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 부품업계 “온실가스 규제 속도 조절하라”

이영관 기자 2025. 10. 14. 0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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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5년까지 감축 목표는 무리”

정부가 2035년 이후 내연기관차 신차 판매 금지를 검토하자, 자동차 부품 업계가 속도 조절을 요구하고 나섰다. 수천 개 부품기업과 11만명이 넘는 종사자들의 생존권이 달린 문제인데, 과도한 목표 설정이 산업 생태계 붕괴와 대규모 고용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내 자동차 부품사 모임인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KAICA)은 13일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논의 중인 무공해차 보급 목표에 대한 입장을 발표했다. 지난달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2035년 이후 내연차 판매를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밝힌 데 따른 공동 대응 차원이다. 이택성 KAICA 이사장은 이날 “1만여 개 국내 부품사 중 45.2%가 내연기관 관련 부품을 생산하고 있고, 해당 기업 종사자는 11만5000명에 달한다”며 “부품업계가 감당하기 어려운 목표를 견지할 경우 부품 산업 공급 체계의 심각한 영향과 대규모 고용 위기가 현실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기후부는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정하기 위한 논의를 진행 중이다. 2035년까지 배출가스를 2018년 대비 48%부터 53%, 61%, 65%까지 감축하는 4가지 안이 대상이다. 배출량을 61% 이상 감축하는 안으로 정해질 경우 2035년부터는 내연차 판매를 금지해야 목표 달성이 가능하다는 게 정부 예상이다.

◇車 업계 “영세한 업체부터 무너질 것”

이날 회견에 참석한 자동차 부품사 대표들은 “2035년 배출가스 목표를 정하는 것이지만 자동차 부품 업계 입장에선 당장 2~3년 뒤 닥칠 눈앞의 일”이라고 말했다. 전기차 부품은 단기간 개발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1만여 자동차 부품 기업 중 95%가 국내 대기업에 주로 의존하는 중소·중견기업이다. 국내 부품 기업 중 미래차 제품 비율이 10% 미만인 업체가 전체의 절반(54.1%)을 넘는다. 전기차 부품을 개발해 성능을 인증받고 양산까지 하려면 돈과 시간이 더 필요한데, 환경 규제가 급격하게 강화되면 대응할 여력이 없다는 것이다. 한 부품사 대표는 “10년 뒤 전기차만 팔려면 당장 투자를 늘려 2~3년 뒤부터는 제품 전환을 해야 한다”며 “하지만 중국을 빼면 각국의 전기차 전환 속도가 느려지고 있어 당장 팔 곳도 없다”고 말했다.

내연차 판매 금지가 가격 경쟁력을 지닌 중국 전기차 업체들의 배만 불려줄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현재 내연차 판매량 중 수입차 비율은 20% 내외인 반면 전기차 시장에서의 수입차 비율은 40~50%로 높다. 특히 2015년 0%였던 중국산 전기차 수입 비율은 작년 25.9%, 올해 1~8월 30.1% 수준까지 치솟았다. 중국산 전기차가 국내에서 가성비로 점유율을 높인 결과다.

◇산업계 “달성 가능한 목표 설정해야”

자동차 업계는 ‘글로벌 시장 상황 등을 고려한 현실적인 대안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업계에선 2035년 감축 목표를 30~35% 정도로 낮출 것을 요구하고 있다. 철강과 석유화학 등 다른 제조업 분야도 정부의 급격한 감축 목표에 반발하고 있다. 이날 대한상공회의소가 개최한 토론회에서도 “무리한 감축 목표 설정이 기업 생존을 위협한다”는 목소리가 잇따랐다. 남정임 한국철강협회 실장은 “정부는 수소환원제철 등 탄소 중립 핵심 기술의 상용화 시점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수소환원제철은 석탄 대신 수소를 사용해 철을 생산하는 혁신 기술이지만, 상용화 시점이 2037년으로 예상되는 등 현실적인 한계를 감안해야 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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