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금 국감” “특단 조치”…조희대 침묵속 ‘90분 난장판 법사위’

진영화 기자(cinema@mk.co.kr), 최희석 기자(achilleus@mk.co.kr), 박홍주 기자(hongju@mk.co.kr) 2025. 10. 14.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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曺 “헌법에 따라 직무수행
정의·양심 벗어난 적 없어”
인사말 뒤 자리 뜨려 했지만
추미애, 가로막고 질의 강행
野 “감금 시켜놓고 답변강요”
與 “중차대 상황에 특단조치”
특검조사 공무원 사망 공방도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대법원 등에 대한 국정감사가 조희대 대법원장이 출석한 가운데 열리고 있다. 2025.10.13 [한주형기자]
조희대 대법원장이 13일 대법원을 상대로 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어떤 재판을 했다는 이유로 재판사항에 대해 법관을 증언대에 세우는 상황이 생긴다면 법관들이 헌법과 법률과 양심에 따라 재판을 하는 것이 위축된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이 조 대법원장을 포함한 법관들을 국감 일반증인으로 채택한 것이 부적절하다고 작심 발언한 것이다. 조 대법원장은 발언 이후 자리를 뜨려 했으나 추미애 법사위원장이 이를 가로막고 질의응답을 밀어붙였다. 대법원 국정감사 당일 인사말을 한 뒤 법사위원장 양해를 얻어 자리를 떠나는 관례를 깬 것이다.

조 대법원장은 이날 오전 10시 10분 국감장에 출석해 미리 준비한 인사말을 읽어 내려갔다. 당초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법사위에서 ‘일반증인’으로 채택됐지만 기관장 신분으로 자리했음을 분명히 했다. 조 대법원장은 인사말을 통해 “오늘 이 자리에 나온 것은 대법원장으로서 국정감사 시작과 종료 시에 출석해 인사 말씀과 마무리 말씀을 했던 종전의 관례를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대법원장으로 취임한 이래 오늘에 이르기까지 오직 헌법과 법률에 따라 직무를 수행해왔으며 정의와 양심에서 벗어난 적이 없음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밝혔다.

조 대법원장은 “삼권분립 체제의 법치국가에서는 재판사항에 대해 법관을 감사나 청문의 대상으로 삼아 증언대에 세운 예를 찾아보기 어렵다”며 “우리 국회도 삼권분립과 사법권 독립을 존중하는 헌법 정신을 확인하는 취지의 관행에서 (대법원장의 증인 출석 요구) 권한을 자제해왔다”고 지적했다.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대법원 등에 대한 국정감사가 조희대 대법원장이 출석한 가운데 열리고 있다. 2025.10.13 [한주형기자]
조 대법원장은 “저에 대한 증인 출석 요구는 현재 계속 중인 재판에 대한 합의 과정의 해명을 요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며 “‘국정감사는 계속 중인 재판에 관여할 목적으로 행사돼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 8조뿐 아니라 사법권 독립을 규정한 헌법 103조, 합의의 비공개를 규정한 법원조직법 65조 등 규정과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이번 발언은 조 대법원장 본인을 비롯해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혐의 재판을 맡고 있는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오경미·이흥구·이숙연·박영재 대법관 등에 대해 국회가 증인 출석 요구를 한 것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보인다. 이들은 조 대법원장이 든 법률 규정을 이유로 국회에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인사말을 마친 조 대법원장은 자리를 뜨려 했으나 추 법사위원장이 가로막았다. 이어 증인 선서를 하지 않은 조 대법원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앉혀 놓고 질의응답을 듣도록 했다. 추 법사위원장은 “(조 대법원장이) 어떤 의혹을 받고 계신지를 직면하실 필요가 있다”며 여야 의원들이 질의하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조 대법원장이 국감 불출석 의견서를 이미 제출한 데다 참고인조차도 위원회 의결사항이라는 점을 들어 이석을 촉구했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헌법상 삼권분립 원칙 존중을 거론하며 “전대미문의 기괴한 국감을 즉시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여당 간사인 김용민 민주당 의원은 이에 “중차대한 상황 발생엔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반박했다. 국민의힘 측은 “대법원장을 감금하고 답변을 강요한다”고 반발했고, 민주당 측은 “국민의힘은 대법원장에 대해 질문할 것도 없냐”고 외치며 팽팽히 맞섰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대법원 등에 대한 국정감사가 정회되자 이석하고 있다. 2025.10.13 [한주형기자]
여야 공방이 격화하자 조 대법원장은 오전 11시 40분께 추 법사위원장의 허가를 얻어 이석했다. 조 대법원장은 국감장에 머문 90분 동안 인사말을 제외하곤 굳은 얼굴로 침묵했다. 일선 판사들은 여당의 ‘사법개혁’ 드라이브가 사법 독립 위축과 재판 공정성 침해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를 표시했다. 수도권 한 부장판사는 “국회가 개별 사건에 대해 대법원장의 판단이나 합의 절차를 묻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대법원장을 비롯한 법관들이 대응해 발언하지 않는 것을 국회에 대한 무시가 아닌 예우로 생각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여야는 김건희 특검에서 조사를 받은 뒤 경기 양평군 소속 공무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을 놓고서도 격론을 벌였다. 나 의원은 “민중기 특검에 의한 살인사건으로 본다”며 “양평군 공무원 살인사건에 대해 현장검증 동의서를 냈으니 의안으로 상정하고 대법원에 가서 검증하듯 민중기 특검에 가서 CCTV도 보고 검증을 하자”고 제안했다.

이에 이성윤 민주당 의원은 “특검이 역사적인 내란, 김건희 의혹에 대해 수사하는데, 한 공무원의 죽음을 정치적 소재로 활용하지 말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박균택 민주당 의원도 “특검이 국정감사의 대상이라는 말은 평생 처음 듣는다”면서 “윤석열 정권 때 수많은 피의자가 자살하고 인권침해를 당할 때는 침묵으로 일관하던 분들이 왜 지금 와서 인권론자가 되었는지 모르겠다”고 물었다.

국민의힘은 이날 의원총회에서 결정한 대로 ‘민중기 특검의 강압수사로 인한 양평균 소속 공무원 사망사건 진상규명 특검법’을 당론으로 발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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