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0대보다 70대 이상이 많아, 미래와 희망이 죽은 나라

조선일보 2025. 10. 14. 0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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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대 이상 인구가 20대 인구를 추월했다. 지난해 20대 인구는 630만명으로 전년보다 19만명 줄었지만 70대 이상 인구는 654만명으로 20대보다 24만명 많아졌다. 통계 집계 이후 100년 만에 처음 있는 일로 상상도 할 수 없던 사태가 현실이 됐다. 저출산·고령화 쓰나미가 이미 우리 사회를 덮쳤다는 사실을 이보다 명확하게 보여주는 수치도 없다.

20대 인구 감소와 함께 심각한 문제는 20대 일자리마저 줄고 있다는 점이다. AI 활용 본격화에다 경력직 선호 현상까지 겹쳐 20대 고용률은 갈수록 하락하고 있다. 20대 청년층이 숫자가 주는 것만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어려워지고 있다는 것은 우리 사회의 미래에 암울한 전망을 낳고 있다. 20대는 소비하고 싶어도 경제력이 없고, 70대 이상은 부동산·금융 자산이 있지만 노후 불안 때문에 활발한 소비를 하기 어렵다. 경제가 제대로 돌아갈 수 없다. 일본이 1980년대 후반부터 ‘잃어버린 30년’을 맞은 핵심 원인 중 하나였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이민경

70대 이상이 20대 인구를 넘어섰다는 것은 단순한 인구 구조 변화를 넘어 우리가 의지해 온 국가 경제와 복지 시스템의 유효 기간이 끝났음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젊고 역동적인 인구를 기반으로 한 ‘고도 성장 시대’의 경제·복지 패러다임이 수명을 다한 것이다. 앞으로 고령 인구는 더 늘고 젊은이는 더 줄어드는 것은 피할 수 없다. 더 적은 수의 젊은이들이 훨씬 많은 고령층을 부양해야 한다. 불가능하다. 고통스럽더라도 조세, 노동, 연금, 복지 시스템을 이 환경에 맞게 재설계하지 않을 수 없다.

우선 고령층이 가진 자산과 경험이 경제 선순환을 이끌도록 유도해야 한다. 자산의 85%를 차지하는 부동산이 징벌적 세금에 묶여 잠자게 할 것이 아니다. 주택연금 확대나 다운사이징 세제 지원 등을 통해 ‘흐르는 돈’으로 만들어야 한다. 상속·증여세의 과감한 개편으로 세대 간 부의 이전이 원활해지면 이는 곧 청년 세대의 창업과 투자의 밑거름 역할을 할 수 있다.

또 나이를 기준으로 하는 낡은 정년제도 완전히 바꿔야 한다. 경험 많은 세대가 복지 수혜자로 퇴장하는 것이 아니라 계속해서 부가가치를 만들 수 있도록 판을 새로 짜야 한다. 청년들에게는 미래를 꿈꿀 수 있는 기회의 사다리를 복원해줘야 한다. 대기업 정규직만 보호하는 경직된 노동시장을 유연화하면 기업이 부담 없이 청년 고용을 늘릴 것이다. 미래 산업의 발목을 잡는 겹겹의 규제를 철폐해 청년들이 과감한 도전으로 새로운 먹거리를 만들 수 있게 해야 한다.

현재 630만명에 불과한 20대가 지금처럼 0.7명대의 출산율을 기록하면 앞으로 20대는 더 기하급수적으로 쪼그라든다. 미래와 희망이 함께 사라지는 것이다. 집 경쟁, 사교육 경쟁에 획기적인 변화가 와야 한다. 심각한 일도 많지만 이보다 큰일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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