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놀자!/함께 떠나요! 세계지리 여행]7000개 언어 있지만, ‘고유문자’ 가진 나라는 극소수
문자 전파해 로마자 사용국 많아… 세월 거치며 자연발생적으로 변화
한글은 명확한 원리로 창제된 언어… 문자에는 문화적 정체성 담겨 있어
10월 9일은 한글날이었습니다. 우리 민족은 고유 언어 한국어와 함께 고유의 문자인 한글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세상의 모든 민족이 우리처럼 고유의 언어와 그 말을 온전히 담아내는 그릇인 고유의 문자를 가진 것은 아닙니다. 생각보다 많은 민족과 국가가 고유의 글자 없이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번 세계지리 이야기는 고유의 글자가 없는 세계 여러 국가와 민족들, 그리고 그 속에 담긴 문화적 정체성에 관한 내용입니다.
● 고유한 문자를 가진 민족과 빌려 쓰는 민족
많은 문자가 오랜 세월에 걸쳐 자연 발생적으로 변화해 온 것과 달리 한글은 명확한 원리를 가지고 계획적으로 창제되었습니다. 고유 언어에 최적화된 문자는 마치 몸에 꼭 맞는 옷처럼, 그 민족의 생각과 문화를 온전히 표현하고 발전시키는 강력한 기반이 됩니다. 한글은 외부 문자를 빌려 쓰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일치 없이 우리 민족의 정체성과 지식을 오롯이 담아내는 그릇 역할을 해왔습니다. 우리에게는 완벽한 맞춤옷과 같은 한글이 있지만 세계의 다른 민족들은 어떤 문자를 사용하고 있을까요.
전 세계에는 약 7000개 언어가 존재하지만, 고유한 문자를 가진 경우는 극히 드뭅니다. 세계 대다수 국가는 문자를 다른 곳에서 빌려 쓰고 있습니다. 영어, 프랑스어, 독일어, 에스파냐어 등 수많은 유럽 언어가 로마자(알파벳)를 공통으로 사용하는 것이 대표적입니다.


다른 문자를 빌려 쓰다가 또 다른 문자로 변경한 사례도 있습니다. 튀르키예는 본래 아랍문자를 사용하고 있었지만 1928년 초대 대통령 아타튀르크 주도로 로마자로 문자를 교체하며 서구식 근대 국가로의 전환을 꾀했습니다. 베트남 역시 과거 한자를 사용했으나 17세기 이후 베트남을 식민 지배했던 프랑스 영향을 받아 로마자에 말의 높낮이인 성조를 표기하는 방식의 문자 ‘쯔꾸옥응으’를 채택했습니다. 이처럼 세계의 여러 국가와 민족들은 자신들 고유의 글자보다 다른 글자를 빌려 쓰는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
● 문자는 문화의 정체성과 사고방식 담는 그릇
문자는 단순히 의사소통 및 표현 수단을 넘어 한 국가와 민족의 정체성과 사고방식을 보여주는 거울입니다. 오늘날 한류가 다른 문화들과의 경쟁에서 독창성을 드러내고 세계인들의 사랑을 받는 것은 우리 고유 언어와 고유 문자인 한글 덕분입니다.
한글의 또 다른 가능성을 보여줬던 사례가 있습니다. 인도네시아 술라웨시섬의 소수 민족 치아치아족은 고유 언어인 ‘치아치아어’가 있었지만, 이를 표기할 체계적인 문자가 없어 고유의 문화가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었습니다. 로마자를 이용한 표기법이 있긴 했지만, 치아치아어의 모든 소리를 정확히 담아내지 못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이들의 언어를 정확히 표기하고 쉽게 가르칠 수 있는 대안으로 한글이 주목을 받았고, 비공식적으로 한글이 보급되기도 했습니다. 비록 지속적인 지원이 이어지지 않아 한글이 이들의 정식 문자로 자리 잡지는 못했지만, 이는 한글이 다른 민족의 문화를 보존하는 도구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의미 있는 사례였습니다.
이처럼 문자는 한 민족의 고유문화를 담아내는 ‘문화의 그릇’입니다. 특히 고유문자의 존재는 국제사회에서 국가나 민족의 문화적 독립성과 위상을 보여주는 중요한 상징이 됩니다. 이런 상황에서 한글은 단순한 자부심을 넘어, 복잡한 국제 관계 속에서 대한민국의 문화적 정체성을 지탱하는 중요한 자산입니다. 우리가 가진 이 소중한 문화적 자산의 가치를 되새기고 현명하게 가꾸어 나갈 지혜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안민호 마포중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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