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평선] 캄보디아, 한국인 킬링필드

박일근 2025. 10. 13.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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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캄보디아는 한때 인도차이나반도의 대부분을 차지했던 크메르 제국(Khmer Empire·802~1432)의 후손이다.

그런데 이후 캄보디아 내전에서 미국과 중국이 지원한 쪽은 크메르루주였다.

□ 이런 캄보디아에서 한국인 대학생이 납치된 뒤 고문을 받다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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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높은 벽과 보안 카메라로 둘러싸인 캄보디아 온라인 사기 작업장 항공샷. 국제 앰네스티 보고서

캄보디아는 한때 인도차이나반도의 대부분을 차지했던 크메르 제국(Khmer Empire·802~1432)의 후손이다. 지금의 태국과 라오스 전역은 물론 베트남 남부도 제국의 땅이었다. 전성기 영광을 엿볼 수 있는 게 바로 앙코르와트다. 비시누 신이 다스리는 힌두교의 이상향을 구현한 12세기 건축물로, 세계문화유산이다. 1953년 프랑스 식민지에서 독립한 후에도 수도 프놈펜은 한동안 ‘동남아의 파리’로 불렸다.

□ 그러나 1974년 ‘붉은 크메르’란 뜻의 극좌 공산주의 무장 단체 크메르루주(Khmers rouges)가 집권하며 대학살이 벌어지는 킬링필드(The Killing Fields)로 전락한다. 중국 마오쩌둥의 대약진운동과 문화대혁명을 동경한 1인자 폴 포트는 안경을 쓰고 자본주의에 물들었다는 이유만으로 수많은 지식인과 도시민을 숙청했다. 4년간 국민의 4분의 1인 200만 명이 숨졌다. 악몽은 폴 포트가 베트남인들까지 학살하자 1979년 베트남군이 프놈펜을 점령하며 끝나는 듯했다. 그런데 이후 캄보디아 내전에서 미국과 중국이 지원한 쪽은 크메르루주였다. 미국은 베트남을 견제하는 게 급했고, 중국은 영향력을 유지하고 싶었다. 냉혹한 국제사회의 민낯이다.

□ 이런 캄보디아에서 한국인 대학생이 납치된 뒤 고문을 받다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캄보디아는 이미 국제 온라인 사기 범죄 집단의 온상으로, 인신매매와 구타, 전기 고문 등이 다반사라는 게 유엔의 보고다. 중국인을 총책으로 한 범죄가 횡행하는 데도 캄보디아 정부가 묵인하고 있는 건 돈 때문이다. 캄보디아 국내총생산에서 이런 사기 산업의 비중은 40%에 달한다. 중국은 대운하까지 건설해주고 있다. 외세에 의지하다 치안 주권까지 포기한 셈이다.

□ 한때의 제국이 민폐국이 되는 과정은 결국 국민과 주권을 지키려면 스스로의 힘을 키울 수밖에 없다는 교훈을 준다. 그 힘의 근간은 경제에서 나온다. 거짓말이라고 의심할 만한데도 캄보디아행 비행기를 타는 이들이 많은 건 그만큼 궁지에 몰렸다는 얘기다. 민생을 살리고 국내 일자리를 창출하는 게 이역만리에서 벌어지고 있는 한국인의 비극을 막는 근본책이다.

박일근 수석논설위원 ik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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