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기초수급자 만 명 소비쿠폰 못 받았다…신청주의 한계?

최소 만 명에 이르는 기초생활수급자들이 1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지급받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도움이 가장 절실한 기초수급자들이 정작 지원에서 배제된 겁니다.
기초수급자의 경우, 1차 소비쿠폰 금액이 40만 원으로 한 달 치 생계급여의 절반이 넘는 큰돈이었습니다.
소득이 낮을수록 소비쿠폰의 효용은 더 클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도 왜 신청이 안 된 건지 사유를 면밀히 파악하고, 향후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 기초수급자 3만 명 못 받아…일부는 사망 추정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전진숙 의원(더불어민주당)이 행정안전부에서 받은 '민생회복 소비쿠폰 1차 지급 대상별 신청 현황'에 따르면, 1차 소비쿠폰 신청 대상자는 총 5천6십만여명이었습니다.
이 중 기초생활수급자는 273만 천6백33명이었습니다.
수급자 중 소비쿠폰을 신청한 사람은 270만 천8백7명, 신청하지 않은 사람은 29,826명이었습니다.
정부 데이터상 소비쿠폰을 지급받아야 했던 3만 명 가까운 수급자가 신청하지 않은 겁니다.
다만 이 중 일부는 사망한 걸로 추정됩니다.
행정안전부·보건복지부 관계자의 설명에 따르면, 수급자 중 매달 평균적으로 6천 명 정도가 사망합니다.
산술적으로 계산하면, 소비쿠폰 지급 자격을 판단하는 기준일이었던 6월 18일부터 신청 마감일인 9월 12일까지 약 석 달 동안 만 8천 명에서 2만 명 정도가 사망했다고 가정할 수 있습니다.
3만 명에서 이 인원을 빼면, 실제 소비쿠폰을 받아야 했지만 못 받은 수급자는 만여 명 정도라는 계산이 나옵니다.
기초수급자뿐 아니라 차상위 계층·한부모 가정에서도 미신청자가 나왔습니다.
차상위 계층·한부모 가정에 속하는 지급 대상자는 37만 2천414명이었는데, 신청자는 36만 9천197명으로 3,217명이 소비쿠폰(30만 원)을 받지 못했습니다.

■ 누가 신청 못 했나…무연고 노인? 노숙인?
이들이 왜 소비쿠폰을 신청하지 못한 건지 정확한 사유는 파악되지 않았습니다.
행안부 관계자는 지자체를 통해 사례별로 확인을 해봐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소비쿠폰 신청 방식을 감안하면 ① 혼자 살면서 ② 거동이 어렵고 ③ 주소지·거주지가 불일치하며 ④ 본인 명의 카드나 휴대전화가 없는 경우 신청에 제약이 있었을 거로 보입니다.
복지부 관계자는 요양병원에 입원 중인 무연고 노인을 예로 들었습니다 .
요양병원이나 시설 입소자의 경우 지자체에 요청하면 직원이 직접 방문하는 '찾아가는 신청 서비스'가 제공됐지만 이조차 알지 못하거나 이용하기 어려웠을 수 있습니다.
■ "서울역 노숙인, 동대문구까지 걸어가 신청"
노숙인들도 소비쿠폰 신청에 애를 먹었다는 게 시민단체들의 설명입니다.
소비쿠폰은 주민등록상 주소지 관할 주민센터에서만 신청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노숙인은 주민등록상 주소지와 실제 거주지가 일치하지 않는 게 특징입니다.
이동현 홈리스행동 활동가는 " 서울역 인근에서 노숙하는 분인데 동대문구 끝 쪽까지 큰 배낭을 지고, 먼 거리를 걸어서 다녀오셨다고 한다"며 "남대문 인근 주민센터에서 신청하면 되는데, 그게 안 되다 보니까 주소지를 가야 되고, 또 거기에서 소비쿠폰을 다 쓰고 와야 하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서울역에서 인천이나 부천까지 다녀온 사례도 있다고 이 활동가는 전했습니다.
노숙인은 온라인 등 다른 신청 방법도 활용하기 어렵습니다.
이 활동가는 "노숙인은 채무 있는 분들이 굉장히 많이 있기 때문에 자기 명의로 가입 자체가 안 되니까 본인 인증 수단으로 휴대전화를 사용하기 굉장히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 신청주의 한계? "사회적 약자 고려해야"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8월 국무회의에서 "복지 신청주의는 잔인하다"며 "대상자에게 자동 지급하도록 원칙을 변경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1차 소비쿠폰은 전 국민이 지급 대상이었지만 신청하지 않으면 받지 못했습니다.
소비쿠폰을 복지 제도로 보긴 어렵지만, 신청주의로 운영된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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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희 기자 (bombom@kbs.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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