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국정감사 첫날부터 ‘집단 불출석’

정성현 기자 2025. 10. 13.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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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 vs 책임공방' 삼권분립 정면충돌
이재명 정부 첫 국정감사가 시작된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 조희대 대법원장이 출석해 있다. 연합뉴스

13일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대법원 국정감사에서 핵심 증인들의 불출석이 이어지며, 이재명 정부 첫 국정감사가 첫날부터 파열음을 냈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증언을 거부했고,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사건을 심리 중인 지귀연 부장판사와 심우정 전 검찰총장, 한덕수 전 총리 등도 잇따라 출석하지 않았다.

이날 오전 10시께 국회에 출석한 조 대법원장은 모두발언에서 "저에 대한 국정감사 증인 요구는 계속 중인 재판 합의 과정을 해명하도록 하는 것으로, 헌법 제103조와 국정감사법 제8조에 위배된다"며 "법관을 증언대에 세우면 재판이 위축될 수 있다. 삼권분립을 갖춘 법치국가에서 보기 드문 일"이라고 말했다.

추미애 법사위원장은 "관례를 이유로 책임을 피하지 말라"며 참고인 신분의 질의를 강행했다. 이에 국민의힘은 "헌법 파괴 행태"라며 반발했다. 나경원 의원은 "대법원장 이석은 관례이자 삼권분립의 존중"이라며 "그 논리면 대통령도 상임위에 나와야 하느냐"고 맞섰다.

법관들의 집단 불출석도 이어졌다. 윤석열 전 대통령 내란 사건을 심리 중인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는 지난 10일 불출석 의견서를 제출했다. 그는 "국감 신문은 진행 중 재판의 합의 과정을 묻는 것으로 헌법과 법률에 반한다"며 "증인으로서 출석이 어렵다"고 밝혔다. 오경미·이흥구·이숙연·박영재 대법관도 "합의 비공개 원칙"을 이유로 불출석 사유서를 냈다.

심우정 전 검찰총장도 "계속 중인 수사·재판에 미칠 영향"을 이유로 법무부 국감 불출석 입장을 밝혔다.

여야의 공방은 격화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사법부가 헌법을 방패로 책임을 회피한다"며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국민의힘은 "입법부가 사법권을 침해하는 위험한 선례를 남겼다"고 반박했다. 조 대법원장의 서면답변 비공개를 둘러싸고는 '여야 패싱 논란'도 불거졌다.

핵심 쟁점은 '대선 개입 의혹'이다. 민주당은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신속한 파기환송 경위를 추궁하겠다는 입장이고, 국민의힘은 "헌법상 재판 독립을 침해한다"고 맞서고 있다. 주요 증인들의 불출석이 확정되면서 현안 규명이 제한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법사위 감사는 대법원과 법원행정처 등으로 이어졌지만, 질의는 잦은 이의제기로 수시로 중단됐다. 국회 국정감사권과 사법부 독립의 경계가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회 법사위는 이날 첫 국정감사 일정으로 △대법원(법원행정처) △사법연수원 △사법정책연구원 △법원공무원교육원 △법원도서관 △양형위원회 △윤리감사관에 대한 감사를 진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