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 장벽’ 친 EU에…정부 “14년 FTA 파트너” 차별화 호소
미 고관세에 중 과잉생산 첩첩산중…“탄소 감축 협력 등 필요”

유럽연합(EU)이 미국에 이어 ‘철강 보호무역’ 강화를 예고하면서 국가별 할당량(쿼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은 EU 측을 만나 기존 교역 수준의 철강 물량 배정을 요구했다. 국내 철강업계도 물량이 많은 자동차 강판이나 열연·냉연 강판 등 유럽 수출 전략품목의 쿼터는 현재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12일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여 본부장은 지난 10일(현지시간) 남아프리카공화국 그케베르하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무역투자장관회의 및 철강 공급과잉에 관한 글로벌 포럼(GFSEC)에 참석해 마로시 셰프초비치 EU 통상·경제안보담당 집행위원을 만나 “한국은 14년 된 한·EU 자유무역협정(FTA) 파트너로서 비FTA 국가와는 차별화된 고려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EU는 지난 7일 새로운 철강 수입쿼터(TRQ) 초안을 발표했다. 연간 철강 쿼터를 지난해 철강 쿼터(3053만t) 대비 47%가량 줄이고, 관세율을 현재(25%)의 2배인 50%로 올린다는 내용이 골자로, 사실상 ‘철강 수입장벽’이다.
국가별 쿼터는 무역 상대국과 개별 협상을 통해 결정할 계획이다. EU는 한국 철강 수출 2위 시장이다.
여 본부장은 이에 “이번 조치가 한·EU 간 자유롭고 공정한 무역 질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양측이 우호적인 해결책을 마련해나가야 한다”며 한국 철강업계에 미칠 부정적 영향과 통상 환경의 불확실성 확대 등도 지적했다.
국내 철강업계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미국이 철강·알루미늄 등에 관세를 올리면서 미국으로 향하지 못한 제품이 유럽 시장에 풀릴 가능성이 있다 보니 철강산업 보호에 나선 것”이라며 “EU의 경우 열연·냉연 등 판재류나 자동차 강판 수출이 많은데 이 쿼터를 유지하는 게 관건”이라고 말했다.
중국 등의 철강 과잉생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제 협력이 필요하다는 제언도 나왔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중국이 철강 생산능력을 늘렸는데 내수가 안 좋아지니 자꾸 해외로 제품을 덤핑으로 넘기고 있다”며 “공급과잉 해소의 주요 해결책을 가진 것은 중국”이라고 말했다.
다만 국제 협력은 현실적으로 실현되기 어렵다는 것이 업계 안팎의 일반적인 관측이다. 중국·튀르키예 등 유럽에 철강을 수출하는 주요 국가가 이를 받아들일 가능성이 낮아서다. 한국은 지난해 튀르키예에 이어 유럽에 두 번째로 많은 양의 철강을 수출했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EU의 공급망 기호국’으로서 한국의 가치를 강조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이 EU에 수출하는 철강은 아연강판과 열연·냉연 강판 등 중간재적 성격을 띠고 EU도 이에 대한 수요가 있는 만큼 이를 강조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다.
장 원장은 또“저탄소 분야에서 EU와 협력을 위한 파트너십을 쌓아갈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EU는 지난 7월 2050년 탄소중립을 목표로 2040년까지 90% 탄소 감축 계획을 발표했다. 한국이 수소 환원 제철 등 친환경 제철 기술로 대표적인 탄소 다배출 업종인 철강 분야에서 EU와 협력할 수 있음을 제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오동욱 기자 5do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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