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산의 무덤'이라더니..日 여고생 '필수템'됐다[르포]


【 도쿄(일본)=이정화 기자】 "피부 알레르기가 있어서 제품 성분을 꼼꼼히 봐요. 한국 제품은 진정 효과가 좋아서 계속 쓰게 돼요."
지난 3일 젊은 소비자와 관광객이 몰리는 도쿄 시부야의 로프트(LOFT) 매장에서 만난 직장인 후쿠나가씨(24)는 "3년 전부터 한국 스킨케어 브랜드 아누아를 써왔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요즘 일본의 젊은 세대는 화장품 성분을 먼저 보고 결정한다"며 "주변에서도 K뷰티 제품을 쓰는 사람이 많다"고 했다.
로프트 직원도 "K뷰티 기획전을 열면 매출이 눈에 띄게 늘고, 평소에도 꾸준히 잘 나간다"며 "아누아나 달바처럼 '진정·수분' 등 성분 중심의 브랜드가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K뷰티 매대 앞에서는 아누아 팩을 유심히 살펴보는 외국인 관광객과 토리든, 에스트라 제품을 꼼꼼히 비교하는 일본 남성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한쪽에서는 백인 여성이 마스크팩 성분표를 번갈아 읽으며 제품을 고르고 있었다. 대부분 처음 보는 브랜드라도 패키지나 설명 라벨을 꼼꼼히 확인하는 모습이었다.
K뷰티가 '기능성·성분력'을 전면에 내세운 제품 전략으로 '한국산의 무덤'인 일본 시장에서 입지를 확고히 하고 있다. 한국에서 온라인 기반으로 성장한 브랜드들이 서울 성수동에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며 브랜드 경험을 확장한 것처럼, 일본에서도 도쿄 중심부에 오프라인 매장을 내며 '브랜드 실체'를 강화하는 단계로 옮겨가고 있다.
13일 일본 수입화장품협회에 따르면 K뷰티는 올해 1·4분기 일본 수입화장품 시장에서 점유율 32.6%로 12분기 연속 1위를 기록했다. 한국으로부터의 수입액은 360억4000만엔(약 3471억원)으로 전년 대비 22.9% 증가했으며, 전체 화장품 수입(1104억8000만엔, +10.3%)보다 두 배 이상 빠르게 성장했다. 특히 스킨케어·베이스 메이크업 부문에서 점유율 44.3%, 컬러 메이크업에서는 48%를 차지하며 고른 성장세를 보였다.

K콘텐츠와 뷰티 브랜드가 공존하는 복합 한류 거리인 신오쿠보 일대는 K뷰티 브랜드의 '테스트베드'로 자리잡고 있다. 다양한 색상과 감각적인 패키지, 브랜드 특유의 정체성이 일본 로컬 브랜드와 차별화되며 현지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한인타운 특유의 접근성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확산력을 바탕으로, 지난해 8월 문을 연 데이지크(Dasique) 매장은 주말마다 젊은 여성 소비자들로 붐빈다.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퓌(fwee) 매장도 일본 MZ세대 소비자들로 붐볐다. 지난 3일 퓌 도쿄 아지트 매장에서 만난 한 여고생은 "퓌는 10대 사이에서 대인기"라며 "패키지가 귀엽고 색도 다양해서 좋아한다"고 말했다. 매장에서 만난 또다른 소비자는 "SNS를 통해 브랜드를 처음 알게 됐는데, 케이스가 다양해서 인기가 많다"며 "신제품이 나왔다고 하면 매장에 직접 와서 제품을 보거나 큐텐에서 사기도 한다"고 전했다.

인디 브랜드뿐 아니라 뷰티 대기업들도 일본 내 브랜드 전략을 재정비하며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LG생활건강은 VDL·CNP 등을 중심으로 온라인(큐텐·라쿠텐·아마존)과 오프라인을 병행하며, 일본 전용 제품과 인플루언서 협업을 확대하는 현지화 전략을 가동 중이다. CNP는 일본 소비자 니즈에 맞춰 PDRN·나이아신아마이드 성분을 강조한 라인업을 강화했다. 또, 리뷰와 제품 설명을 꼼꼼히 확인하는 현지 소비자 특성에 맞춰 임상 데이터까지 상세히 제시하는 '근거 중심 마케팅'을 전개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은 K뷰티 브랜드의 '성분·기능력'이 꾸준히 검증된 시장으로, 제품력 중심의 소비가 정착되고 있다"며 "한국 기업들은 오프라인 플래그십을 통해 브랜드 경험을 확장하며, 현지 소비자 접점을 넓혀가는 단계"라고 말했다.
clean@fnnews.com 이정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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