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양 철강업계, EU발 ‘관세폭탄’ 직격…지역경제 비상

박성원 선임기자·광양=안영준 기자 2025. 10. 13.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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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이어 고율 관세·수입량 제한
세계 1·2위 수출시장 잇단 ‘장벽’
광양제철소·연관기업 타격 불가피
유럽 탄소세 도입…추가 부담 악재
“‘K-스틸법’ 조속 제정·지원 시급”
광양 철강업계가 미국에 이은 유럽연합(EU)의 수입 철강에 대한 고율 관세 조치로 직격탄을 맞게 되면서 지역경제에 비상이 걸렸다. 사진은 광양항 전경. 광양시 제공

광양 철강업계가 미국에 이어 유럽연합(EU)까지 가세한 고율 관세 조치에 직격탄을 맞으며 비상이다.

EU가 철강 수입에 대한 무관세 쿼터를 대폭 줄이고 초과 물량에 50%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하면서, 광양제철소를 중심으로 한 지역 철강 생태계 전반이 '관세 폭탄'의 여파에 휘청이고 있다.

국내 철강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과 지역경제 보호를 위해 국회에 발의된 '철강산업 진흥 및 탈탄소 전환 촉진을 위한 특별법안(이하 K-스틸법)'의 조속한 제정 필요성이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EU는 최근 기존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 제도를 대체하는 새로운 저율관세할당(TRQ) 초안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 EU 철강 수입 총량은 지난해 대비 47% 축소된 1830만톤으로 제한되고, 초과 물량에 대해서는 관세율이 25%에서 50%로 두 배 인상된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대(對) EU 철강 수출액은 44억8000만달러(약 6조3000억원)에 달해, 단일 국가 기준 1위 수출 시장인 미국(43억5000만달러)과 1·2위를 다투는 수준이다.

미국은 트럼프 2기 출범 이후 한국산 철강 제품에 적용하던 무관세 수입 쿼터(연 263만톤)를 폐지하고, 기존 25%였던 품목관세를 50%로 두 배 인상했다. 여기에 EU까지 유사한 조치를 예고하면서 국내 철강 수출에 적신호가 켜졌다. 실제로 한국 철강 수출은 미국의 '관세 폭탄'이 본격 시행된 5월부터 감소세가 두드러졌다. 5월 전년 동월 대비 12.4% 줄었고, 6월 -8.2%, 7월 -3.0%에 이어 8월에는 -15.4%로 낙폭이 커졌다.

광양시는 포스코 광양제철소와 연관 기업이 지역 제조업 고용·생산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 철강 수출이 위축될 경우 하청업체, 물류·항만업까지 연쇄적인 불황이 이어질 가능성이 커 지역경제에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세계 최대 규모 단일 제철소인 포스코 광양제철소의 조강 생산능력은 연간 약 2100만 톤으로, 생산물의 상당량이 EU와 미국으로 수출됐다. 광양제철소가 생산한 고급 열연·후판 제품 상당량이 EU 조선·자동차용 강판 시장으로 향하고 있어 이번 조치의 직격탄은 광양지역이 가장 먼저 맞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EU가 2026년부터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본격 시행하면 수입 철강의 생산과정에서 배출된 탄소 만큼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데 한국 철강 제품에는 톤당 72~210달러의 추가 부담이 예상된다. 단위당 탄소배출량이 큰 '고로' 방식으로 철강을 생산하는 광양제철소는 수출 경쟁력 약화와 비용 부담 증가가 동시에 현실화될 전망이다.

지역 경제계는 "철강 수출 감소가 현실화되면 광양의 항만 물류·기계정비·운송 등 연관 산업까지 직격탄을 맞는다"며 "정부가 통상협상과 별개로 국내 공급선 다변화, 친환경 강판 수출 지원에 나서는 한편 단기 유동성 지원과 세제 완화 등 지역 맞춤형 대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권향엽(순천·광양·곡성·구례 을) 의원을 포함한 여야 국회의원 106명이 공동 발의한 'K-스틸법'의 조속한 입법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K-스틸법은 국내 철강산업을 국가안보 핵심산업으로 격상하고 탈탄소 전환 지원을 위해 친환경 설비 투자와 기술 개발을 위한 자금·세제 지원의 법적 근거를 담았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미국과 EU의 고율 관세 등 외부 환경 변화 속에서 국내 철강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과 지역경제 생태계 보호가 필요하다"며 "K-스틸법이 시행되면 기업이 탈탄소 설비 투자와 기술 개발을 안정적으로 추진할 수 있어 장기적 경쟁력 확보에 큰 힘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