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다의 사유를 따라 걷는 여행’ <하·끝>사유의 방에서 만나는 ‘生佛’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 2층 ‘사유의 방’에는 삼국시대에 제작된 금동(金銅·동에 금을 입힘) 불상 두 점이 턱에 손가락을 얹은 독특한 자세와 평온한 표정으로 관람객을 사로잡는다. 부처가 출가수행 중 깊은 사색에 잠긴 모습을 형상화한 반가사유상(半跏思惟像)이다.
사유의 방은 이름 그대로 생각과 성찰, 사유(思惟)를 경험하도록 설계된 공간이다. 기존 박물관 전시가 주로 작품을 감상하고 지식을 습득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한계를 극복하고자 기획됐다.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현대 관람객은 단순한 관람만으로는 깊은 경험을 느끼기 어렵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됐으며, 이를 보완하기 위해 관람객이 작품과 상호작용하며 내면적 체험을 할 수 있도록 몰입형 전시와 감각적 경험을 강조한 것이다. 이를 위해 공간 설계와 미디어아트가 적극 활용됐다.

코너를 돌면 드디어 먼 발치에 두 점의 불상이 모셔진 사유의 방이 한눈에 들어오는데, 공간은 초현실적으로 설계되어 미세하게 기울어진 벽과 바닥을 통해 관람객이 반가사유상을 올려다보도록 유도한다. 이러한 설계 덕분에 마음이 자연스럽게 편안해지고 긴장이 풀린다. 또 낮은 조도와 반짝이는 천장, 은은한 조명 등이 공간을 감싸며, 외부의 소음과 시선을 최소화하여 관람객이 부처의 사유에 몰입하도록 돕는다. 평범한 전시 공간에서 한 발 더 나가 불상과 마주하며 마음을 정화하는 수행적 공간으로 느껴지는 것이다. 관람객이 많지 않은 평일에 가면 마치 법당에 앉아 기도하는 시간처럼 조용한 명상의 장이 조성된다는 평도 많다.
사유의 방 입구에서 보면 왼쪽의 불상이 국보 제78호 ‘금동 미륵보살 반가사유상’이다. 6세기 후반에 제작됐으며, 높이 약 80cm에 날카로운 콧대와 또렷한 눈매, 화려한 장신구, 정제된 옷 주름, 머리에 특이한 형태의 삼면보관(三面寶冠)을 쓰고 있다. 오른쪽은 국보 제83호 ‘금동 미륵보살 반가사유상’이다. 7세기 전반에 제작됐으며, 높이 약 93cm에 머리에는 3개의 둥근 산 모양의 보관(寶冠)을 쓰고 있고, 두 줄로 융기된 목걸이와 물결치듯 입체적으로 흘러내린 옷 주름이 역동성을 더한다.

사유의 방을 관람할 때 주목할 관전 포인트는 반가사유상이 ‘인간적 사유’에서 ‘초월적 사유’로 나아가는 정신적 여정을 형상화하고 있다는 이해이다. 한 인간이 고통과 존재의 의미를 깊이 성찰하는 것이 인간적 사유라면, 그 사유가 이성과 논리를 넘어 깨달음의 경지에 이르는 과정이 바로 초월적 사유라 할 것이다. 반가사유상의 미소와 손끝에는 그러한 사유의 전환이 지닌 고요한 울림이 담겨 있다.

일본 나라(奈良)의 고류지(廣隆寺) 반가사유상도 이 불상들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조형 전통을 이어받았다는 점에서 한국의 반가사유상은 동아시아 불교 조각의 중심축으로 평가받는다.
국립중앙박물관이 지난 8월 26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8월 25일까지 누적 관람객은 418만 9822명으로, 1945년 박물관이 문을 연 이래 최고를 기록했다. 전체 방문객 중 국내 관람객은 404만 6576명, 외국인 관람객은 14만 3246명이었다. 올해 남은 기간의 관람객 수를 더하면 연말까지 총 50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가히 ‘박물관 광풍’이라 할 만하다. 국내외 관람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으며, 이는 한국 전통문화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음을 보여준다. 특히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 등장하는 보이그룹 ‘사자보이즈’의 갓(모자), 디즈니 캐릭터 ‘더피’의 호랑이 등 전통적 모티프가 큰 화제를 모으면서, 한류는 이제 K-팝과 K-푸드를 넘어 K-전통으로 확장되는 흐름을 증명하고 있다. 전시장 곳곳에서는 바닥에 앉아 교사의 설명을 경청하는 유치원생과 초등학생들의 모습도 쉽게 볼 수 있다. 그들의 눈빛 속에는 새로운 세대가 전통을 배우고 즐기는 문화재 교육의 열기가 고스란히 느껴진다.
삶에 지친 현대인이라면 잠시 일상의 번잡함을 내려놓고, 한 번쯤 ‘사유의 방’에 들러 형상과 집착을 넘어서는 고요한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단 몇 분이라도 그 적막한 공간 속에서 부처의 사유와 함께 마음을 가라앉히며 자신의 내면을 마주한다면, 그 자체로 충분한 치유의 시간이 된다. 부처의 깊은 성찰과 평온함에 마음이 닿는 순간, 불상은 어느덧 ‘살아있는 부처’처럼 느껴지고, 형상을 넘어선 안정과 평화가 조용히 마음속을 채워간다. 이러한 사유의 깊이가 아시아 불상에 대한 새로운 영감을 낳으며, 그 관심은 앞으로도 무수한 예술과 철학의 소재로 생명력을 이어갈 것이다.
정성수 종교전문기자 hulk1983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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