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평선] 캄보디아, 한국인 킬링필드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한국일보>
캄보디아는 한때 인도차이나반도의 대부분을 차지했던 크메르 제국(Khmer Empire·802~1432)의 후손이다.
그런데 이후 캄보디아 내전에서 미국과 중국이 지원한 쪽은 크메르루주였다.
□ 이런 캄보디아에서 한국인 대학생이 납치된 뒤 고문을 받다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캄보디아는 한때 인도차이나반도의 대부분을 차지했던 크메르 제국(Khmer Empire·802~1432)의 후손이다. 지금의 태국과 라오스 전역은 물론 베트남 남부도 제국의 땅이었다. 전성기 영광을 엿볼 수 있는 게 바로 앙코르와트다. 비시누 신이 다스리는 힌두교의 이상향을 구현한 12세기 건축물로, 세계문화유산이다. 1953년 프랑스 식민지에서 독립한 후에도 수도 프놈펜은 한동안 ‘동남아의 파리’로 불렸다.
□ 그러나 1974년 ‘붉은 크메르’란 뜻의 극좌 공산주의 무장 단체 크메르루주(Khmers rouges)가 집권하며 대학살이 벌어지는 킬링필드(The Killing Fields)로 전락한다. 중국 마오쩌둥의 대약진운동과 문화대혁명을 동경한 1인자 폴 포트는 안경을 쓰고 자본주의에 물들었다는 이유만으로 수많은 지식인과 도시민을 숙청했다. 4년간 국민의 4분의 1인 200만 명이 숨졌다. 악몽은 폴 포트가 베트남인들까지 학살하자 1979년 베트남군이 프놈펜을 점령하며 끝나는 듯했다. 그런데 이후 캄보디아 내전에서 미국과 중국이 지원한 쪽은 크메르루주였다. 미국은 베트남을 견제하는 게 급했고, 중국은 영향력을 유지하고 싶었다. 냉혹한 국제사회의 민낯이다.
□ 이런 캄보디아에서 한국인 대학생이 납치된 뒤 고문을 받다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캄보디아는 이미 국제 온라인 사기 범죄 집단의 온상으로, 인신매매와 구타, 전기 고문 등이 다반사라는 게 유엔의 보고다. 중국인을 총책으로 한 범죄가 횡행하는 데도 캄보디아 정부가 묵인하고 있는 건 돈 때문이다. 캄보디아 국내총생산에서 이런 사기 산업의 비중은 40%에 달한다. 중국은 대운하까지 건설해주고 있다. 외세에 의지하다 치안 주권까지 포기한 셈이다.
□ 한때의 제국이 민폐국이 되는 과정은 결국 국민과 주권을 지키려면 스스로의 힘을 키울 수밖에 없다는 교훈을 준다. 그 힘의 근간은 경제에서 나온다. 거짓말이라고 의심할 만한데도 캄보디아행 비행기를 타는 이들이 많은 건 그만큼 궁지에 몰렸다는 얘기다. 민생을 살리고 국내 일자리를 창출하는 게 이역만리에서 벌어지고 있는 한국인의 비극을 막는 근본책이다.
박일근 수석논설위원 ikpark@hankookilbo.com
Copyright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인터뷰] "체격 큰 청년도 맞아서 뼈 부러져… 캄보디아서 올해만 400명 구조" | 한국일보
- [단독] 캄보디아 간 아들 연락 두절… 대사관 문의하니 "아들이 직접 신고하라" | 한국일보
- '11개월 영아 성폭행' 英 유명 가수, 교도소서 폭행당해 사망 | 한국일보
- '궤도'가 받은 정직 2개월… "직장인 유튜버, 회사가 징계할 수 있나요?" | 한국일보
- "납치 얼마나 많길래"… 캄보디아 쓰레기통서 외국인 여권 '와르르' | 한국일보
- [단독] "대왕고래 대박" 발표 2년 전, "경제성 없다" 통보 무시한 석유공사 | 한국일보
- "이대로면 서울·부산도 어려워"... 정청래 '강경 행보'에 커지는 지방선거 위기감 | 한국일보
- "'대치동 마약음료' 가담한 중국인이 캄보디아 대학생 살해 용의자" | 한국일보
- [단독] "尹 인수위 관계자, 용역사에 '양평고속도로 대안 노선 홍보' 주문" | 한국일보
- 캄보디아에 사기 작업장 최소 100여 곳… "정부가 방치·묵인해 성장" | 한국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