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 게임'의 그림자를 넘어, 일본식 서바이벌 데스 게임의 미학
[김형욱 기자]
넷플릭스 오리지널 일본 시리즈 '아리스 인 보더랜드'는 출발부터 불운했다. 한국의 <오징어 게임>이 전 세계를 휩쓴 직후, 같은 서바이벌 데스 게임 장르로 분류된 탓에 '아류작'이라는 비판이 따라붙었다. 그러나 이 작품은 물러서지 않았다. 피 튀기는 경쟁보다 '게임' 그 자체의 구조와 인간 내면의 심리에 천착한 결과, 일본 특유의 서정과 잔혹미가 공존하는 세계를 구축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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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아리스 인 보더랜드> 포스터. |
| ⓒ 넷플릭스 |
"살고자 하면 죽을 것이요, 죽고자 하면 살 것이다"
대학을 중퇴하고 게임만 하며 살아온 청년 아리스는 친구들과 시부야 거리로 나갔다가 갑자기 모든 사람이 사라진 세계에 떨어진다. 이곳은 '보더랜드'라 불리며, 각자에게 체류 기한을 뜻하는 '비자'가 주어진다. 비자를 연장하려면, 즉 살아남으려면 목숨을 건 게임을 계속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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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아리스 인 보더랜드>의 한 장면. |
| ⓒ 넷플릭스 |
게임을 클리어할수록 아리스는 깨닫는다. 결국 게임을 만든 것도, 게임을 이기는 것도 사람이다. 인간의 욕망과 두려움이 만들어낸 세계 속에서 그는 한 가지 진실에 다가간다.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을 때, 비로소 삶이 시작된다"는 것이다. <아리스 인 보더랜드>가 던지는 메시지는 단순한 생존의 기술이 아니다, 삶을 대하는 태도에 관한 이야기다.
일본의 불안, 그리고 인간의 도피 본능
<아리스 인 보더랜드>는 표면적으로는 게임 액션물처럼 보이지만, 그 속에는 일본 사회의 깊은 상처와 트라우마가 숨어 있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일본은 '내일이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불안을 집단적으로 경험했다. 보더랜드는 그 불안의 시각화다. 끊임없이 흔들리는 대지, 예고 없이 찾아오는 재난, 언제든 사라질 수 있는 일상. 작품 속 세계는 현실과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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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아리스 인 보더랜드>의 한 장면. |
| ⓒ 넷플릭스 |
인간 존재를 묻는 일본식 SF 스릴러
<아리스 인 보더랜드>의 매력은 화려한 액션이나 잔혹한 게임의 설정에만 있지 않다. 그 안에는 철저한 인간 탐구의 시선이 녹아 있다. 아리스의 여정은 곧 인간이 스스로 만든 경쟁 사회 속에서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확장된다. 사회라는 보더랜드, 생존을 위해 타인을 밀어내야 하는 현실 속에서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시부야의 화려한 네온 아래, 모두가 사라진 도심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고요한 종말의 게임. 그 속에서 피어나는 미세한 인간성의 불꽃이야말로, 이 시리즈가 세계적인 사랑을 받은 진짜 이유다. 하여 <아리스 인 보더랜드>는 잔혹하고도 아름답다. 죽음을 통해 삶을 배우고, 절망 속에서 희망을 찾는 이야기를 전하니까.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여전히 스크린 앞에서 '보더랜드'의 다음 게임을 기다리는 이유일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singenv.tistory.com과 contents.premium.naver.com/singenv/themovie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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