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올해 5대 코인 거래소에서 해외 거래소로 124조원 ‘유출’

강우량 기자 2025. 10. 13.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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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인 관리·과세 공백 우려 커져
서울 서초구 빗썸라운지 강남본점 현황판에 가상화폐 가격이 표시되고 있다. /연합뉴스

직장인 최모(32)씨는 올해 초 한국 가상 화폐 거래소 업비트에서 스테이블코인인 ‘테더’를 2000만원어치 사서 해외 거래소인 바이낸스로 보냈다. 이 자금 중 대부분은 바이낸스에서 가능한 ‘이더리움 선물(先物)’ 투자를 해두었다. 그는 “한국 거래소에서는 불가능한 선물 투자 등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가 있는 해외 거래소가 훨씬 매력적”이라고 했다. 스테이블코인은 ‘1코인=1달러’처럼, 코인(가상 화폐) 가격이 법정 화폐에 연동되는 가상 화폐다. 실제 달러보다 매매나 해외 송금이 쉬워 가상 화폐 투자용으로 많이 쓰인다.

40대 직장인 김모씨는 지난 8월에 한국 거래소 코빗에서 ‘서클’이 발행하는 달러 스테이블코인인 USDC를 사서 역시 미국 거래소인 코인베이스로 옮겼다. USDC를 예치해두면 금리 연 4.1%에 달하는 USDC를 이자처럼 주는 보상 서비스가 있다는 지인의 이야기를 듣고 반신반의하며 돈을 넣었는데 실제로 돈이 매달 들어오는 것을 보고 투자금을 늘릴까 생각 중이다.

이들처럼 한국 거래소를 벗어나 해외로 진출하는 가상 화폐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1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 1~9월 한국 5대 가상 화폐 거래소(업비트·빗썸·코빗·코인원·고팍스)로부터 해외 가상 화폐 거래소로 빠져나간 자금은 약 124조3000억원이었다. 지난해 연간 유출액(125조8000억원)에 근접한 규모로, 2년 전인 2023년(45조5000억원)의 2.7배에 달한다.

◇투자 성향 막론하고 ‘해외로’

투자자 중 다수는 고위험·고수익 투자인 가상 화폐 선물 투자를 위해 해외 거래소를 선택한다. 선물 투자는 상품을 미래 특정 시점에 현재 정한 가격으로 사거나 팔기로 하고 계약을 맺는 것을 뜻한다. 한국의 거래소에선 가상 화폐 선물 투자가 금지돼 있지만, 바이낸스 등 해외 거래소 중엔 자기 자본의 약 100배까지 돈을 걸 수 있는 레버리지 투자까지 허용하는 곳도 있어 초고위험·초고수익을 노리는 이들이 주로 이용한다. 특히 올해 가상 화폐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해외에서 선물 투자를 하려는 이들이 늘었다.

가상 화폐를 약속한 기간 동안 넣어두면 정해진 보상을 주는 이른바 ‘스테이킹(staking·예치)’을 할 때도 해외 거래소 이자율이 더 높다. 황석진 동국대 교수는 “선물 투자를 노린 공격적 투자자 및 스테이킹을 선호하는 안정적 투자자 모두 해외 거래소를 이용하려고 관심을 보이는 분위기”라고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월 재집권한 이후 가상 화폐 친화적인 행보를 보이면서 해외로의 ‘코인 유출’은 가속화되는 모습이다. 한국 1위 거래소인 업비트에서만 올해 들어 해외 거래소로 74조3000억원이 빠져나갔는데, 스테이블코인을 제도권에 편입하는 이른바 ‘지니어스법(스테이블코인 혁신 촉진법)’에 트럼프가 서명한 지난 8월에 9조7000억원, 9월엔 10조2000억원이 나갔다. 전년 동월 대비 각각 2.7배, 3.5배씩 늘어난 규모다.

바이낸스 로고 일러스트. /연합뉴스

◇해외 코인 추적 안 돼 “세금 회피 악용 우려”

해외에서 가상 화폐 투자로 벌어들인 외화를 원화로 바꾸려면 해외 거래소에서 한국 거래소로 다시 보내 환전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런 이유로 해외 거래소에서 국내로 들어오는 자금도 갈수록 커져, 지난 1~9월 해외에서 국내 5대 거래소로 유입된 자금이 123조5000억원을 기록했다.

해외 거래소에서의 가상 화폐 투자엔 위험도 따른다. 특히 레버리지 선물 투자는 기대 이익만큼 손실 위험도 커서 최악의 경우 원금을 순식간에 날릴 수 있다. 아울러 달러 스테이블코인을 통해 투자할 때 달러 가치가 올라가면 이익이지만, 반대의 경우 환차손을 보게 된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정부 입장에선 일단 한국을 빠져나간 가상 화폐와 이로 인한 수익을 추적하기 어렵다는 점이 문제다. 김형중 국민대 교수는 “한 번 해외 거래소로 자금이 옮겨가면 그때부터는 한국으로 들어오기 전까지 전혀 추적이 안 된다. 세금을 회피하거나 부정하게 축적한 자산을 해외로 빼돌리는 데 악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정부는 2027년부터 가상 화폐를 팔아서 거둔 이익에 세금을 물릴 예정인데, 해외 거래소에서 발생한 이익은 추적이 안 되니 과세에 구멍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현재 국세청의 가상 화폐 과세 전담 인력은 두 명에 불과하다.

과세 당국은 해외 거래소에서 국내 거래소로 가상 화폐를 가져올 때 투자자가 가상 화폐 취득 가격을 입력하는 ‘자진 신고’ 방식을 활용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투자자가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취득 가격을 조작할 수 있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2027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가상자산 자동 정보 교환 체계(CARF)’가 도입되면 해외 거래소 내역도 확인할 수 있지만, 이는 전체 거래량만 알려줄 뿐 개별 거래 내역을 보여주지는 못한다는 점에서 한계는 여전하다. 박수영 의원은 “국내에서 해외로의 ‘코인 무브’ 속에서 투자자 보호와 과세 대비는 구멍투성이”라며 “가상 화폐 유출에 대비한 제도 개선과 대비가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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