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부에게도 위고비를 처방?… “복지부 이제라도 현장점검 적극 나서야”
부작용 문제 심각… 식약처·복지부 통제 수단 없어

'위고비', '마운자'로 등 비만치료제가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 투약 기준을 벗어나 어린이와 임신부에게까지 처방되는 것으로 나타나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급증하는 처방과 부작용 사례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관리·감독이 사실상 의료기관 자율에 맡겨져 있다며 체계적인 모니터링 강화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남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3일 보건복지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내에 위고비가 판매된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8월까지 만 12세 미만 어린이에게 69건이 처방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임신부에게는 194건이나 처방됐다.
또 다른 비만치료제인 삭센다는 2021년 한 해 어린이에게 67건, 임신부에게 179건 처방된 것으로 확인됐다.
비만치료제가 이비인후과와 같이 비만과 관련 없는 의료기관이나 진료과에서 처방되고 있다는 점도 큰 문제다.
김 의원이 심평원으로부터 받은 위고비 공급내역 자료를 보면 정신건강의학과 2453건, 산부인과 2247건, 이비인후과 3290건, 소아청소년과 2804건, 비뇨의학과 1010건 등에서 1000건 이상의 위고비 처방이 이뤄졌다. 안과(864건), 치과(586건), 진단방사선과·영상의학과(104건) 등에서도 위고비가 수백건 이상 처방됐다.
위고비는 반드시 의사의 진단 후 처방이 이뤄져야한다. 하지만 비만과 무관환 진료과목 의료기관에서 처방받을 경우 정확한 진단이 이뤄졌을지 의문이 제기된다.
위고비 등의 무분별한 처방에 따른 부작용 문제도 심각하다. 건장한 성인도 비만치료제의 부작용으로 구토, 설사, 두통, 변비 등 가벼운 증상부터 췌장 질환 등 중대한 부작용까지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위고비가 국내 시판된 이후 국내에서 급성췌장염을 겪은 환자는 151명, 담석증 560명, 담낭염 143명, 급성신부전 63명, 저혈당 44명 등 총 961명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응급실을 찾은 환자는 급성췌장염 19명, 담석증 76명, 담낭염 39명, 급성신부전 18명, 저혈당 7명 등 159명에 이른다.
최근 일라이릴리의 '마운자로'까지 국내 출시되며 원칙 없는 처방과 투약 남용으로 국민의 건강의 사각지대만 넓어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마운자로는 지난 8월 출시 이후 약 열흘 만에 위고비의 국내 출시 첫달 처방량을 뛰어넘은 약 1만8500건이 처방된 바 있다.
다만 위고비는 비급여 전문의약품으로 식약처나 복지부 모두 처방에 대한 실질적인 감독권이나 통제 수단이 없다. 식약처와 복지부는 전국 지역 의사회와 지역의약품안전센터 등에 'GLP-1 계열 비만치료제 안전사용 안내서'를 배포하거나 대한병원협회를 통해 각 병원에 위고비 오남용 방지에 협조해달라는 공문을 보내며 사실상 의료기관의 자율적 판단에만 의존하는 실정이다.
이에 김 의원은 "이제라도 복지부는 비만치료 주사제 안전 처방기준을 만들고, 의료현장에 대한 점검과 조사를 통해 환자 안전을 위한 행정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의료계 관계자 역시 "전국 병원에서 이뤄지고 있는 비만치료제 처방을 일일이 다 막을 수는 없다"며 "부작용 모니터링 체계를 갖추는 게 급선무"라고 전했다.
이미선 기자 alread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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