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여자 부세미', '우영우' 신화 잡을 만한 범죄 로맨스 [드라마 쪼개보기]
아이즈 ize 조성경(칼럼니스트)

ENA 최고 흥행작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2022)를 이기고 싶다는 포부가 허세가 아니었다. 지난달 29일부터 ENA에서 방영 중인 지니 TV 오리지널 '착한 여자 부세미'(극본 현규리, 연출 박유영)의 기세가 대단하다.
첫 회 시청률이 2.4%로 ENA 역대 최고 첫 회 기록을 세웠고, 4회 만에 두 배도 넘는 5.1%까지 수직상승했다(닐슨코리아 기준). 화제작들을 비롯해 즐길 거리 많던 추석 연휴 동안 거둔 성과라 더욱 값지다.
범죄 로맨스를 표방한 '착한 여자 부세미'는 재벌가 유산 상속 전쟁 한 가운데 서게 된 여주인공의 인생 역전극. 재벌 회장 가성호(문성근)의 개인 경호원으로 채용된 김영란(전여빈)이 시한부 선고를 받은 가 회장과 계약 결혼을 하고, 복수를 약속하면서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된다.
친딸을 살해한 것으로 의심되는 의붓자식 가선영(장윤주), 가선우(이창민) 등에게는 한 푼도 물려주지 않고 새 부인에게 전 재산을 상속하려는 게 가 회장의 복수 계획. 또, 선영이 영란 역시 살해할 수 있으므로, 가 회장 죽음 3개월 후 유산 상속이 이뤄지기 전까지 어떻게든 살아남으라는 게 상속 조건. 이러한 이유로 영란이 부세미라는 이름으로 위장해 무창이라는 시골마을로 숨어 들어가게 된다.

재벌가의 유산 상속 전쟁. 참 식상한 소재인 것 같지만, 그럼에도 매번 흥미롭다. 심지어 인생 역전의 기회가 있다! 여기에 휴먼과 코미디까지 황금비율로 어우러진 '착한 여자 부세미'는 유쾌한 리듬으로 여주인공의 일촉즉발 이중생활을 변주한다. 쫄깃한 긴장감과 짜릿한 대리만족으로 시청자들이 "꿀잼 드라마"라고 환호할 만하다.
드라마를 찬찬히 들여다보면 더 매력적이다. 숨 가쁘게 전개되는 이야기 속에 인간미 없이 탐욕스럽기만 한 재벌 가족들, 그리고 그들을 둘러싼 인물들의 크고 작은 뒷이야기들이 퍼즐처럼 숨겨져 있다. 인물들의 면면을 들여다보는 것만으로도 재미가 쏠쏠하고, 찰떡같이 캐릭터를 소화해내는 배우들의 연기력에 절로 손뼉을 치게 된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단순한 장르적 재미를 넘어선 즐거움이다. 역설적인 제목부터 묘한 울림이 있다. 부세미라는 독특하면서도 강렬한 이름 석자가 착한 여자라는 수식어와 맞붙어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착한 여자 뒤에 가짜 이름인 부세미를 붙인 것도 아이러니하다. 타이틀롤 전여빈은 탁월한 연기력으로 이처럼 상징적인 제목을 몸소 보여준다. 절제된 연기로 폭발력을 보여주며 흔히 말하는 '착한 여자'의 전형을 뒤집는다.

대게 드라마에서 착한 여자는 보호 본능을 일으키는 유약한 존재거나 비타민 에너지를 내뿜는 해맑은 천사 캐릭터다. 그러나 전여빈이 그리는 착한 여자는 다르다. 비루한 현실에 찌들어있었지만, 세상에 휩쓸리지 않고 그 자체로 단단한 선택을 한 인물이다. 그런 강단이 가 회장이 영란을 눈여겨본 이유이자 '착한 여자 부세미'의 출발선이 됐다.
어쩌면 인생 역전극의 외피를 쓴 '착한 여자 부세미'는 착한 주인공이 거짓된 신분으로 자신의 단단한 내면을 세상에 증명하는 이야기. 거짓말을 하고 신분을 속인 여주인공이 과연 착한 여자로 인정받을 수 있을지는 두고 볼 일이다. 하지만, 전여빈이 다부진 연기로 더없이 입체적인 캐릭터의 설득력을 높이고 있다. 게다가 부세미로 신분을 위장하면서부터는 분위기가 더 좋다. 한결 편안하고 유쾌한 모습을 보여주는 동시에 무채색으로 일관하던 의상들도 다채로워지면서 드라마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생애 첫 악역에 도전한 장윤주의 연기도 일품이다. '눈물의 여왕'(2024)에서 재벌을 사돈으로 둔 푼수 시누이 캐릭터로 뜨거운 사랑을 받은 장윤주가 이번에는 유산 상속에 혈안이 된 냉혈한 재벌녀 캐릭터로 완벽하게 변신했다. 정말 악역이 처음인가 싶게 천부적인 연기력을 펼치는 장윤주는 무서운 카리스마로 화면을 장악하며 시청자들을 깜짝 놀라게 하고 있다.

가 회장 역으로 극 초반을 힘있게 이끈 문성근을 비롯해 변호사 이돈 역으로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하는 서현우, 무창에서 부세미와 묘한 인연을 그리기 시작한 남자주인공 진영 등 각 배역들도 하나같이 훌륭하다. 알쏭달쏭한 캐릭터의 가사 도우미 백혜진 역으로 4회 엔딩을 장식한 주현영이 앞으로 어떤 활약을 할지도 관심이다.
흠잡을 데 없는 캐스팅 뒤에는 탄탄한 대본과 세련되고 감각적인 연출이 있다. 영화 '올빼미'(2023)의 각본을 쓴 박현영 작가가 대본을 집필하고, '유괴의 날'(2023) 박유영 감독이 연출의 봉을 잡았다. 뛰어난 완급 조절과 미장센으로 극적 재미를 높이는 데 성공한 이들 제작진의 호흡이 출연진과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면서 드라마가 지금의 인기에 이르렀다.
소위 '작감배(작가+감독+배우)' 시너지가 발휘되고 있는 '착한 여자 부세미'가 앞으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작성한 ENA 최고 시청률 기록까지 깰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지금의 가파른 상승세라면 못할 것도 없다. 흥행도 기세다. '착한 여자 부세미'가 그 기세를 잡았다.
조성경(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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