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심’보다 ‘프레임’이 먼저인 정치에 깊이 반성”

기획탐사팀 2025. 10. 13.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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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재 국회의원 ‘호남 산불 발언’ 논란이 드러낸 한국 정치의 민낯
국정감사서 신상 발언
본래의 취지 분명히 밝혀
재난엔 여야·영호남 따로 없다
경상권 특유의 짧은 어법으로
말하는 과정서 오해 생겨나
이유 여하 불문하고, 특정 지역
언급해 불필요한 오해 부르고
국민께 상처 드려 깊은 유감
재난법안, 정파 가르지 않고 신속 처리
표결 과정·이유 국민에 공개 약속도
피해현장 자주 찾으며 직접 확인
예산 편성·제도 보완 끝까지 챙길 것
국민 안전·통합에 한결같이 임하겠다
김정재 국회의원.

▲본회의장, 2025년 9월 25일의 표결

지난 9월 25일 오후, 여의도 국회의사당 본회의장. 국회는 같은 날 밤 필리버스터에 앞서 「경북·경남·울산 초대형 산불 피해구제 및 지원 등을 위한 특별법」을 전자표결에 부쳤다.

이 특별법은 지난 3월 21일부터 30일까지 경북 의성·안동·영덕·영양·청송, 경남 산청·하동, 울산 울주에서 발생한 초대형 산불로 신체·정신·재산 피해를 본 주민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됐다.

당시 산불은 사상자 187명, 피해 구역 103,876ha, 주택 소실 3,848여 동, 시설 피해 7,516건 등 역대 최악의 참상을 남겼다. 삶의 터전이 무너졌고, 소상공인·중소기업은 생업 기반이 파괴됐다.

여야는 5월 산불특위를 꾸린 뒤 충분한 보상·조속한 재건을 위한 법 제정에 뜻을 모아 왔다. 표결 직전까지 다수 의원은 '재난 앞에는 지역이 없다'는 상식을 공유하는 듯했지만, 전광판이 켜지자, 분위기는 달라졌다. 초록(찬성) 사이로 노란색(기권)과 붉은색(반대)이 찍혔다. 기대와 달리 망설임과 이탈이 숫자로 드러났다.

그 무렵 본회의장 스피커와 의원석 사이 육성으로 짧은 문장이 흘렀다. "호남에서는 불 안 나나?"라는 일곱 글자의 한마디. 발언 주체를 둘러싼 공방이 이어지는 사이, 이 문장은 포털 제목과 SNS 해시태그로 번졌다.

▲당사자의 해명, 9월 26일 오전의 통화

이튿날인 9월 26일 오전, 국민의힘 김정재 의원은 취재진에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표결 판에 기권 불빛이 들어오는 것을 보고 "재난에 영호남이 어디 있느냐?"라는 뜻을 경상권 특유의 짧은 어법으로 말하는 과정에서 오해가 생겼을 수 있다는 취지였다. 지역 비하가 아니라 "재난법안만큼은 전원 찬성으로 속도를 내자."라는 호소였다고 덧붙였다.

김 의원은 같은 날 오후 내부 회의를 거쳐, 10월 13일 국정감사 개시일 본회의 신상 발언을 통해 자기 뜻을 정리해 밝히겠다고 예고 했다.

핵심은 두 가지였다. 초당적인 협력을 촉구하는 발언의 동기와 짧은 말이 의도와 다르게 들릴 수 있다는 표현의 한계였다.

▲공방의 확대, 9월 26~30일의 여론

9월 마지막 주, 더불어민주당 지도부와 대변인은 SNS·브리핑을 통해 '사투리 탓'을 문제 삼으며 '변명'과 '망언' 프레임을 전면에 내세웠다. '석고대죄' 요구가 이어졌고, 언론은 '사투리 핑계' 같은 제목으로 클릭을 모았다.

포털 배열은 감정의 속도를 사실 확인보다 앞세웠고, SNS에서는 10초 남짓의 단편 영상이 전후 맥락 없는 사실처럼 소비됐다. 표결판 숫자, 법안 내용, 발언 전후는 본문 말미에 짤막히 붙었고, 독자는 이미 제목과 첫 화면에서 결론을 끝냈다.

이 구도에서 김 의원의 "오해가 생겼다면 유감"이라는 초기 대응은 '회피'로 받아들여지기 쉬웠다. 그럼에도 그는 신상 발언으로 차분히 정리하는 방식을 유지했다.

▲10월 13일, 신상 발언을 통한 정렬

국정감사가 시작되는 10월 13일, 김정재 의원은 신상 발언을 통해 사건을 처음부터 다시 복원했다.

표결 당시의 상황을 구체적 시간·장소·절차로 복원해 설명하고, 오해로 상처를 받은 분들이 있다면 그 사실 자체를 무겁게 받아들이되, "재난에는 여야도, 영호남도 따로 없다."라는 본래의 취지를 분명히 했다. 이날 그는 먼저 자신에게 이 법이 왜 '단순한 재해 지원법 이상'이었는지를 설명했다. 포항 지역구 의원으로서 지진 피해 당시 여야가 함께 만든 지원특별법으로 간신히 회복했던 경험이 있었다. 그 기억 때문에 이번에도 "여야 모두가 찬성할 것이라는 기대와 절실함"을 품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런데 재석이 비어 있고 기권이 많아진 현실을 보는 순간, 답답함을 감추기 어려웠고, 그 마음에서 "재난은 지역을 가리지 않는다…. 재난에는 여야도, 영호남도 따로 없다."라는 취지로 짧은 말이 나왔다고 했다.

그는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특정 지역을 언급해 불필요한 오해를 부르고 마음에 상처를 드린 국민께 깊은 유감을 표한다."라고 밝혔다. 직접 잘잘못을 단정하는 대신, 오해가 생긴 사실 자체를 무겁게 받아들이겠다는 뜻을 분명히 확인했다. 이어 "누군가를 깎아내리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다. 표결에서 망설임이 보였을 때 재난 앞에서는 함께 가자고 말하고 싶었다."라고 했다. 표현이 짧으면 오해를 부른다는 점도 인정했다. 그래서 "앞으로는 본뜻이 의심되지 않도록 더 세심하고 신중하게 말하겠다."라고 약속했다.

그는 여론 왜곡과 갈라치기에 대해서는 선을 분명히 그었다. 발언의 일부만 떼어 공격하는 사이, 가장 큰 피해는 결국 현장 주민에게 돌아간다는 점을 강조했다. 정치는 책임 공방이 아니라 복구와 안전 대책을 위해 움직여야 한다는 메시지를 다시 세웠다.

마지막은 실천으로 맺었다. 재난법안의 초당적·신속 처리, 표결 과정과 근거의 투명한 공개, 피해 지역 상시 점검과 예산·제도 보완을 약속하며 "국민의 안전과 통합을 위해 한결같이 임하겠다."라고 정리했다.

▲'망언'과 '사투리 핑계', 제목이 만든 선입견

9월 26일 오전부터 27일 새벽 사이, 관련 기사가 한꺼번에 올라왔다. 많은 매체가 제목부터 '망언', '사투리 핑계' 같은 강한 단어를 내걸었다.

독자는 보통 제목과 첫 두세 문단만 읽고 판단한다. 이때 '누가 그런 말을 했다.', '어떤 표현을 했다.' 같은 정보가 먼저 보인다. 반대로 '왜 그런 말이 나왔는지', '그 말이 나온 순간 본회의장 상황이 어땠는지' 같은 맥락은 본문 뒤쪽에 짧게 붙는다.

그러니 사람들 눈에는 장면의 배경보다 자극적인 말 자체가 먼저 박힌다. 클릭이 많이 나오는 글은 대개 감정을 세게 건드린다. 화가 나거나, 비꼬는 톤이 섞여 있거나, 단정적인 제목을 쓰는 경우다.

이런 기사에 눈길이 쏠리면 사건의 시간·장소·절차·의도 같은 핵심 정보는 자연히 덜 읽힌다. 결국 이야기는 "그 말이 옳으냐 그르냐?", 더 단순하게 "누가 잘못했느냐?"로 빠르게 수렴했고, 표결의 맥락과 재난법안의 취지는 그 뒤로 밀렸다. 첫인상이 여론을 사실상 결정한 셈이다.

▲10초 영상이 결론을 만들었다.

사회관계망 서비스(SNS)의 추천 엔진은 10초짜리 단편을 선호한다. 자막이 붙은 짧은 영상은 사람의 뇌를 먼저 자극하고, 감정이 앞서 판단을 대신한다.

표결 판의 숫자 변화와 본회의장의 소음, 발언 직후의 정적, 발언 다음 날의 설명 같은 맥락은 영상에서 삭제되기 쉽다. 삭제된 맥락의 자리를 차지하는 것은 대개 결정된 결론이다. 이 결론은 다시 공유를 낳고, 공유는 유사한 콘텐츠의 확산을 부른다.

결국 '사투리 탓'은 조롱의 밈으로 확장되고, '호남 비하'는 단정 문으로 굳어졌다. 그 과정에서 김정재 의원이 밝힌 "재난 앞에는 영호남이 없다."라는 원래의 취지는 표제의 소음 속으로 묻혔다.

▲'누가 말했느냐'가 '무엇을 말했느냐'를 집어삼키는 정치

이번 논란이 빠르게 정쟁화된 배경에는 '발언자 중심의 재단'이라는 정치의 습관도 한몫했다는 지적이다. 같은 의미의 문장도 발언자의 소속과 이미지에 따라 서로 다른 판정을 받곤 한다. 그 습관은 특정 정당과 특정 지역의 상징을 쉽게 호출하는 언어와 결합하면서, 복잡한 맥락을 단선의 구호로 갈아 끼운다.

김정재 의원의 경우, 발언의 진의를 확인하기 전에 '정파적 낙인'이 먼저 부여됐다. 본래 의도가 "재난법안만큼은 전원 찬성으로 속도감 있게 가자."라는 쪽에 있었음을 고려하면, 정쟁의 재료로 소비된 방식은 결과적으로 재난 의제 자체를 뒷전으로 밀어냈다. 그는 신상 발언을 통해서 이 점을 분명하게 밝히고 있다. "정치는 국민을 하나로 모으는 장이어야지, 국민을 나누고 대립시키는 도구가 되어서는 안 된다."

▲지역 프레임의 회귀와 서로 다른 두 문장

"호남에서는 불 안 나나?"로 들린 일곱 글자는 '지역을 가르는 문장'으로 규정됐고, 김정재 의원이 밝힌 "재난에는 지역이 없다."라는 문장은 '지역을 지우는 문장'으로 남았다. 두 문장은 같은 공간에서 충돌했고, 여론은 첫 번째 문장을 선택했다.

하지만 표결의 장면과 이후의 설명을 절대적인 시간과 공간 위에 놓고 복기해 보면, 사건의 본질은 특정 지역을 지목하는 혐오가 아니라 정치의 반응 속도에 관한 문제로 수렴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핵심은 분명하다. 산불 피해 복구와 제도 정비가 시급했지만, 표결 과정에서 정치적 계산이 끼어들었고, 김정재 의원의 짧은 발언은 그 답답함에서 나왔다고 그는 설명했다.

김 의원은 13일 신상 발언에서 "앞으로는 본뜻이 오해되지 않도록 더 세심하고 신중하게 말하겠다."라고 밝혔다. 이번 논란을 지역 갈등으로 몰기보다, 재난 앞에서 공동체 전체의 대응에 초점을 다시 맞추자는 취지를 확인했다.

▲'유감' 다음은 '약속'을 지키기 위한 행동

신상 발언은 유감으로 시작했지만, 유감에서 멈추지 않았다. 김정재 의원은 "말로만 끝내지 않겠다."라고 했다. 그래서 '다음에 무엇을 하겠다.'라는 약속을 분명히 붙였다.

재난법안은 정파를 나누지 않고 신속히 처리하자고 제안했고, 표결 과정과 이유는 국민이 이해할 수 있도록 더 자세히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피해지역은 더 자주 찾아가 현장의 필요를 직접 확인하고, 예산 편성과 제도 보완까지 끝까지 챙기겠다고 했다.

온라인에서 말 한 토막만 떼어 서로 공격하는 흐름은 분명히 막아서겠다는 약속도 덧붙였다.

마지막 문장은 다짐이자 서약이었다. "국민의 안전과 통합을 위해 한결같이 임하겠다." 이 말은 발언을 마무리하는 수사가 아니다. 바로 지금부터 지켜야 할 실천의 기준이다.

산불로 삶이 무너진 분들에게 필요한 것은 빠른 복구와 생활의 회복이다. 정치가 해야 할 일은 그 길을 넓히고 시간을 줄이는 것이다. 김정재 의원은 그 책임을 자신의 몫으로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유감 다음은 행동이라는 원칙, 그 약속이 이날 신상 발언의 끝이자 시작이었다.

▲지역을 부를 때 지켜야 할 마음가짐

정치는 때때로 지역의 이름을 부른다. 같은 이름이라도 어떻게 말하느냐에 따라 받아들이는 마음은 완전히 달라지는 경우가 있다.

누군가는 함께 돕자는 뜻으로 들을 수 있고, 다른 누군가는 나누어 보자는 뜻으로 들을 수도 있다. 그래서 지역을 언급할 때는 더 천천히, 더 조심스럽게 말해야 한다.

지난 9월 25일 본회의장에서 나온 일곱 글자의 말은 많은 사람들에게 상처로 남았다. 그 상처의 핵심은 '누가 더 나쁘다'의 문제가 아니라, 설명보다 해석이 더 빨랐던 현실에 있다.

김정재 의원이 신상 발언을 통해 다시 "재난 앞에는 영호남이 따로 없다."라고 밝힌 이유도 여기에 있다. 특정 지역을 지우려는 뜻이 아니라, 모든 지역이 같은 편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이 부분을 풀어가는 방법도 분명하다. 큰 제목 하나로 전부를 덮는 사과의 문구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 필요한 것은 쉬운 설명과 꾸준한 행동이다. 왜 그런 말이 나왔는지, 그때 어떤 상황이었는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앞으로 어떻게 하겠다는지…. 이 네 가지를 국민이 이해하기 쉬운 언어로 계속 알려야 한다. 그렇게 하면 지역의 이름은 대립의 표지가 아니라 함께 살피고 도울 사람들을 가리키는 표식이 될 것이다.

결국 우리가 확인하고 싶은 것은 아주 단순하다. 재난이 나면 어디든 우리 동네이고, 어려움이 닥치면 누구든 우리 이웃이다. 정치가 지역을 부를 때 지켜야 할 마음은 그 한 줄이면 충분하다.

이 원칙을 지키면서 차분히 설명하고, 현장에서 약속을 지켜 나가면, 오해는 줄고 공감은 커질 것이다. 이번 논란을 넘어서 우리가 함께 가야 할 방향도 바로 그 부분이다.

▲진심은 언젠가, 반드시… 결국 통한다.

이번 논란을 단순히 그날 나온 '일곱 글자' 정도로만 판단하면 쉽다. 하지만 그렇게 끝내면, 정치는 또다시 서두른 감정에 끌려가고 만다. 우리는 이번 일을 조금 더 천천히, 처음부터 끝까지 다시 보아야 한다.

언제, 어디서, 어떤 표결이 있었는지. 왜 그 말이 나왔는지. 다음 날 무엇을 설명했는지. 그리고 당사자가 신상 발언을 통해 어떤 약속을 했는지. 결국, 이번 논란은 한 사람의 실수로만 남지 않는다. 재난 앞에서 정치가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라는 더 큰 질문으로 이어진다.

우리가 붙잡아야 할 기준은 단순명료하다. 재난이 나면 어디든 '우리 동네'이고, 어려움이 닥치면 누구든 '우리 이웃'이다. 정치가 지역의 이름을 부를 때 지켜야 할 마음도 여기서 나온다. 서로를 나누는 말 대신, 함께 살피고 돕자는 말을 먼저 꺼내는 것. 그 마음이 확인될 때, 지역의 이름은 대립의 깃발이 아니라 연대의 신호가 된다.

이제 필요한 것은 꾸준함이다. 표결의 이유를 더 투명하게 설명하는 꾸준함. 피해지역을 더 자주 찾아가 예산과 제도를 끝까지 챙기는 꾸준함. 온라인에서 말 한 토막만 떼어 공격하는 흐름을 거부하는 꾸준함. 정치는 그 꾸준함으로 신뢰를 다시 쌓을 수 있다. 신뢰가 쌓이면, 논란은 줄고 협력은 커진다.

마지막으로, 이번 일을 통해 우리가 함께 확인한 사실은 분명하다. 우선, 말은 짧아도 책임은 길다. 그래서 말을 아끼고, 설명을 추가해야 한다. 둘째, 다툼은 쉽고 복구는 어렵다. 그래서 정쟁보다 복구를 먼저 해야 한다. 셋째, 늦게 온 진심도 도착할 수 있다. 그래서 포기하지 말고 끝내 행동으로 증명해야 한다.

정치는 결국 사람의 일이다. 사람의 눈물을 닦아 주고, 일상을 다시 세우는 일이다. 김정재 의원의 신상 발언이 그 출발점이 되길 바란다. 유감으로 시작해 설명으로 이어지고, 행동으로 완성되는 길. 그 길에서 우리 모두의 안전과 통합이 더 단단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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