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전 '다 걸린 경기'에서 0이닝 수모→PS 역사 새로 쓴 사나이… 떨지 않은 이유, 이렇게 성장했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2021년 객관적인 전력의 약세, 그리고 주축 선발 투수들의 부상으로 고전했던 SSG는 그래도 시즌 막판 저력을 과시하며 포스트시즌 진출에 대한 꿈을 품고 있었다. 이 희망은 정규시즌 최종전까지 이어졌다. 그런데 문제는 정규시즌 최종전에 나갈 투수가 없었다.
당시 SSG는 시즌 초반이었던 5월 박종훈과 문승원이라는 믿을 만한 선발 투수들이 모두 팔꿈치 수술을 받고 이탈한 상황이었다. 이후 여러 대체 선발 투수들을 쓰며 버텼다. 시즌에 총 17명의 선수가 선발로 나섰을 정도로 최악이었다. 그중에는 2021년 팀의 1차 지명자로 큰 기대를 모으고 있었던 좌완 김건우(23·SSG)도 있었다. 그리고 10월 30일 인천에서 열린 KT와 최종전에 나갈 선발로 김건우가 낙점됐다.
당시 SSG는 외국인 투수였던 윌머 폰트와 샘 가빌리오가 이미 직전 2경기에 등판해 나갈 만한 선발 투수가 마당치 않았다. 그리고 이 최종전에서 이겨야 포스트시즌 진출이 가능했다. 신인 선수의 어깨에 걸리는 중압감은 미뤄 짐작할 수 있었다. 하지만 모두가 자신만 바라보고 있는 이 경기에서, 김건우는 인생 최악의 경험을 남겼다. 1~2이닝은 막아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김건우는 단 세 타자만 상대하고 등을 보였다.
당시 1회 선두 조용호에게 중전 안타를 맞은 김건우는 황재균 강백호에게 연속 볼넷을 내주며 흔들렸다. 무사 만루가 되자 SSG는 장지훈으로 투수를 교체했으나 1회 2점을 내줬다. 김건우 카드는 실패였다. SSG는 1회 2점을 만회하기는 했지만, 결국 3회와 5회 실점하면서 경기 주도권을 내줬다. 그 당시 SSG를 그렇게 괴롭히던 KT도 선두 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KT는 선발 소형준에 이어 고영표까지 투입하는 등 총력전을 다한 끝에 결국 이기고 정규시즌 1위 타이브레이커를 만들었다.

경기 후 포스트시즌 진출이 좌절된 SSG의 선배 선수들은 김건우를 위로했지만, 이 어린 선수의 가슴에는 씻을 수 없는 상처도 남았다. 승패에 따라 시즌 농사 수확물이 극단적으로 갈리는 이 경기는 어쩌면 김건우 인생에서 가장 중압감 넘치는 경기였다. 그리고 그 경험은, 4년 뒤 중요한 경기에서 잘 던질 수 있는 자양분으로 남았다. 그런 경기도 경험했는데, 일리미네이션 게임도 아니었던 11일 준플레이오프 2차전은 차라리 부담이 덜했을지도 모른다. 김건우는 경기 후 “특별히 떨리지는 않았다”고 했다.
김건우는 11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삼성과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 선발로 나가 3⅓이닝 동안 2실점했다. 경기 결과가 완벽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경기 초반 1차전 승리 팀 삼성의 기세를 누름과 동시에, 동료들에게 ‘승리의 희망’을 만들어줬던 것은 굉장히 중요했다. 에이스 드류 앤더슨의 장염 증상으로 준플레이오프 선발 로테이션이 꼬인 SSG는 김건우의 맹활약에 힘입어 시리즈 전적을 1승1패로 맞추고 대구로 향할 수 있게 됐다.
올해 선발과 불펜에서 두루 뛰며 가능성을 내비친 김건우는 시즌 중반 밸런스 문제를 극복하지 못하며 성적이 처졌다. 결국 2군으로 내려갔다. 하지만 2군에서 키킹 동작을 바꾸면서 좋은 성과물을 남겼고, 여기에 기대를 건 1군 코칭스태프에 다시 부름을 받아 시즌 막판 두 번의 선발 등판에서 좋은 활약을 했다. 구위는 분명 매력적이었고, 제구까지 잡히고 있었다. 결국 SSG는 2차전 선발로 경험이 풍부한 김광현 대신 김건우를 밀어붙였다. 그리고 김건우는 그 자격이 있었음을 보여줬다.

1회 시작부터 탈삼진 퍼레이드가 이어졌다. 1회 이재현 김성윤 구자욱으로 모두 삼진으로 잡아내고 기세를 올렸다. 강력한 패스트볼이 헛스윙을 유도하고, 또 스트라이크존 모서리와 꼭지점에 찍히면서 삼성을 당황케 했다. 분위기를 탄 김건우는 2회에 자신의 완성형 피칭을 보여줬다. 디아즈는 패스트볼로, 김영웅은 슬라이더로, 김헌곤은 체인지업으로 모두 삼진을 솎아냈다. KBO리그 포스트시즌 역사상 첫 경기 개시 후 6타자 연속 탈삼진이었다. 김건우는 경기 후 “준플레이오프뿐만 아니라 포스트시즌 전체 기록인가요?”라고 물었다. 자신도 믿기지 않는 듯했다.
김건우는 “(첫 타자인) 이재현을 삼진으로 잡아내면서 긴장이 풀렸던 것 같다. 매 타자 전력으로 던지면서 즐기면서 투구를 했던 것 같다”고 돌아봤다. 4회 들어 실점하기는 했지만 동기생인 조형우의 볼 배합보다는 자신의 탓으로 돌렸다. 김건우는 “1회부터 매 타자 전력 투구를 하다 보니 4회 들어서는 힘이 조금 빠졌던 것 같다”면서 “한 번 경험을 해봤으니 앞으로는 (그런 상황에서) 더 좋은 투구를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웃어보였다.
고교 시절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에게도 호평을 이끌어냈던 김건우는 신인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의 실패, 군 입대, 그리고 팔꿈치 수술이 겹치며 어려운 시기를 보냈다. 사실 올해 2월에 스프링캠프에 합류하면서도 “당장은 아닐 것”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선수다. 지난해 이맘때만 해도 몸을 다시 만드느라 전력 투구도 어려운 선수였으니 그럴 만도 했다. 그러나 오프시즌에 착실히 준비했고, 스프링캠프에서 기대 이상의 구위를 선보이며 올해 1군 전력에서 꽤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선수가 됐다. 그리고 큰 경기에서의 호투로 ‘제2의 김광현’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당장 올해 포스트시즌은 물론, 내년 SSG 선발 구상에도 즐거운 일이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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