국 피아니스트 에릭 루(27) 등 해외 중국계 연주자들까지 합치면 그 비율은 더욱 올라간다. 피아니스트 조은아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 교수는 “결함 없는 테크닉에 음악적 완성도와 쇼팽 특유의 섬세한 뉘앙스까지 갖추고 있는 아시아권, 특히 중국계 연주자들의 약진이 인상적”이라고 평했다.

세대적으로 중국 피아니스트들의 눈부신 약진은 ‘랑랑 효과(Lang Lang Effect)’로 풀이된다. 1990~2000년대 중국 피아니스트 랑랑(郞朗·43)이 세계적 스타로 부상하는 모습을 보면서 성장한 젊은 연주자들이 국제 무대에서 잇따라 성과를 내고 있는 것이다. 2000년대 들어서 중국에서 피아노를 배우는 젊은 학생만 수천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한국 여자 골프 선수들이 ‘박세리 키즈’, 피겨스케이팅 선수들이 ‘김연아 키즈’로 불리는 것과도 비슷하다.

한국에서는 피아니스트 이혁(25)·이효(18) 형제가 본선 3차에 동반 진출했다. 형 이혁은 지난 2022년 롱 티보 콩쿠르 공동 우승, 동생 이효는 올해 같은 대회 3위에 올랐다. 피아니스트 김주영 서울사이버대 교수는 “형 이혁이 이미 여러 콩쿠르를 통해 검증받은 노련미와 완성도를 보여준다면, 동생 이효는 당차고 도발적이며 10대다운 강한 자신감과 자의식을 드러내서 흥미롭다”고 평했다. 이 형제가 결선에 올라가면 지난 2005년 피아니스트 임동민·동혁 형제(당시 공동 3위)에 이어 두 번째 ‘형제 결선 진출’이라는 기록을 쓰게 된다.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열리는 대회 본선 3차는 14~16일(현지 시각), 결선은 18~20일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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