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이 이민정책 주체 나서야…지속가능 전략 필요”

변은진 기자 2025. 10. 13. 2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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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이주 허브\' 광주·전남 대전환 이루자 (9) 이민정책 성공 정착 위한 전문가 제언
임동진 “지방 이민정책이 지역 생존 열쇠”
김태환 “법·제도 정비·시민참여형 통합을”
김경학 “지자체 적극성·실행력 강화 시급”
민현정 “포용·공동체 지향 전략설계 관건”
주상현 “정착 기반·사회통합·공감대 중요”
이정준 “광역형비자 자유 설계 보장해야”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인구 감소와 지방소멸이 가속화하면서 광주시와 전남도가 지역의 생존 전략으로 이민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민정책을 단순한 인구 유입 수단이 아닌 ‘지속가능한 지역사회 전략’으로 전환하기 위한 방안과 향후 과제에 대해 학계와 연구기관, 지자체 관계자 등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본다.

●임동진 한국이민정책학회 회장(순천향대 교수)

광주·전남은 제조·농생명·에너지 산업 기반이 탄탄하고 다문화가족과 외국인 근로자 비중이 높아 지역 특성을 반영한 이민정책을 추진하기에 충분한 여건을 갖추고 있다.

우선 광역형 이민센터를 설치해 산업별 인력 수요를 발굴하고 외국인 근로자·유학생·가족이민자에 대한 통합 정착 지원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이때 지방의 권한 강화를 뒷받침할 ‘이민전담기구(이민처)’ 설치가 시급하다. 현재 외국인 근로자·유학생·결혼이민자 등 대상자별로 관계 부처가 달라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이민정책의 수립·조정이 어렵고 부담이 지방정부로 전가되면서 지방이 생존에 필수적인 이민정책을 설계·집행하기 어려운 구조에 놓여 있다.

외국인 유학생을 지역 산업과 연계해 취업과 정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다. 캐나다의 주정부 이민제도(PNP)나 호주의 지역비자 제도처럼 지방대 졸업 유학생에게 체류 기간 연장과 취업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안이 현실적이다.

이민을 ‘지속가능한 지역사회 전략’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이주민을 지역 공동체의 일원으로 포용하는 사회적 기반이 필요하다. 학교·언론·시민단체가 함께 참여하는 지역 차원의 포용 거버넌스를 구축해 다문화 공존과 사회 통합을 실현해야 한다.

●김태환 한국이민정책학회 고문(명지대 교수)

이민정책이 지방정부 중심으로 성공 정착하기 위해서는 우선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 협의체 뿐만 아니라, 지방정부 간 협의체를 구성하고 가동하는 것이 중요하다.

중앙정부가 주도하는 현 이민 행정은 지방정부의 정책 과제들을 해결하지 못하고 문제점을 더 크게 양산하고 있다. 앞으로는 지방정부 간 공동 합의한 정책안을 중앙정부에 전달하고 지방이 선도하는 추진 체계로 전환돼야 한다.

또한 지역특화형 비자와 광역비자제도의 현실화가 시급하다. 현행 2개 제도는 중앙정부 협의 절차를 거치는 소규모 시범사업에 머물러 있다. 이 수준으로는 급속한 인구 감소에 대응하기 어렵다.

인구감소지역 스스로 지자체에 필요한 이민자를 선택해 정착시키는 것이 가능해야만 지역 경제 활성화와 이민자 유치의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중앙정부 법제 개정을 통해 이민자 유치 권한을 부여받아야 하며, 조례 신설을 통해 대응하고 있는 현행 법제 체제에서는 적극 행정이 어렵다.

특히 이주민과 지역민이 함께 참여하는 한국어능력 강화 프로그램과 이중언어 교육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이주민이 직접 참여하는 지역사회 기여 및 봉사활동도 지속 운영해야 한다. 1회성이나 불규칙한 행사로는 통합 효과를 거두기 어렵고 정기적이고 지속적인 교류가 이뤄질 때 사회통합지수와 거주 만족도가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도 이를 뒷받침한다.

●김경학 전남대 명예교수(글로벌디아스포라연구소 연구위원)

이민정책의 성패는 지방정부가 얼마나 적극적으로 주도권을 갖고 정책을 설계해 실행하느냐에 달려 있다.

중앙정부 지침을 이행하는 수준을 넘어, 지방정부가 지역 현실에 맞는 전략과 비전을 스스로 세우고 추진할 때 지속가능한 이민정책이 가능하다. 이를 위해서는 전문 전담 조직 구축, 안정적인 예산 확보 및 균형적 배분, 실태조사와 데이터 기반 정책 설계가 필수적이다.

현행 이민정책 체계는 법무부 중심의 중앙집중형 구조로 지방정부의 자율성이 극히 제한돼 있다. 부처별 분산된 기능을 통합하고 지방정부와의 연계를 강화할 수 있는 국가 차원의 ‘이민청’ 설립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지역이 주체적으로 인력 유치와 정착 지원을 설계·집행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마련돼야 한다.

이민정책의 관점도 노동력 확보나 저출산 보완 수단이 아니라 장기 정주형 이민으로 전환돼야 한다. 사회 통합 측면에서도 구조적 한계가 크다. 귀화자나 이민 2·3세가 취업 과정에서 배제되는 사례가 많고, 지역사회 교류도 1회성 행사에 그치는 등 실질적 소통과 포용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캐나다처럼 행정기관·시민사회·이민공동체가 협력해 다문화 축제, 교육, 공공서비스를 일상화하는 상설 거버넌스 체계가 필요하다.

●민현정 광주연구원 포용도시연구실장

이민을 ‘지역의 미래 전략’으로 인식하는 전환이 필요하다. 단순히 외국인 인구 증가에 대응하는 행정 차원이 아니라 산업·교육·문화·복지 전반에서 이주민과 지역사회가 함께 성장하는 구조를 설계해야 한다.

광주·전남 산업 특성과 인구 구조에 맞는 지역 맞춤형 비자 제도와 정착 지원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 대학·산업단지·지자체가 연계된 ‘지역특화 이민정책 거버넌스’를 구축해 노동 중심의 유입을 넘어 지역 산업 혁신과 연계된 고급 인재 유치로 확장해야 한다.

또한 일방적 홍보가 아닌, 상호 이해 기반 커뮤니케이션 전략이 필요하다. 이주민을 지원 대상으로만 보지 않고 지역사회 구성원으로 함께 성장하는 동반자로 인식시키는 ‘공감형 스토리텔링’과 생활 속 교류 프로그램이 효과적이다. 마을 단위 다문화 리빙랩, 외국인과 시민이 함께 참여하는 지역 축제, 학교·기업·공공기관 연계 공존 캠페인 등 시민참여형 통합 플랫폼을 통해 인식 개선과 공동체 경험을 확산시킬 수 있다.

궁극적으로 이민정책 성공 여부는 제도보다 사람과의 관계, 지역 정서에 달려 있다. 지방정부는 정책 설계자이자 조정자로서 이주민과 시민이 함께 새로운 지역 공동체의 미래를 그릴 수 있도록 제도와 문화를 함께 만들어야 한다.

●주상현 광주시 외국인주민과장

이민정책은 인구 감소에 대한 대체 수단에서 벗어나 지역민과의 통합까지 아우르는 정책이 제시돼야 지역 내 지속 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지역 기반 맞춤형 이민정책을 설계해 지역산업 수요에 기반한 우수 인재를 유치해야 한다.

광주는 자동차, 에너지, 문화콘텐츠 산업을 비롯해 다양한 분야에서 외국인 인력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 산업별 수요와 지역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이민정책을 마련하고 그에 따른 인력 유치와 지원을 체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사회통합과 생활지원 체계 강화가 뒷받침돼야 하며 시민 공감대 형성과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 문화적 다양성을 인정하고 이민자 인권을 증진하는 등 지역사회의 소중한 이웃으로 고려해야 한다.

취약 이민자 인권 증진을 위한 사회안전망을 지원하고 내·외국인이 함께 소통하는 장을 만드는 정책을 확대해야 한다. 맞춤형 지역 기반 정책 설계, 사회 통합과 생활 지원 체계 강화, 시민 공감대 형성이라는 3개 축을 균형 있게 추진할 때 민주·인권·포용도시로서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이러한 노력이 성과를 거두기 위해선 중앙정부와 긴밀한 협력을 통해 국가와 지역이 함께 지속가능한 이민·정착 모델을 구축해야 한다.

●이정준 전남도 이민정책과장

전남은 ‘현장 맞춤형’ 이민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지역특화비자(F-2-R)는 영주권(F-5) 전 단계로 선호도가 높지만, 과거 소득 기준이 높아 2025년 상반기 4개월 간 8명 신청(쿼터 6.7%)에 그쳤다.

전남도는 생활임금(약 2천992만원) 기준을 건의했고 법무부가 7월부터 반영한 결과, 3개월 동안 31명이 신청하며 개선 전 실적을 넘어섰다.

지역특화비자 E-7-4R은 단순 노무를 숙련인력으로 전환해 장기 근속·가족 정착을 가능케 했고 전남은 지난 9월 기준 422명 신청으로 전국 최고 충원율을 기록했다.

전남은 외국인주민 실태 조사를 통해 산업·농어촌 인력 수요와 정착 여건을 연결하고 영암·여수 전남이민외국인종합지원센터를 거점으로 찾아가는 비자 설명회, 다국어 상담, 법률·노동권 지원 강화에도 주력하고 있다.

기업·대학과 공동 설명회, 현장 매칭데이를 정기적으로 열고 채용 후에도 주거·의료·교육 등 다방면에서 지원함으로써 정착률을 높이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무엇보다 중앙부처가 2027년 본사업에서 지역 수요에 맞춘 ‘광역형 비자’의 자유 설계를 보장하는 제도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지자체에 관련 권한이 이양돼야 문화다양성이 살아 숨 쉬는 모범 이민도시를 만들 수 있다./변은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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