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과학칼럼] 데이터 활용 혁신, AI바이오 시대의 핵심 경쟁력

2025. 10. 13.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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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 기술의 급속한 발전은 생명의료 분야에서도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최근 글로벌 연구 현장에서는 단순히 유전체와 임상 데이터를 축적하는 단계를 넘어, 이 데이터를 어떻게 안전하게 공유하고 고도화된 AI 연구에 활용할 수 있는지가 국가 경쟁력을 가르는 핵심 기준이 되고 있다.

지금 우리가 '데이터 활용 혁신'을 국가적 어젠다로 삼을 때, 한국은 단순한 추격자가 아니라 글로벌 바이오 데이터·AI 연구의 리더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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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 기술의 급속한 발전은 생명의료 분야에서도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최근 글로벌 연구 현장에서는 단순히 유전체와 임상 데이터를 축적하는 단계를 넘어, 이 데이터를 어떻게 안전하게 공유하고 고도화된 AI 연구에 활용할 수 있는지가 국가 경쟁력을 가르는 핵심 기준이 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미국 브로드연구소와 구글 클라우드가 협력해 운영하는 Terra 플랫폼이다. Terra는 전 세계 연구자들이 유전체 및 임상 데이터를 안전하게 업로드하고, AI 기반 분석 파이프라인을 활용해 공동 연구를 수행할 수 있는 대표적 오픈 사이언스 플랫폼이다. 단순한 데이터 저장소가 아니라, 연구자가 즉시 활용할 수 있는 분석 환경을 제공하기 때문에 신약개발, 질병 예측, 맞춤치료 연구의 토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AI와 바이오의 융합은 국가 미래 경쟁력의 핵심 전략이다. 지난 몇 년간 정부는 바이오 빅데이터 구축과 통합 관리에 주력해왔지만, 이제는 ‘데이터를 모으는 것’에서 ‘데이터를 제대로 활용하는 것’으로 무게중심을 이동해야 할 시점이다. 국내외에서는 이미 AI가 바이오 연구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고 있다. 대규모 언어모델(LLM)을 활용한 단백질 구조 예측, AI 기반 신약 후보 물질 탐색, 환자 맞춤형 치료법 예측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이러한 성과를 국내 연구 현장에서 더 폭넓게 실현하기 위해서는 AI바이오 특화 연구 환경이 반드시 마련돼야 한다.

AI바이오 연구 환경은 크게 세 가지 축을 포함하여 구성되어야 한다. 첫째, AI모델 개발 및 실험 환경이다. 이를 위해 GPU/HPC 인프라, 대용량 데이터 처리 파이프라인, 오픈소스 기반 협업 툴이 충분히 제공되고 활용 가능해야 한다. 둘째, 보안 데이터 활용 환경이다. 민감한 임상·의료 데이터를 안전하게 가명 처리·암호화하여 AI 학습에 사용할 수 있는 체계가 필수적이다. 셋째, AI모델 관리 및 검증 체계이다. 연구자가 개발한 AI모델의 품질을 검증하고, 설명 가능성과 재현성을 확보할 수 있는 표준화된 평가 프로세스가 마련돼야 한다.

이 세 가지 축이 균형 있게 마련될 때 비로소 데이터는 연구자와 의료현장에서 ‘쓸모 있는 지식’으로, 나아가서 ‘적용 가능한 인공지능’으로 전환된다.

지금까지는 ‘데이터의 수집과 관리’가 중심이었지만, 이제는 ‘AI 모델 자체의 관리와 검증’이 중요하다. 특히 바이오 데이터 기반의 AI 모델 활용은 예측 결과가 환자의 치료와 건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특정 집단이나 환자군에 대해 편향된 예측이나 안전성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지 검증하는 체계가 반드시 필요하다. 한국형 통합 플랫폼은 데이터 관리와 AI 모델 관리를 동시에 포괄해야 한다. 연구자가 새로운 AI 모델을 개발하면, 이를 표준화된 검증 파이프라인을 거쳐 성능과 안전성을 평가받고, 이후에야 실제 임상·연구 현장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는 단순한 기술 문제가 아니라,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신뢰성의 문제다.

이제 한국 바이오 데이터 정책은 양적 확대를 넘어 질적 도약을 해야 한다. 데이터 활용 환경, AI 연구 인프라, 보안 체계, 모델 검증 체계를 동시에 구축해야만, 한국이 국제 무대에서 Terra와 같은 글로벌 플랫폼과 경쟁할 수 있는 실질적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AI와 데이터는 더 이상 보조 수단이 아니라, 바이오 혁신을 현실로 만드는 핵심 엔진이다. 지금 우리가 ‘데이터 활용 혁신’을 국가적 어젠다로 삼을 때, 한국은 단순한 추격자가 아니라 글로벌 바이오 데이터·AI 연구의 리더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이준학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디지털바이오컴퓨팅 연구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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