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욱의 기후 1.5] 대기 못지않게 심각한 해양 온난화

박상욱 기자 2025. 10. 1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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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미래'에서 '내 일'로 찾아온 기후변화 (309)

추석 연휴를 기점으로 가을이 성큼 가까워졌습니다. 중부지방의 경우엔 오락가락 이어지는 비와 함께 한낮 기온이 25도를 밑도는 날이 많아졌습니다. 반면, 남부의 호남과 영남에선 추석이 지나고도 28도 안팎까지 기온이 오르는 늦더위가 찾아오기도 했습니다.

당장 지난 9월만 하더라도, 전국 평균기온은 23℃로 평년보다 무려 2.5℃ 높았습니다. 2024년 9월(24.7℃)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뜨거웠던 9월인 셈입니다. 9월 평균 최고기온은 27.6℃로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지난해(29.6℃)에 이은 '역대 2위'를 기록했습니다. 지난해와 올해, 2년 연속 '9월 폭염'이 발생했고, 2023년부터 3년 연속 '9월 열대야' 또한 기록됐습니다. 현재까지 '역대 1위' 기온 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2024년 9월의 경우, 강수일수는 9.1일에 불과했습니다. 그런데 올해 9월은 역대 9월 강수량 13위(228.8mm), 9월 강수일수는 역대 2위(15.1일)에 이를 만큼 비구름이 하늘을 뒤덮었던 날이 많았음에도 기록적인 '더운 9월'을 보내게 됐습니다. 기후변화로 전 지구가 계속해서 달궈지는 가운데, 올해 9월에도 여전히 한반도가 북태평양고기압의 영향권에 놓이면서 역대급으로 더운 9월이 된 겁니다.

이런 '역대급 행진'은 전 지구 차원에서도 3년 연속 이어지는 중입니다. 2023년, 전에 없던 수준으로 지구가 달궈져 '전 지구 연평균기온 역대 1위'를 기록하더니, 2024년엔 그보다 더 뜨거워져 2년 연속으로 역대 최고 기록이 경신됐습니다. 그리고 2025년, 이러한 열기는 계속되는 중입니다. 3년 연속으로 연평균기온 최고기록이 깨질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습니다만, 위의 그래프에서도 확연히 드러나듯 지금껏 관측됐던 온도와 차원이 다른 온도를 기록하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기후변화로 달궈지는 것은 대기만이 아닙니다. 지표면의 약 70%를 뒤덮은 바다도 상황은 마찬가지입니다. 위의 그래프에서 전 지구 해수면온도 추이를 살펴보면, 기온과 마찬가지로 2024년 〉 2023년 〉 2025년 순으로 높은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2023~2025년, 과거 그 어느 시점과 비교하더라도 압도적으로 높은 온도가 기록되고 있는 것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2023~2025년의 '뉴노멀'은 1991~2020년 평균 대비 0.5℃ 안팎, 1982~2010년 평균에 비해서는 0.8℃ 안팎 더 뜨겁습니다. 우리나라라고 해서 이런 흐름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지난 9월 우리나라 주변 해역의 해수면온도는 26℃를 기록해 '최근 10년 중 두 번째'로 높았는데, 장기간에 걸쳐 우리의 바다는 어떻게 달라져 왔을까요.

1991~2020년의 평균을 기준으로, 1970년 이래 해수면온도가 어떻게 변화했는지 살펴봤습니다. 최근 30년의 평년값 자체는 전 지구 해수면온도가 18.31℃로 국내 평년값(17.1℃) 대비 더 높습니다. 그런데 변화의 폭을 보면, 한반도 인근 해역의 기온 상승 속도가 훨씬 빠릅니다. 지구 전체로 봤을 때, 1970년엔 평년 대비 0.3℃ 낮았던 해수면온도는 2023년 평년 대비 0.4℃ 더 따뜻했습니다. 약 50년의 세월, 평균 1℃ 가량더워진 겁니다. 우리나라 해역의 경우, 변화의 폭은 더욱 드라마틱합니다. 1970년, 평년 대비 1.1℃ 차가웠던 해수면은 2023년엔 평년보다 1℃ 더 따뜻했습니다. 50년 새 2℃의 변화폭을 보인 겁니다.
우리나라 바다의 해수면온도를 보다 자세히 살펴봤습니다. 3면의 바다는 공히 데워지고 있으나 조금씩 양상은 달랐습니다. 동쪽과 서쪽, 그리고 남쪽의 바닷물 중 가장 따뜻한 것은 예나 지금이나 남해였습니다. 해마다 해수면온도가 오르내리고, 그러한 오르내림 속 장기적으론 우상향하고 있는 상황 속에서 1970년 이래 남해 〉 동해 〉 서해 순으로 해수면온도가 높았던 것은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1970년부터 2023년에 이르는 사이, 남해 해수면온도는 18℃에서 19.9℃로 높아졌고, 동해는 16.3℃에서 18.2℃, 서해는 13.9℃에서 16.2℃로 각각 데워졌습니다. 해마다의 절대적인 온도는 남해가 가장 높았지만, 변화의 폭은 동해가 다른 두 해역을 압도했습니다. 증가세만 놓고 보자면 동해(연평균 0.033℃ 상승) 〉 서해(연평균 0.023℃ 상승) 〉 남해(연평균 0.02℃ 상승) 순으로 컸습니다.

동해의 빠른 온난화는 그 영향이 결코 적지 않습니다. 특히, 북한한류와 동한난류가 만나는 곳으로, 아한대부터 아열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수중 생태계의 보고이기도 한 울릉도와 독도는 더욱 그렇습니다. 표층 아래에선 해류에 따라 다양한 종류의 물고기가 오가고, 플랑크톤 등 바다 생태계를 위한 '영양분' 또한 지속적으로 늘었다 줄었다를 반복합니다. 그런데, 점차 표층 해수면의 온도가 높아지고, 표층의 온도를 넘어 바다가 품고 있는 해양 열용량까지 커지면서 '물 속의 일상'이 뒤틀리게 되는 것이죠.
국립생물자원관은 지난 2022년부터 울릉도와 독도에서 어류 생물다양성 조사를 하고 있습니다. 김병직 국립생물자원관 기후환경생물연구과 환경연구관은 “가거도에서 제주도를 지나 부산, 울진, 울릉도·독도로 이어지는 해양 생태축이라는 개념에 있어 그 축의 끝 지점에 있는 울릉도와 독도는 기후변화 관찰축으로써 매우 중요한 지역”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저수온기와 고수온기, 해마다 두 차례에 걸쳐 조사가 진행되는데, 2025년 고수온기 조사에 동행해 울릉도 연안을 살펴봤습니다.
지난해 고수온기 조사 결과, 울릉도 연안에서 발견된 92종의 물고기 가운데 절반 가까운 48.9%는 열대 어종이었습니다. 아열대 어종 또한 25%에 달했죠. 소위 '뜨거운 물을 좋아하는 물고기'가 전체 4분의 3에 달했던 셈입니다. 온대 어종은 23.9%에 그쳤고, 간신히 2종의 아한대 물고기가 발견됐습니다. 이는 이전의 조사 때와는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었습니다.
연구진과 함께 울릉도 거북바위 주변의 물속을 들어가자 이내 맑은 물 속 다양한 물고기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물도 깨끗하고, 물고기들의 빛깔과 모습도 예쁜, 얼핏 '아름다운 모습'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내용까지 아름답기만 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대표적인 기후변화 지표종인 파랑돔과 독가시치 등 열대 어종이 포착됐습니다. 본래 울릉도 앞바다가 서식처가 아닌 종들입니다. 김 연구관은 “올해는 작년에 비해 수온이 그리 빠르게 오르진 않았다”며 “지난해엔 연무자리돔, 거북돔 등 기후변화 지표종들이 더 다양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런데, 이들 열대 어종은 울릉도 연안에서 단순히 '발견'되는 데에 그치지 않고, 무리지어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무리의 포착이 시사하는 바는 매우 큽니다. 해류를 따라 '잠시 방문'하는 것만 같았던 열대 어종이 동해 바다에, 동해에서도 생태축 끝단의 울릉도 연안에 '자리를 잡고' 살아간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김 연구관은 “독가시치의 경우, 작년에 비해 올해 개체 크기가 커졌다”며 “무리의 구성도 작년에 3~4마리였다면, 올해는 10~20여마리로 더 커진 듯한 변화가 보였다”고 설명했습니다.

더불어 아열대 물고기인 자리돔과 돌돔, 용치놀래기 등도 취재진의 카메라에 포착됐습니다. 열대 어종과 마찬가지로 개체수도 많고, 무리의 규모도, 몸집도 큰 모습이었습니다. 해양 온난화가 지속되면서 어떤 변화가 찾아올까. 땅에서 벌어지는 기후변화는 폭염이나 극한호우 등 극한 기상현상으로 시민들이 생활 속 몸소 체감할 수 있지만, 바닷속 변화는 그렇지 못합니다.
“생태계의 변화는 수온이나 기온과 같은 아주 작은 부분에서부터 변화가 시작됩니다. 육지에선 흔히 말하는 여러 과일이나 농작물들의 재배 한계선이 북상하는 것처럼, 바다도 마찬가지입니다. 바다에서도 수온이 올라가면, 한대성·아한대성 어종이 수온이 맞지 않아서 북상하게 되면, 그 빈자리를 아열대성, 열대성이 채워가게 되는 거거든요.

기후변화 관찰축의 가장 끝 지점에 있는 울릉도와 독도는 난류와 한류가 교차하는 지역이기 때문에, 그 변화를 관찰하기 매우 좋은 지역입니다. 그런데, 시간을 두고 장기적 관측을 한다면, 찬물을 좋아하는 아한대성 어류는 줄어들 것이고, 반대로 아열대성, 열대성 어종들이 그 자리를 채우지 않을까 그런 예상을 합니다.”
김병직 국립생물자원관 기후환경생물연구과 환경연구관

육지에서든, 바다에서든, 생태계의 변화를 무디게 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과 대신 바나나 먹으면 되는걸', '아열대, 열대 돔류 먹으면 되는걸'… 그저 우리가 먹을 수 있는 '메뉴의 젼화'처럼 여기는 것이죠. 김병직 연구관은 “지금 조사를 하는 작은 물고기들이 크기가 작고, 또는 경제성 어종이 아니라는 이유로 관심에서 멀어져 있을 수도 있지만, 결국 이런 작은 물고기들이 큰 물고기들의 먹이 자원이 되는 것”이라며 “작은 물고기들의 변화를 명확하고 정확하게 장기적으로 관측해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식용 어종이 아니다'라는 이유로 관심을 거두어선 안 된다는 겁니다.

사계절의 뚜렷한 구분이 한반도 육지 생태계의 생물다양성을 부른 주요 배경 중 하나인 것처럼, 취재진이 찾은 울릉도 앞바다를 오가는 한류와 난류 역시 이곳 생태계의 생물다양성을 부르는 주요 요인 중 하나입니다. 찬물을 좋아하는 물고기부터 더운물을 좋아하는 물고기까지 폭넓게 살아가던 곳에서 종의 구성이 더운물을 좋아하는 물고기들로 집중되는 것은 '생물다양성의 감소'로도 이어질 수 있습니다. 다양성의 감소는, 어떤 질병의 출현이나 갑작스러운 고수온 또는 저수온 현상의 발생 같은 예상치 못한 이벤트의 발생에 취약해짐을 의미합니다. 다양한 종들로 구성된 생태계에선 갑작스러운 현상에도 버틸 수 있는, 대응할 수 있는 종들이 생태계 파괴를 막는 유연성을 제공해줍니다. 그러나 다양성이 줄어들면 그러한 회복탄력성 또한 떨어지게 되면서 '집단 폐사'와 같은 일을 피하기 어려워지게 되죠.

최재천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석좌교수는 이런 변화를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생물종이 1~2개가 바뀐다거나, 누가 들어오면 또 있던 종이 밀려 나간다든가, 그런 수준이 아니라 생태계의 구조 자체가 변하는 거거든요. 그러니까, 우리가 입체적으로 생태계를 바라볼 때 영어로는 Niche, 우리말로는 '생태계 지위' 이렇게 번역을 하는데, 그런 종들이 차지할 수 있는 어떤 생태적 공간이 있는 거잖아요. 그런데 그런 것들이 다른 종들이 유입되면서, 그 경쟁 구도 속 대체가 되기도 하고, 전체 구조가 바뀌기도 하는 겁니다.

그런데 우리가 그걸 왜 걱정해야 되나? 자연 생태계에 대해서 우리가 아는 게 너무 없어요. 돌아가신 저의 지도교수이신 에드워드 윌슨 교수님도 '세상에서 가장 복잡한 시스템이 둘이 있다. 하나는 인간의 두뇌고, 또 하나는 자연 생태계다' 말씀하셨거든요. 그렇게 복잡한, 인간의 두뇌를 방불케 하는 복잡한 생태계 구조에 대해서, 우리가 물론 끊임없이 연구해오긴 했지만, 우리가 생태학 등 학문 연구를 통해 찾아낸 거는 한 5% 정도에 불과할 겁니다. 우리가 아는 것이 아직 너무 없는 상황에서 이렇게 구조적인 변화를 가볍게 평가할 거는 아니죠. 그런 면을 굉장히 좀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좋은 방향으로. 바깥에서, 다른 생태계에서 종들이 유입돼 다양성이 증진되는 것은 어떤 의미에선 약간 바람직한 부분도 있을 수가 있을텐데, 그렇지 않고, 새로 유입되는 종들로 생태계가 구조적으로 흔들리면서, 어종 대부분이 열대나 아열대로 구성돼 다양성이 급격하게 줄어들기 시작한다면, 그건 상당히 예의주시해야 합니다. 심각한 경종이 되는 것 같네요.”
최재천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석좌교수

우리는 다양성을 통해 진보해왔고, 살아남을 수 있었습니다. 인류뿐 아니라 다른 생물종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기후변화로 인한 생물종의 변화, 생물다양성의 문제가 그저 '한반도에서 올리브나무를 키울 수 있는 일', '바다에서 오징어가 잘 안 잡히는 일'로만 설명되거나 다뤄져서는 안 되는 이유입니다.

박상욱 기자 park.lepremier@jt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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