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혈한 괴물과 성난 괴물, 두 소년이 건네는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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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 속 편도체가 작아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신경 장애 '알렉시티미아'를 지닌 소년 윤재.
남이 다쳐도 아무런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윤재는 주변에서 '괴물'로 불린다.
"아무렇지 않다"고 말하는 윤재 앞에 어느 날 곤이가 나타난다.
감정이 전혀 없는 윤재와 감정에 파묻혀 사는 곤이가 충돌할 때마다 웃음과 감동을 자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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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 느끼지 못하는 소년 ‘윤재’와 분노로 가득찬 ‘곤이’의 성장-화해

최근 서울 종로구 NOL 유니플렉스에서 개막한 뮤지컬 ‘아몬드’는 극단적으로 다른 두 소년의 성장과 화해를 다룬 작품이다. 베스트셀러인 손원평의 동명 소설(2017년)을 원작으로 2022년 초연된 이후 3년 만에 돌아왔다.
남이 다쳐도 아무런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윤재는 주변에서 ‘괴물’로 불린다. 다행히 엄마와 할머니의 사랑 속에 자랐지만, 길거리에서 벌어진 무차별 흉기 난동으로 할머니를 잃고 엄마는 식물인간이 된다. “아무렇지 않다”고 말하는 윤재 앞에 어느 날 곤이가 나타난다. 납치, 입양과 파양, 소년원 등을 거친 곤이의 삶은 분노로 가득 차 있다. 사사건건 부딪치던 두 소년은 서서히 서로를 이해하게 된다.
무대의 힘은 입체적인 캐릭터들의 호흡에서 나온다. 감정이 전혀 없는 윤재와 감정에 파묻혀 사는 곤이가 충돌할 때마다 웃음과 감동을 자아낸다. 특히 대사의 상당수가 욕설인 곤이에게 무심하게 대꾸하는 윤재의 대사가 묘미다. 자유로움을 갈망하는 소녀 ‘도라’의 등장은 자칫 무거워질 수 있는 극의 분위기를 바꾼다.
넘버도 캐릭터에 맞춘 대비가 뚜렷하다. 감정을 표현하지 못하는 윤재의 선율은 절제되고 반복적이다. 반면 통제 불능의 분노를 드러내는 곤이는 격정적인 록 사운드로 표현된다. 다만 심리 묘사에 충실한 원작의 결을 무대에 세세히 옮기다 보니 호흡이 다소 길게 느껴지는 대목도 없진 않다.
이번 시즌은 초연보다 무대의 밀도가 높아졌다. 1000석 규모의 코엑스아티움에서 600석 대의 중형 공연장으로 옮기며 무대를 헌책방 중심으로 압축했다. 12명이던 배우도 8명으로 줄여 배우들이 여러 역할을 소화한다. 감정을 직접 표현하지 못하는 주인공의 내면을 보여주기 위한 세심한 연출도 돋보인다. 다른 배우들이 윤재의 감정을 내레이션으로 표현하는 등 ‘관찰자’의 역할을 톡톡히 한다. 이번 공연에서 도입된 발광다이오드(LED)는 감정에 따라 색깔이 변하며 전달력을 높인다.
윤재는 배우 문태유, 윤소호, 김리현이 연기한다. 곤이는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에서 손명오 역으로 나와 이름을 알린 배우 김건우를 비롯해 윤승우, 조환지가 맡았다. 맑은 감성을 가진 소녀 도라는 김이후, 송영미, 홍산하가 무대에 오른다. 서툴지만 서로에게 다가가려는 마음이 모여 따뜻한 여운을 남기는 작품이다. 12월 14일까지.
사지원 기자 4g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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