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장 선거 ‘과반 득표’ 결선투표제 논의 불붙을까

이동욱 기자 2025. 10. 13.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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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양성 정치 지역에서부터 (2) 자치단체장 결선투표제
수백표 차 신승 사례… 대표성 결여 논란도
국회 선거법 개정안 발의했지만 논의 제자리
시도지사부터·보완투표제 등 대안 검토 가능
(1)2022년 6월 지방선거 당시 박종우 거제시장 당선자가 선거사무실에서 서일준 국회의원과 환호하고 있다. (2)같은 날 천영기 통영시장 당선자가 선거사무실에서 정점식 국회의원과 환호하고 있다. /경남도민일보 DB

2022년 6월 지방선거 당시 거제·통영시장 선거는 피 말리는 접전이었다.

먼저 거제시장 선거에서 박종우 국민의힘 후보는 4만 4790표(45.89%)를 얻어 당선됐다. 2위 변광용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얻은 4만 4403표(45.50%)와는 불과 387표(0.39%포인트) 차이였다. 역대 거제시장 선거 가운데 최소 표차 신승이었다. 당연히 개표 때는 엎치락뒤치락 결과가 바뀌었고 투표일 다음날 아침에야 당락이 결정됐다.

통영시장 선거에서는 천영기 국민의힘 후보가 2만 3365표(38.93%)를 얻어 승리했다. 2위 강석주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얻은 2만 1686표(36.13%)와는 1679표(2.8%포인트) 차로 역시 진땀승이었다. 3위 서필언 무소속 후보는 1만 3805표(23%)를 얻었다.

같은 시기 경남 지방자치단체장 선거 결과를 보면 하동군수 하승철 무소속 후보(46.32%), 의령군수 오태완 무소속 후보(47.36%), 창녕군수 김부영 국민의힘 후보(49.59%)가 모두 당선됐으나 득표율 50%를 넘기지 못했다.

단순히 비교적 많은 표를 얻은 후보가 지방자치단체장으로 당선되는 선거 제도는 주민 의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낮은 득표율은 지자체장 취임 이후 정책 동력 확보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지자체장 선거에서 과반 표를 얻는 후보자를 당선자로 결정하고, 과반 득표자가 없으면 또 한 차례 선거로 최종 결과를 내는 결선투표제를 도입하자는 제안이 끊이지 않았다.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결선투표제 도입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다시 커질지 주목된다.

국회 논의 첫발 떼는 듯했지만…

국회에서는 지자체장 선거 결선투표제 도입과 관련한 공직선거법 개정 논의가 첫발을 떼는 듯했지만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지난해 8월 천하람(개혁신당·비례) 의원 등 12명은 선거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당시 "여야 원내 모든 정당에서 1명 이상 의원이 초당적으로 참여한 법안"이라고 알렸다. 이 개정안은 같은 해 11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올랐으나 진전이 없다.

이 개정안은 "현행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에서 이뤄지는 단순다수대표제는 사표(死票·낙선한 후보자에게 던진 표)가 과도하게 발생해 민의를 제대로 수렴하지 못하고 당선자의 민주적 대표성이 결여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며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에 절대다수대표제 일종인 결선투표제를 도입하고자 한다"는 취지를 담았다.

현행 선거법상 당선자를 '유효투표의 다수를 얻은 자'에서 '유효투표의 과반수를 얻은 자'로 바꾸는 것이 핵심이다. 지자체장 선거에서 유효투표 과반을 얻은 후보자를 당선자로 결정하고, 과반 득표자가 없을 때는 결선투표를 진행해 유효투표 다수를 얻은 자를 당선자로 결정하는 내용이다.

두 차례 선거를 연달아 치르면 선거 비용이 과다하게 발생하고 선거 과열 현상도 빚어질 수 있다. 이를 방지하고자 개정안은 결선투표일을 본선거일 후 7일이 되는 날로 하고 결선투표 선거운동은 선거공보, 방송연설, 방송토론 등으로 한정했다.

국회에서는 1995년 1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이후 광역단체장 당선자 가운데 절반 이하 득표자를 24명으로 파악했다. 프랑스·독일·브라질 등 국가가 이미 대통령을 뽑을 때 결선투표제를 시행하는 점도 강조한다.

경남도지사 선거만을 살펴보면 2010년부터 득표율 50%를 넘긴 후보가 계속 당선됐다. 1~2위 후보 득표율은 △2010년 김두관 무소속(53.50%)-이달곤 한나라당(46.49%) △2014년 홍준표 새누리당(58.85%)-김경수 새정치민주연합(36.05%) △2018년 김경수 더불어민주당(52.81%)-김태호 자유한국당(42.95%) △2022년 박완수 국민의힘(65.70%)-양문석 더불어민주당(29.43%)이었다. 올 6월 21대 대선에서 경남지역 득표율은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가 112만 3843표로 51.99%,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85만 1733표로 39.40%를 각각 기록했다.

소수정당 지지 '사표' 방지

올 2월 국회입법조사처 허석재 정치의회팀 입법조사관은 선거법 개정안 입법영향분석(지방자치단체장 선거의 결선투표제 도입) 보고서를 냈다.

한 선거구에서 1명을 뽑는 '소선거구제'에서는 후보자 가운데 가장 많은 표를 얻으면 당선자가 된다. 이는 선거 자체가 양대 정당 간 경쟁 구도로 굳어지고 당선 가능성이 작은 제3후보 지지표는 당선자 결정에 반영되지 않아 사표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또 3위권 이하 입후보 희망자는 출마를 꺼리는 환경이 돼 지방정치에서 다양성을 저하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지자체장 선거 결선투표제를 두고 허 조사관은 "현행 제도보다 양자 대결로 누구에게나 승리하는 '콩도르세 후보자'(투표 방법론 용어·다른 모든 후보자와 일대일 대결을 했을 때 과반을 얻어 승리하는 후보자)가 최종 당선될 확률이 높아질 것"이라며 "1·2위 간 경쟁 구도로 압축되는 현 제도보다 더 많은 후보자가 입후보할 것으로 사료되고 유권자 선택지가 많아져 3위권 이하 후보자 선호를 반영해 투표해도 사표가 될 가능성이 작아지며 소수정당 추천 후보자가 입후보하기 나은 환경이 조성된다"고 짚었다.

아울러 "해외 사례를 보면 결선투표제를 도입하더라도 1차 투표에서 최다 득표자가 결선투표에서 패배하는 사례는 많지 않은 것으로 나타난다"면서 "1차 투표보다 2차 투표는 투표율이 낮아지는 경향이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이번 개정안은 후보자가 1인인 시도나 시군구도 현행처럼 무투표 당선이 아니라 선거권자 총수 3분의 1 이상을 득표해야 당선자로 결정하는 내용도 담았다. 이는 1인이 입후보한 선거구에서도 선거운동을 활성화할 장치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보완투표제' 제안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결선투표제 도입을 놓고 국회가 입법으로 정할 사항이라며 결선투표를 치를 때는 추가 비용이 발행해 선거비용 제한액 조정이 필요하다는 견해를 냈다. 국회에서는 20대부터 현재 22대 전까지 지자체장 선거에 결선투표제를 채택하는 법률안이 5건 제출됐으나 모두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2023년 3월 박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대통령·지자체장 선거에 결선투표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선거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개표 결과 유효투표 과반을 얻은 후보자가 없으면 1·2위 득표자를 대상으로 결선투표를 진행하며, 결선투표 유효표 다수 득표자를 당선자로 정하는 방식이다.

이 개정안은 대통령 선거 결선투표를 선거일 후 21일, 지자체장 선거 결선투표를 선거일 후 14일이 되는 날에 진행하자는 내용이다. 또 대통령 결선투표 사전투표는 선거일 후 17일째, 지자체장 결선투표 사전투표는 선거일 후 10일째로 각각 정했다.

국회가 현재 극한 갈등을 넘어 정당 지도부 간 합의로 정치개혁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정치관계법 협상에 나설지 지켜볼 대목이다. 당장 결선투표제를 모든 지자체장 선거에 적용하기 어렵다면, 광역단체장 선거부터 도입하자는 제안도 있다.

하승수 변호사(공익법률센터 농본 대표)는 "대통령 선거에서 결선투표제는 헌법 개정 사항이라며 의견이 갈리지만 지자체장 선거에서 결선투표제는 위헌 논란 없이 선거법 개정으로 가능하고, 유권자들도 새로운 제도에 차츰 적응할 수 있어 앞으로 대선까지 순차적으로 도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 변호사는 "문제는 결선투표제를 도입해 투표를 두 차례 하면 선거 비용이 커져 논란이 있다는 점"이라며 "가능하면 투표를 두 차례 하지 않을 수 있는 유사 제도를 발견했는데 영국 런던시장 선거에서는 2020년까지 보완투표제를 2회 시행한 바 있다. 1순위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없어 2순위 투표까지 개표한 사례였는데 유권자가 1순위로 지지하는 후보에게 소신 투표를 하고 2순위로는 정책 협력이 가능한 후보에게 차선 또는 차악이지만 현실적 투표를 하는 제도"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지금은 정치적 판단에 따라 이 제도를 없앤 것으로 알고 있지만 선택의 기회가 다양하게 보장되고 선거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고 정당끼리는 정책 경쟁과 협력을 촉진하는 효과가 있다"면서 "기초지자체장까지 한꺼번에 어렵다면 광역단체장 선거에 먼저 도입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동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