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위키는 왜 카카오 임원 게시물 차단 요청을 들어줬을까
당사자 권리침해 신고만으로 차단 가능한 임시조치 제도
당사자의 복구요청 없으면 차단 계속 이어질 수 있어
빠른 피해구제 위해 도입됐지만 공인·유명인·기업이 적극 활용
[미디어오늘 금준경 기자]

카카오톡 개편 책임자로 거론되며 비판과 풍자의 대상이 된 홍민택 카카오 최고제품책임자(CPO)가 나무위키에 자신과 관련한 항목 삭제요청을 해 주목 받았다. 나무위키는 오는 11월8일까지 당사자 이의제기가 없는 한 해당 항목을 차단한다고 투명성 보고서를 통해 밝혔다. 나무위키는 왜 차단에 나선 것일까.
한국에선 정보통신망법에 따라 게시물을 30일간 우선 차단할 수 있도록 하는 임시조치 제도가 있기 때문이다. 임시조치 제도는 인터넷 게시물로 명예훼손, 저작권 침해 등 권리침해를 당한 당사자의 게시물 삭제요청이 있으면 사업자가 해당 게시물을 즉각 차단할 수 있도록 하고 30일 이내에 복원신청이 없으면 삭제하는 조치다.
문제가 된 나무위키 게시물은 '2025년 카카오톡 대개편 관련 논란' 항목에 담긴 “사내 카르텔 형성, 다른 의견 무시, 기획 강행 및 자화자찬” 등의 내용과 자신을 소재로 제작된 인공지능(AI) 풍자곡 '카톡팝' 관련 내용이다. 홍민택 CPO 측은 사실과 다른 내용으로 명예를 훼손한 점 등에 법적 문제가 있다는 입장으로 정보통신망법에 따라 게시물 삭제 및 임시조치를 요청했다. 이후 해당 항목은 차단됐으나 작성자가 이의신청해 차단이 중단됐다.
최근 논란이 된 사건 가운데 인터넷 게시물 차단과 관련된 건 임시조치 제도를 활용한 경우가 많다.
지난 5월 SK텔레콤 유심정보 해킹사태 당시 “마누라 교체비용은 2조 넘게 쓰면서 칩 교체비용은 아깝냐”는 인터넷 커뮤니티 글이 최태원 회장 대리인측 신고로 임시조치된 사실이 논란이 됐다. 게시물을 차단 당한 당사자가 통보문에 '최태원 대리인'이 요청했다는 내용을 캡처해 올리면서 알려지게 됐다. 임시조치를 할 경우 게시물을 쓴 당사자에게 즉각 통보해야 한다.
지난해 8월 방시혁 하이브 의장과 인터넷 방송인의 LA 동행 소식을 전한 인터넷 커뮤니티 더쿠의 게시물이 차단된 것도 임시조치 때문이었다. 역시 게시물을 차단 당한 당사자가 통보문을 공개하면서 알려졌는데, 임시조치 사유는 '방시혁 의장에 대한 사생활 침해', 요청자는 '주식회사 하이브 및 대리인'이었다.

2023년 조용기 목사 사망 소식을 접하고 “지옥갔다에 100만 원 건다”고 쓴 글이 조용기 목사 법무대리인측의 신고로 임시조치를 당한 사례도 있다.
임시조치는 인터넷상의 무분별한 권리침해를 막기 위해 도입됐으나 사안의 본질을 파악하지도 않고 당사자 신고만으로 게시물을 우선적으로 차단한다는 점에서 과도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특히 공인이나 기업에서 부정적 여론을 막기 위해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임시조치 제도는 사업자에게 차단 및 삭제 여부를 판단하도록 했는데, 대부분의 사업자들은 법적 논란을 피하기 위해 임시조치를 적극 적용하는 추세다.
2023년 하반기 명예훼손을 이유로 임시조치된 네이버 게시물은 14만3961건에 달한다. 같은 기간 카카오에선 1만126건의 게시물이 명예훼손을 이유로 차단됐다.
2023년 국가인권위원회는 임시조치에 관해 “병원, 대기업 등의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소비자 리뷰 등 공공의 관심 사안이나, 국회의원, 중앙행정기관장, 지방자치단체장 등 정치적 공인과 관련된 사안에 임시조치가 이뤄지는 경우가 있다”며 “일정한 판단 기준 없이 무분별하게 임시조치를 한다면 국민의 자유로운 의견 개진을 저해하여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고 했다.
인권위는 “무분별하게 임시조치를 한다면 국민의 자유로운 의견 개진을 저해하여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며 이의제기 절차 강화 등 제도 개선 권고 입장을 냈다.
임시조치 제도 개선 논의는 역행하는 추세다. 문재인 정부 때인 2019년 방통위는 업무계획에 임시조치 청구 이후 게시물을 쓴 당사자가 이의제기를 할 수 있는 권한을 법에 명시하는 등의 제도 개선을 추진했으나 2020년부터 업무계획에서 빠졌다. 당시 '가짜뉴스 규제' 논의가 대두되면서 관련 논의가 쟁점에서 멀어진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정부 방통위는 2024년 업무계획에 임시조치 대상을 '모욕'까지 확대하겠다고 밝히는 등 외려 임시조치를 강화하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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