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리모델링 새 시대 연 박인숙 삼성물산 상무 “내 집을 새집으로”

조은임 기자 2025. 10. 13.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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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첫 女현장소장 된 후 4년 만에 상무 승진
삼성물산 新사업 고안 “‘래미안’의 사회적 책임”
“신축과 격차 큰 핵심입지, 중소형 단지서 시작 전망”
분담금 차등화 “미래지향 하이엔드 가능”

“재건축으로 공급되는 ‘신축’에 열광하지 않고 내 집을 새집으로 만들 수 있다. ‘래미안’이 새로운 정비사업을 선도하게 될 것이다.”(박인숙 삼성물산 상무·리모델링팀장)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지난달 ‘넥스트 리모델링(Next Remodeling)’을 공개한 뒤 정비업계의 판도가 흔들리고 있다. 재건축·재개발을 중심으로 했던 정비사업의 흐름이 ‘리모델링’ 사업으로 확장될 것으로 보는 분위기다. ‘넥스트 리모델링’은 기존의 골조를 유지하면서 아파트의 내·외관을 새로 꾸미고 스마트홈과 친환경 자재, 자동주차 시스템 등 첨단기술을 접목하는 리모델링 사업으로, 삼성물산이 야심차게 내놓은 주택부문의 신(新)사업이다.

박인숙 삼성물산 상무(리모델링팀장)가 지난 1일 서울 강동구 상일동 본사에서 조선비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삼성물산 제공

이 사업모델을 고안한 사람은 박인숙 삼성물산 상무다. 지난 1일 서울 강동구 상일동 삼성물산 본사에서 만난 박 상무는 주택사업 공사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1998년 소수의 여성 기술직으로 입사한 박 상무는 국내외 험지(險地)를 마다하지 않았다. 2018년 삼성물산의 첫 여성 현장소장(부산온천2구역)이 됐다. 이후 4년 만인 2022년 상무로 승진했다. ‘넥스트 리모델링’은 국내 최고 건설사의 주택전문가인 박 상무가 앞으로 정비시장을 선도하기 위해 내놓은 작품이다. 신축 선호로 인한 시장 과열·불안감을 잠재우는 동시에 재건축·재개발 사업의 대안이 될 것이란 것을 예상했다.

그는 “신축선호 현상으로 집값이 과열되고 구축에 사는 사람들은 소외감,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다. 재건축 사업을 하기에는 연한이 되지 않았지만, 노후화 된 아파트에서 분명한 수요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넥스트 리모델링’은 우리가 흔히 아는 리모델링과는 다르다. 이제껏 알고 있던 리모델링은 정확히는 ‘증축형 리모델링’이다. 수평·수직증축 혹은 별동을 지어 세대수를 늘리는 방식이었다. 용적률이 높아 재건축 사업이 어려운 경우 증축형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한다.

반면 ‘넥스트 리모델링’은 대수선형 리모델링 사업이다. 세대수가 늘어나거나 증축되는 건물은 없다. 하지만 지금껏 보지 못한 하이엔드 아파트를 만들 수 있다. 삼성물산은 벌써 12개 아파트와 협약을 맺었고, 이 중 한 단지가 1호 사업지가 될 가능성이 높다. 강남구 ‘반포 푸르지오(2000년 준공, 237가구)’, ‘역삼금호어울림(2003년, 183가구)’, 서초구 ‘서초래미안(2003년, 1129가구)’, ‘서초아이파크(2003년,115가구)’, 용산구 ‘이촌 동부센트레빌(2001년, 309가구)’ 등 주요 단지가 여기 포함돼 있다. 사업모델이 공개된 뒤 연락온 단지들과도 소통 중이다. 일부 단지는 대형 평형을 두 가구로 나누는 일명 ‘쪼개기’도 가능하다.

박 상무는 “사업은 2000년대에 등장한 아파트 중 핵심 입지의 중소형 단지에서 시작돼 그 효과를 입증한 뒤 확장될 것으로 본다”면서 “새로운 주거문화를 선도하는 것은 ‘래미안’의 사회적 책임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삼성물산 신사업 '넥스트 리모델링'의 특징. /삼성물산 제공

-‘넥스트 리모델링’은 기존 리모델링 사업(증축형 리모델링), 개인별 인테리어 등과 어떤 점에서 차별화되나.

“2000년대 이후 준공된 아파트 단지 수는 재건축이 가능한 1990년대 만큼 많다. 이 아파트들의 골조는 아직 굉장히 튼튼한 상태다. 인테리어 공사를 해 내부를 단장할 수 있지만, 현관문을 열고 나와 보는 풍경은 이전과 같다. 아파트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비중이 높은 자산이지만, 구축 아파트는 감가상각을 피할 수 없다. 시장에서도 그 가치를 인정받지 못 한다.

기존의 리모델링이 가구 수를 늘리는 증축에 집중했다면 넥스트 리모델링은 성능에 중점을 둔다. 뼈대만 놔두고 배선설비, 배관 등 모든 것을 교체한다. 눈에 보이는 것뿐만이 아니라, 소프트웨어에서 차이가 난다. 현재 새로 지어진 하이엔드 아파트라도 내부는 기존과 차이가 크지 않다. 공사비는 3.3㎡ 기준 1000만원 이상 책정하기가 어렵다. 커뮤니티도 자재는 더 고급화됐지만 성능적 측면에서 다를 바 없다. 예를 들면 고령층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간 등 완전히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 기계와 비교하면 1세대에서 5세대로 넘어가는 셈이다. 아파트의 고부가가치를 접목하는 것이다."

-‘넥스트 리모델링’의 수요가 어느정도 될 것이라고 보는지.

“서울 강남의 핵심입지에서 수요가 시작될 것으로 본다. 구축과 신축의 가격 차이가 큰 곳일 수록 ‘넥스트 리모델링’을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 아파트의 입지, 특성, 구성원의 수요 등 단지마다 다를 것이다. 이것을 이른바 ‘커스터마이징(고객맞춤형)’해 만족스러운 수준에 도달할 수 있다.

사업을 준비하면서 신축과 자산 격차가 크고, 핵심 입지에 위치한 단지를 추려보니 130곳이 나왔다. 한 단지씩 모두 접촉했고, 이 중 12개 아파트의 입주자대표위원회의 호응이 있었다. ‘넥스트 리모델링’ 1호 아파트는 이 중에 나올 가능성이 크다. 2000년대 등장한 주상복합에도 적용할 수 있는 사업이다.”

박인숙 삼성물산 상무가 지난 1일 서울 강동구 상일동 본사에서 조선비즈 기자와 만나 '넥스트 리모델링' 사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삼성물산 제공

-‘넥스트 리모델링’의 수익성이 궁금하다. 증축 세대 없이 수익성이 보장될 수 있나.

“삼성물산이 정비사업의 새로운 시대를 선도한다는 측면에서 ‘넥스트 리모델링’에 접근했다. 재건축·재개발 그 이후의 정비사업 모델을 ‘래미안’이 시작한다고 봐야 한다. 사업은 기존 리모델링 사업과 크게 다르지 않은 과정을 거칠 것이다. 소유주의 동의를 받아 추진위원회, 조합이 형성되는 형태 말이다. 다만 세대수가 늘지 않아 인허가 과정이 복잡하지 않을 것이다. 사업기간은 2년 이내로 잡고 있다.

사업비는 소유주들이 내는 분담금으로 충당된다. 리모델링 정도에 따라 분담금 수준도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삼성물산이 보증하고 기존 정비사업처럼 대출 혹은 이자후불제 등으로 진행된다. 잔금은 입주할 때 내는 방식도 동일하다."

-삼성물산은 지난 6월 수직증축 리모델링을 위한 ‘자동제어형 선재하 공법’을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증축형 리모델링 사업도 확대할 것인가.

“그렇다. 증축형 리모델링은 1990년대 준공된 아파트가 주 대상이다. 재건축 연한이 됐지만 용적률 상 한계가 있는 단지들이다. 삼성물산은 증축형 리모델링 사업으로 7개 단지를 수주했고, 순차적으로 공사 착수가 계획돼 있다.”

-현재 재건축·재개발 중심으로 도시의 주택 공급과 주거 환경이 개선되고 있다. 앞으로는 어떻게 보나.

“앞으로는 리모델링 사업이 건설사의 주력상품이 될 것이다. 재건축을 하지 못하는 단지의 슬럼화를 막는 동시에 아파트의 성능 향상을 위해서 이제는 건설사들이 나서야 할 때다.

많은 산업기술들이 분산돼 있다. 이중 코웍(co-work·협업)을 하고 싶은 기술이 적지 않다. 이를 아파트에 접목시키는 건 대기업이 해야 할 일이다. ‘미래형 하이엔드’ 주택이 등장할 수 있는 것이다. 첨단 기술을 주택산업 전반에 활용할 수 있게 하고, 이로 인해 기술의 발전을 더 유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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