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의혹’ 조사 후 숨진 공무원, 커지는 특검 강압 수사 논란

김현지 기자 2025. 10. 13.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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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양평 공흥지구 개발 특혜 의혹 관련 공무원 사망 후폭풍
‘특검 강압 수사’ ‘회유 진술’ 유서, 메모 존재에 수사 과정 논란
“감찰 준할 정도로 조사”하겠다는 특검, 조사 당시 CCTV는 없어

(시사저널=김현지 기자)

윤석열 전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 여사 의혹 관련 사건을 맡은 민중기 특별검사(특검)가 지난 7월2일 오전 서울 종로구 KT광화문빌딩 웨스트에 마련된 특검 사무실에서 현판 제막을 마친 뒤 발언을 하고 있다. ⓒ시사저널 임준선

김건희 여사 일가의 양평 공흥지구 개발 특혜 의혹 관련, 민중기 특별검사(특검)팀 조사를 받은 양평군청 공무원이 사망하면서 강압 수사 논란이 제기됐다. 고인은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은 직후 허위 진술을 유도한 특검 수사의 문제를 직접 메모했고, 이로부터 일주일 만에 숨진 채 발견됐다. 특검팀은 "감찰에 준할 만큼 수사 담당자 등을 상대로 사실관계 파악에 나섰다"고 했다. 그러나 조사 당시 상황을 엿볼 수 있는 폐쇄회로(CC)TV 영상은 없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파장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경찰이 사건 초반 유서를 A씨 측에 공개하지 않은 사실도 논란을 더했다.

13일 경찰 등에 따르면, 특검 조사를 받은 후 숨진 경기 양평군청 50대 사무관급(5급) 공무원 A씨의 유족은 고인이 남긴 약 20장의 유서 사본을 받았다. 경찰은 필적감정을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유서를 보낸 상태인 만큼, 유족이 원본을 제공받는 대신 열람하도록 했다. 지난 10일 숨진 채 발견된 A씨가 남긴 A4용지 20장 분량 유서에는 특검 수사 문제가 상당 부분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관들이 진술을 회유하거나 강압적인 태도를 보였다는 취지다.

고인은 지난 2일 오전 양평 공흥지구 특혜 의혹 관련 피의자 신분으로 특검에 출석해 조사를 받고 3일 새벽 귀가했다. 이 사건은 김 여사 모친 최은순씨 가족회사 이에스아이앤디(ESI&D)가 2011~16년 양평 공흥지구 개발사업을 하면서 수십억원의 개발부담금을 면제받았다는 게 골자다. 당시 A씨는 군청에서 개발부담금 관련 업무를 맡았다. 특검팀은 A씨를 상대로 김 여사 일가 관련 개발부담금 면제 과정, 당시 양평군수였던 김선교 국민의힘 의원 연루 의혹 등을 캐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고인은 조사에 대해 "괴롭다"는 심경과 함께 특검의 회유, 강압 등을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가 지난 3일 오후 작성한 한 장짜리 메모에도 이런 내용이 담겼다. A씨를 대리한 박경호 변호사 등이 공개한 한 장짜리 메모에는 "모른다고 기억 안 난다고 사실대로 말을 해도 계속 다그친다. 사실을 말해도 거짓이라고 한다" "지치고 힘들고 계속된 진술 요구에 강압에 기억도 없는 대답을 했다" "진술서 내용도 임의로 작성해서 답을 강요했다" "나름대로 주민을 위해 공무원 생활을 했는데 다 귀찮고 자괴감이 든다" 등의 내용이 담겼다.

사망 전 고인을 만난 것으로 알려진 박 변호사는 "특검은 공흥지구 개발 관련 사건이 이미 경기남부경찰청에서 무혐의 처리된 것을 다시 끄집어 내서 무리하게 관련자들을 소환하고 압수수색하면서 수사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고인을 소환해 수사하는 과정에서 강압수사, 회유, 압박, 유도신문, 반복신문, 심야조사로 모멸감을 주고 허위진술을 유도해 이를 바탕으로 조서를 작성했다"고 했다.

"고인이 사실이 아니라고 몇 번 부인해도 계속해서 자백 진술을 강요하고 허위로 거짓말하도록 유도했다"고 설명한 박 변호사는 "아무런 힘없는 고인은 수사관이 강요하는대로 치욕스런 상태에서 조서에 지장을 찍었다고 한다. 민중기 특검팀이 사람을 죽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민 특검과 담당 수사관들을 직권남용, 가혹행위, 허위공문서 작성죄 등으로 고소하겠다고 했다. 그는 오는 11일 기자회견을 비롯해 추가 움직임도 예고했다.

10월13일 민중기 특별검사팀 사무실이 있는 서울 광화문 KT웨스트빌딩 앞 인도에 '양평 공흥지구 특혜 의혹'과 관련해 수사받다 숨진 채 발견된 양평군 공무원 A씨의 분향소가 마련돼 있다. 이 분향소는 전날 신자유연대와 국민의힘평당원협의회 관계자들이 설치했다. ⓒ 연합뉴스

특검 "모든 사건 수사 상황·방식 면밀히 재점검" 

특검팀은 고인의 사망 소식이 알려진 지난 10일 입장을 내고 강압 수사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고인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기 이전 다른 공무원 등을 상대로 고인이 진술한 내용과 동일한 내용의 진술을 확보하고 있었다"며 "고인에 대한 조사는 특검이 이미 확보한 진술을 확인하는 차원에서 진행된 것이고, 새로운 진술을 구할 필요가 없었으므로 강압적인 분위기도 아니었고, 회유할 필요도 없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논란이 계속되자 특검팀 측은 13일 오후 정례브리핑에서 "이번 사건을 계기로 현재 진행되고 있는 모든 사건의 수사 상황 및 수사 방식 면밀히 재점검해 사건 관계자들에 대해 인권보호에 한치의 소홀함도 없도록 더욱 안전 기하겠다"고 했다. 특히 "이번 사건에 대해서도 수사 과정 등을 면밀히 점검하고 있다"며 "(강압수사 여부 등) 사실관계 확인을 위해 감찰 준하는 조사를 하고 있다"고 했다.

다만 A씨가 2일 영상녹화에 동의하지 않아 조사 당시 폐쇄회로(CC)TV 영상은 없다고 한다. 강압 수사, 허위 진술 유도 등의 의혹을 입증할 객관적 물증이 없는 것이다. 수사팀 등을 상대로 한 특검팀의 자체 조사는 결국 '중이 제 머리 깎는' 모양새일 뿐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법조계에선 그간 특검법상 '16개+α' 사건을 수사하는 등의 문제를 지적해온 바 있다. 별건수사는 수사기관이 기존 사건과 직접 관련이 없는 다른 혐의(별건)를 조사하는 관행을 말한다. 검찰이 피의자를 압박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됐다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 그런데 특검법 제2조에 '상장회사 및 비상장회사의 주가 조작, 공천개입, 대통령 집무실 및 관저 이전 등 15가지 항목으로 나뉜 사건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범죄행위 및 특검 수사를 방해하는 일체의 행위'도 수사 대상이라고 명시됐다.

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하고 통과시킨 이런 법안을 근거로 김 여사 관련 의혹에 대해 전방위적인 수사가 이뤄졌다. 과거 무혐의 종결된 사건에 대한 수사 선상에 올랐다. 최근 면장직 5급 공무원의 극단적 선택을 두고 별건수사를 비롯해 단기간 성과를 내기 위한 무리한 수사 등의 문제가 표출됐다는 법조계 지적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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