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셀러 오른 '절창' 구병모 "타인에 대한 오독은 필연"

권영은 2025. 10. 13. 20:01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절창(切創)', 예리한 날에 베인 상처라는 뜻이다.

구병모(49) 작가의 신작 장편소설 제목인 '절창'은 '상처를 읽는 사람'이라고 적어둔 메모 한 줄에서 시작됐다.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신작 장편 '절창' 출간 서면 인터뷰
구병모 작가의 신작 장편소설 '절창'은 출간 즉시 주요 서점의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작가 제공

'절창(切創)', 예리한 날에 베인 상처라는 뜻이다. 구병모(49) 작가의 신작 장편소설 제목인 '절창'은 '상처를 읽는 사람'이라고 적어둔 메모 한 줄에서 시작됐다. "악수나 터치로 사람의 마음을 읽고 사물에 손대면 거기에 남은 기억을 읽어내는 소위 사이코메트리 장르의 주인공들은 보통 그 힘으로 유익한 일을 하죠. 반대로 그런 재주가 타의에 의해 나쁜 일에 이용된다면 그 사람의 마음은 어떨까, 생각을 했던 거예요." 최근 서면으로 만난 작가의 말이다.


상대 상처 통해 마음 읽어… "오독 필연"

'절창'의 중심에는 타인의 상처를 만지면 그 사람의 기억과 감정을 읽을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아가씨'가 있다. 이를 알아본 범죄조직 보스 '오언'은 보육원에서 지내다 나온 뒤 오갈 데 없어진 여자를 거둔다. 거대한 저택에 숨겨둔 채 극진히 대하면서도 범죄 사업에 여자를 이용한다. 상대 조직원에게 상해를 가한 후 피칠갑이 된 몸에 여자가 손을 대 사업에 필요한 정보를 빼내는 식으로. 누군가를 읽는 유일한 길은 그가 지닌 상처를 통해서 열린다. 작가는 "대부분의 인간은 상처를 늘 안고 살고, 문학을 하는 사람은 그것을 상시 들여다보면서 살게 마련"이라며 "그건 어떤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라 살아 숨 쉬는 것만큼이나 당연하다"고 했다.

절창·구병모 지음·문학동네 발행·352쪽·1만8,000원

한 발짝 더 나아가 작가는 타인 읽기와 책 읽기를 동일선상에 놓는다. 그는 "타인에 대한, 존재 자체에 대한 오독은, 이 세상에 둘 이상의 사람이 있는 한 일상이고 필연"이라며 "그러니 상시 오독에의 두려움과 고통을 안은 채로 자신의 방식대로 존재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쓰기 역시 그렇다. 그에게 소설은 오독 없는 독해는 불가능하다는 문학적 증거에 가깝다. "사람이 반드시 삶의 의미를 알아서 사는 게 아닌 것처럼요. 지금으로선 소설의 의미를 알기 위해 계속해 나가는 것뿐입니다."


"허구에 투신… 나라서 이렇게 쓴다"

소설은 아가씨와 오언에게 고용된 입주 독서교사가 각자 '나'라는 화자로서 들려주는 자기 이야기로 전개된다. 오언에게는 목소리가 주어지지 않는다. 다만 유일하게 이름을 갖는다. 뜻을 풀면 '글자 모양이 비슷해서 틀리기 쉬운 글자'(烏焉). 작가는 "피치 못하게 언급해야 하는 단 한 사람의 이름만을 인상적으로 남겨두는 쪽이 이야기에 집중도를 높일 수 있겠다고 판단한 것"이라며 "여백이 그림의 중요한 요소인 것처럼 드러내지 않음이 드러냄보다 더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다"고 했다.

"귀 밑 머리카락 길이 3㎝ 단발령 세대"였던 구병모 작가는 교칙에서 해방된 이후 앞머리 없는 긴 생머리 스타일을 고수하고 있다. 작가 제공

그는 권말에 인용 구절의 출전을 소상히 밝히면서도 정작 '작가의 말'은 쓰지 않았다. "장편소설에서 마침표를 찍은 뒤 작가의 말이 튀어나오면, 여운에 잠길 틈 없이 독자들을 책 속에서 서둘러 끌어내고 셔터를 내리는 것 같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나는 허구에 투신한 인간이고, 가능한 한 허구로만 다가가기를 원한다"고 강조했다.

구병모의 지문(指紋)이나 마찬가지인 만연체 문장은 여전하다. 적절히 쉼표를 찍어 리듬을 살리고, '귀살쩍다'나 '염오', '혼몽' 같은 잘 쓰지 않아 사실상 죽은 단어들도 갖다 썼다. 그는 "충분히 오랜 시간 고민하면서 한 어절, 또 한 어절을 이어 붙인다"며 "(어떤 목적이 있다기보다) 그냥 이게 나라서 그렇다"고 했다.

권영은 기자 you@hankookilbo.com

Copyright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