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이룰 줄 알았던’ 김은숙 작가, ‘지니’가 되기엔 비싼 기회비용[스경연예연구소]

하경헌 기자 2025. 10. 13.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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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다 이루어질지니’ 포스터. 사진 넷플릭스



‘다 이루어질지니’라는 드라마의 제목은 사실 작가의 야심을 상징하는 듯하다. 지난 3일부터 공개된 넷플릭스 드라마 ‘다 이루어질지니’는 김은숙 작가의 세계관과 가치관 그리고 적어도 드라마 안에서는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그의 야심을 집약한 작품과 같았다.

늘 ‘스타 작가’로 추앙받던 그의 경력, 그리고 그 모든 것들을 가능케 해준 작품은 그 명성이 오르고 올라 이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의 형태로도 무엇이든 가능하게 진화했다. ‘지니’를 소환하고 윤회를 이야기하는 판타지 장르에다 아랍에미리트 두바이를 자유자재로 이용하는 장대한 로케이션 그리고 김우빈·수지 등 화려한 캐스팅에 이어 상대 플랫폼인 ‘디즈니’를 지그시 누르는 대사까지 동원한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다 이루어질지니’의 김은숙 작가. 사진 스포츠경향DB



김은숙 작가의 이전 작품이 바로 치명적인 복수극인 ‘더 글로리’였기에 그의 이번 작품은 비평적인 측면에서 더욱 많은 기대를 모았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다 이루어질 것’ 같던 그의 세계에서는 결국 그의 ‘엣지있는’ 대사만이 남았으며, 상당수는 시청자의 마음에 가닿지 못하고 지니가 일으키는 모래바람처럼 사방에 흩날리기 일쑤였다. 세간에서 이야기하는 ‘호불호’, 그 시작은 이 불균형에서 시작한다.

‘다 이루어질지니’는 ‘파리의 연인’ ‘온에어’ ‘시크릿 가든’ ‘신사의 춤격’ ‘상속자들’ ‘태양의 후예’ ‘쓸쓸하고 찬란하神-도깨비’ ‘미스터 션샤인’ ‘더 글로리’ 등을 쓴 김은숙 작가의 작품이다. 스릴러 장르에서 일가를 이룬 김은희 작가와 함께 김은숙 작가는 2000년대 중반 이후부터 ‘K-드라마’의 중추를 틀어쥔 이름이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다 이루어질지니’의 한 장면. 사진 넷플릭스



그의 작품은 어느 정도 작품 안에서 독립성과 자율성을 보장받기 시작할 때부터 특유의 ‘퐁당퐁당’ 행보를 거듭했는데, ‘영혼 바꾸기’라는 판타지 설정으로 인기를 얻은 ‘시크릿 가든’ 다음에 40대 남성의 현실적인 로맨스 ‘신사의 품격’이 이어지고, 그다음은 비현실적으로 보이는 재벌 이야기 ‘상속자들’이 이어지는 식이었다.

다시 현실에 발을 붙인 것 같은 밀리터리 로맨스 ‘태양의 후예’가 공개되면 그 뒤를 윤회가 주된 설정이 되는 ‘도깨비’가 이었다. 조선시대 의병의 치열함과 낭만이 공존한 ‘미스터 션샤인’ 이후에는 판타지 ‘더 킹:영원의 군주’가 따랐다. 다시 그 뒤는 치밀하고 치명적인 복수극 ‘더 글로리’가 이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다 이루어질지니’의 한 장면. 사진 넷플릭스



이러한 김은숙 작가의 흐름을 알면 그 뒤는 자연스럽게 상상할 수 있는 행보였다. ‘램프의 정령’ 지니를 소재로 한 그의 작품은 넷플릭스의 대자본을 힘입자 더욱 큰 탄력을 품었다. 화려한 CG와 로케이션 그리고 세계관이 따랐다. 김은숙 작가의 의도는 ‘사람은 어떤 소원을 빌고 싶어하나’라는 주제에 있었다고 하지만 아무래도 드라마를 장식한 것은 화려한 외모의 주인공과 드라마의 비주얼 그리고 그보다 더욱 ‘기깔나는’ 그 특유의 대사였다.

드라마의 초반은 또한 ‘말맛’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병헌 감독을 만나자 명절집 기름 위의 부어놓은 물처럼 더욱 폭발적으로 튀어 올랐다. 세계관을 설명하는 과정도 장황한 데다 캐릭터도 널을 뛰고, 화면도 널을 뛰니 시청자가 드라마에 안길 폭은 줄었다. 결국 이후에나 공개된 상황이지만 김은숙 작가는 이병헌 감독과 결별했고, 여러 작품을 통해 익숙한 안길호 감독과 다시 손을 잡았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다 이루어질지니’의 한 장면. 사진 넷플릭스



마치 예전 김수현 작가에 작품에서나 볼 수 있었던 그림. 결국 ‘다 이루어질지니’를 놓고 일어나는 호불호 관련 이야기는 김은숙 작가의 화려한 대사 만큼이나 그의 진득한 메시지에 많은 사람들이 기대가 컸다는 점을 상기시킨다. 복수를 위해 끝끝내 참고 참았던 ‘더 글로리’의 동은이(송혜교)처럼, 참고 참았다 터져 나오는 서사에 대중은 더 큰 박수를 보냈고 그의 지금 작품은 적어도 몇 개의 생을 거치거나 십몇 년은 참아온 주인공들의 행동이 큰 울림을 줬다.

하지만 ‘다 이루어질지니’의 지니는 983년을 기다렸다고 하지만 그 무게감은 초반 찾아볼 수 없었고, 감정이 결여된 기가영(수지)의 캐릭터는 시청자들과의 교감의 끈도 맺지 않고 달렸다. 후반부 이런 지점은 많이 순화되고 유화됐다고 하지만, 굳이 다플랫폼과 다매체 시대에 꼭 드라마를 ‘챌린지’하듯 참아가며 보는 사람들은 줄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다 이루어질지니’의 한 장면. 사진 넷플릭스



‘다 이루어질지니’에서 전지전능한 메신저가 된 김은숙 감독은 김수현 작가가 되고 싶었을까. 하지만 그렇게 되기에 그의 작품은 아직도 기복이 있다. 그 기복은 그가 거장답지 않게 여전히 활력을 갖고 움직이는 창작자임을 보여주는 증거이기도 하다. 어쩌면 ‘다 이루어질지니’는 그 시행착오의 과정이 될 수도 있는데, 회당 20억원 총 250억여원으로 추측되는 제작비는 그 기회비용으로는 지나치게 비싸지 않나 싶다.

하경헌 기자 azima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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