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성장 탈출구는 '창조적 파괴'…과감한 투자·기업경쟁이 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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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노벨경제학상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슘페터리언'의 재발견이었다. 기술과 연구개발(R&D)에 대한 과감한 투자가 혁신과 창조적 파괴를 불러오며, 결과적으로 경제성장을 이끈다는 게 슘페터주의자들의 핵심 주장이다. 노벨경제학상 심사위원들도 전 세계적으로 불어닥치고 있는 고령화와 저성장의 심각성을 인정하고 그 돌파구로 기술 혁신과 창조적 파괴를 제시한 셈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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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경제사 석학 조엘 모키어
"지식이 지속가능 성장 조건"
마크롱의 책사 필리프 아기옹
혁신 떨어지는 유럽현실 진단
'내생적 성장' 대가 피터 하윗
기업 혁신효과 수학으로 증명
◆ 노벨상 ◆

올해 노벨경제학상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슘페터리언'의 재발견이었다. 기술과 연구개발(R&D)에 대한 과감한 투자가 혁신과 창조적 파괴를 불러오며, 결과적으로 경제성장을 이끈다는 게 슘페터주의자들의 핵심 주장이다. 노벨경제학상 심사위원들도 전 세계적으로 불어닥치고 있는 고령화와 저성장의 심각성을 인정하고 그 돌파구로 기술 혁신과 창조적 파괴를 제시한 셈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13일(현지시간) 스웨덴 왕립과학원은 조엘 모키어 미국 노스웨스턴대 교수, 필리프 아기옹 콜레주드프랑스 교수, 피터 하윗 미국 브라운대 교수 등 세 명의 경제학자를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로 선정하며 "이들은 기술 혁신이 어떻게 성장을 낳는지, 그 조건이 무엇인지 규명했다"고 말했다. 노벨상 선정위원회 위원인 케르스틴 엔플로는 "세 명의 연구는 경제성장을 지속시키는 핵심 요인을 유지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준다"고 언급했다.
아기옹·하윗 교수는 1992년 발표한 공동 논문에서 '창조적 파괴(Creative Destruction)' 이론을 발전시켰다. 낡고 오래된 것들을 파괴하고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창조적 파괴에서 경제성장이 나온다는 점을 이론적으로 증명했다. 이들은 논문을 통해 슘페터식 내생성장 모형을 제시했다. 이론은 경제성장이 단순한 자본 축적이 아니라, 기존 기술을 파괴하고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는 '창조적 파괴' 과정에서 비롯된다고 본다. 특히 기술 혁신은 경제 내 기업들의 경쟁과 이윤 추구 동기에 의해 내생적으로 유도된다고 봤으며, 폴 로머나 로버트 루커스의 기술 외생성 또는 누적적 인적자본 축적 중심의 모델과 대비된다.
특히 이들은 이를 입증했다. 다양한 국가와 시계열 데이터를 바탕으로 이론을 검증했으며 창조적 파괴가 성장률, 생산성, 기업 생존율, 산업 재편 등에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정량적으로 분석했다. 이 같은 성장 모형에서 핵심은 기업의 기술 투자와 기업 간 경쟁이 결국 더 많은 혁신을 유발하고 더 많은 후발 기업을 낳아 지속가능한 성장의 기반을 만든다는 설명이다. 이를 '혁신경쟁의 사다리'라고 불렀다.
경제사학자인 모키어 교수는 지속 가능한 성장을 만드는 원동력으로 '유용한 지식(Useful Knowledge)'을 제시했다. 그는 영국이 산업혁명의 출발점이 될 수 있었던 이유로 숙련된 기술자 집단의 존재와 개방적 사회 분위기를 꼽았다. 왕립과학원은 모키어 교수의 이론에 따라 "인공지능(AI)이 유용한 지식 축적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기옹 교수는 프랑스 파리 출신으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에게 연금 수급 연령을 62세에서 64세로 상향할 것을 조언한 것으로 유명하다. 아기옹 교수는 한 인터뷰에서 "유럽 경제가 미국에 비해 뒤처진 가장 큰 이유는 획기적인 첨단 기술혁신을 구현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이날 수상자로 선정된 후 언론과 인터뷰에서 그는 "미국의 보호주의를 환영하지 않는다. 전 세계 성장과 혁신에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국내 경제학자들은 올해 노벨경제학상 수상이 '경제의 지속적 성장'을 설명하는 데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은 이들에게 돌아갔다고 평가했다. 이철희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인류가 과거에 비해 경제 성장을 이루고, 훨씬 더 나은 물질적 생활 수준을 누리고 있는지에 대해 연구한 학자들이 수상했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슘페터 이론의 대가로 알려진 이근 중앙대 석좌교수(한국경제학회장)는 "모키어 교수는 기술혁신이 일자리를 파괴한다는 걱정에 대해 단기적으로는 그렇지만 장기적으로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해왔다는 낙관적 입장을 견지해왔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아기옹 교수는 기술 혁신이 경제학에 가져오는 효과 수리적 모형을 갖고 설명했다"며 "기술의 혁신이 불평등을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을 규명했다"고 말했다.
스웨덴 왕립과학원은 "혁신은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또 "소수 기업의 시장 지배 등의 위협이 인류 역사 대부분을 경기 침체 상황에 빠뜨렸다"며 "이런 위협에 대응하지 못하면 창조적 파괴와 지속적인 성장이 멈추게 된다"고 경고했다.
[문지웅 기자 / 김명환 기자 / 곽은산 기자 / 신유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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