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에게 건네는 ‘쉼’…낯선 사유의 여백을 채우다

최명진 기자 2025. 10. 13. 2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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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 작은미술관, 오는 31일까지 10월 기획전 ‘낯선 여유: 휴식과 감정의 풍경들’展
이철규·서은선·윤종호·윤우제 작가 참여
서로 다른 감각으로 빚어낸 ‘여유’의 풍경
이철규作 ‘남겨진 자들의 시간’ (왼쪽)과 윤우제作 ‘플라밍고의 비밀의 숲’
빠르게 흘러가는 일상 속 무심히 지나친 감정의 결을 되돌아보게 하는 전시가 나주에서 열리고 있다.

오는 31일까지 나주 정미소 4·5동 전시실에서 진행되는 나주 작은미술관 10월 기획전 ‘낯선 여유: 휴식과 감정의 풍경들’이다. 현대사회에서 잃어버린 ‘쉼’의 감각을 예술적 언어로 풀어내며, 잠시 사유의 여백을 찾을 수 있도록 하는 전시다.

참여 작가는 이철규·서은선·윤종호·윤우제 4인으로, 회화·설치·영상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각자의 방식으로 ‘여유’의 풍경을 그려낸다.

이철규는 인간관계에서 생겨나는 긴장과 내면의 상흔을 섬세하게 시각화한다. ‘남겨진 자들의 시간’과 ‘이방인’ 시리즈에서는 관계의 단절과 상호의존적 고독을 함께 보여주며, 그 속에서 피어나는 미묘한 위로의 순간을 조형적으로 드러낸다. 작품을 통해 인간이 타인과 맺는 복합적인 감정의 결을 느리게 짚어나가게 한다.
서은선作 ‘생의 유약’ (왼쪽)과 윤종호作 ‘Endless garden’

윤종호의 ‘Endless Garden’은 식물과 구조물이 함께 존재하는 공간을 통해 자연과 인공, 변화와 영원의 경계를 탐색한다. 관객은 작품을 둘러보며 시간의 흐름과 생명력, 그리고 그 사이의 일시적인 ‘쉼’을 체험하게 된다.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다시 성찰하게 만드는 이 설치 작업은 ‘지속되는 생명’이라는 주제를 일상의 감각으로 확장한다.

서은선은 디지털 기술과 인간 감정의 교차점에서 초현실적 풍경을 펼쳐 보인다. 인공지능이 제시하는 냉정한 이미지 위에 기억과 감정을 덧입혀 디지털 세계 속에서도 인간적인 따뜻함과 정서를 되살린다. 그의 작품은 감정의 단절이 만연한 가운데 정서적 회복의 가능성을 제시하며 인간 감각의 새로운 층위를 탐색한다.

윤우제는 서로 다른 서식지의 동식물이 한 화면에 공존하는 장면을 통해 환경과 생태, 기후 변화의 문제를 상징적으로 표현한다. 그러나 그의 풍경은 무겁지 않다. 아이러니와 유머가 스며든 화면은 위기 속에서도 살아 움직이는 생명의 아름다움과 인간-자연의 조화를 철학적인 시선으로 비춘다.

총괄 큐레이터 김현희는 “전시 제목 ‘낯선 여유’는 단순히 느긋한 휴식을 의미하지 않는다. 이는 익숙한 세계를 다시 바라보는 시선의 전환이며, 당연하게 여겼던 감각·시간·자연·관계를 새롭게 인식하도록 이끄는 성찰의 자리”라며 “이번 전시는 예술을 통해 자신을 다시 바라보게 하고, 낯설지만 따뜻한 여운을 느끼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올해로 개관 2년 차를 맞은 나주 작은미술관은 지자체의 유휴공간을 지역 밀착형 문화예술공간으로 재생해 운영하고 있으며, 지역민과 함께 호흡하는 복합문화예술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최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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