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기초수급자 만 명 소비쿠폰 못 받았다…신청주의 한계?

홍성희 2025. 10. 13.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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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 만 명에 이르는 기초생활수급자들이 1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지급받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도움이 가장 절실한 기초수급자들이 정작 지원에서 배제된 겁니다.

기초수급자의 경우, 1차 소비쿠폰 금액이 40만 원으로 한 달 치 생계급여의 절반이 넘는 큰돈이었습니다.

소득이 낮을수록 소비쿠폰의 효용은 더 클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도 왜 신청이 안 된 건지 사유를 면밀히 파악하고, 향후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 기초수급자 3만 명 못 받아…일부는 사망 추정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전진숙 의원(더불어민주당)이 행정안전부에서 받은 '민생회복 소비쿠폰 1차 지급 대상별 신청 현황'에 따르면, 1차 소비쿠폰 신청 대상자는 총 5천6십만여명이었습니다.

이 중 기초생활수급자는 273만 천6백33명이었습니다.

수급자 중 소비쿠폰을 신청한 사람은 270만 천8백7명, 신청하지 않은 사람은 29,826명이었습니다.

정부 데이터상 소비쿠폰을 지급받아야 했던 3만 명 가까운 수급자가 신청하지 않은 겁니다.

다만 이 중 일부는 사망한 걸로 추정됩니다.

행정안전부·보건복지부 관계자의 설명에 따르면, 수급자 중 매달 평균적으로 6천 명 정도가 사망합니다.

산술적으로 계산하면, 소비쿠폰 지급 자격을 판단하는 기준일이었던 6월 18일부터 신청 마감일인 9월 12일까지 약 석 달 동안 만 8천 명에서 2만 명 정도가 사망했다고 가정할 수 있습니다.

3만 명에서 이 인원을 빼면, 실제 소비쿠폰을 받아야 했지만 못 받은 수급자는 만여 명 정도라는 계산이 나옵니다.

기초수급자뿐 아니라 차상위 계층·한부모 가정에서도 미신청자가 나왔습니다.

차상위 계층·한부모 가정에 속하는 지급 대상자는 37만 2천414명이었는데, 신청자는 36만 9천197명으로 3,217명이 소비쿠폰(30만 원)을 받지 못했습니다.


■ 누가 신청 못 했나…무연고 노인? 노숙인?

이들이 왜 소비쿠폰을 신청하지 못한 건지 정확한 사유는 파악되지 않았습니다.

행안부 관계자는 지자체를 통해 사례별로 확인을 해봐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소비쿠폰 신청 방식을 감안하면 ① 혼자 살면서 ② 거동이 어렵고 ③ 주소지·거주지가 불일치하며 ④ 본인 명의 카드나 휴대전화가 없는 경우 신청에 제약이 있었을 거로 보입니다.

복지부 관계자는 요양병원에 입원 중인 무연고 노인을 예로 들었습니다 .

요양병원이나 시설 입소자의 경우 지자체에 요청하면 직원이 직접 방문하는 '찾아가는 신청 서비스'가 제공됐지만 이조차 알지 못하거나 이용하기 어려웠을 수 있습니다.

■ "서울역 노숙인, 동대문구까지 걸어가 신청"

노숙인들도 소비쿠폰 신청에 애를 먹었다는 게 시민단체들의 설명입니다.

소비쿠폰은 주민등록상 주소지 관할 주민센터에서만 신청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노숙인은 주민등록상 주소지와 실제 거주지가 일치하지 않는 게 특징입니다.

이동현 홈리스행동 활동가는 " 서울역 인근에서 노숙하는 분인데 동대문구 끝 쪽까지 큰 배낭을 지고, 먼 거리를 걸어서 다녀오셨다고 한다"며 "남대문 인근 주민센터에서 신청하면 되는데, 그게 안 되다 보니까 주소지를 가야 되고, 또 거기에서 소비쿠폰을 다 쓰고 와야 하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서울역에서 인천이나 부천까지 다녀온 사례도 있다고 이 활동가는 전했습니다.

노숙인은 온라인 등 다른 신청 방법도 활용하기 어렵습니다.

이 활동가는 "노숙인은 채무 있는 분들이 굉장히 많이 있기 때문에 자기 명의로 가입 자체가 안 되니까 본인 인증 수단으로 휴대전화를 사용하기 굉장히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 신청주의 한계? "사회적 약자 고려해야"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8월 국무회의에서 "복지 신청주의는 잔인하다"며 "대상자에게 자동 지급하도록 원칙을 변경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1차 소비쿠폰은 전 국민이 지급 대상이었지만 신청하지 않으면 받지 못했습니다.

소비쿠폰을 복지 제도로 보긴 어렵지만, 신청주의로 운영된 셈입니다.

전진숙 의원은 "사회경제적으로 취약한 사람들이 배제되지 않도록 집행 절차를 섬세하게 설계해야 한다"며 "향후 개선점이 있는지 미신청 사유를 면밀히 파악해 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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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희 기자 (bombom@kbs.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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