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6년 연기 인생' 첫 소극장 서다…배우 박근형 "이제야 '나만의 연기' 생겨"

강나현 기자 2025. 10. 12.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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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85세의 나이, 그 가운데 66년을 연기에 바쳐온 배우 박근형 씨가 처음으로 소극장 무대에 섰습니다. 자신만의 연기가 뭔지 이제야 알겠다는 노배우의 다음 목표는 무엇일까요.

강나현 기자가 만났습니다.

[기자]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를 기다리며' : {오늘도 기다리다가 끝나겠네요.}그런 말 하지 마라. 아직 몰라!]

기약 없는 대역 순간을 기다리는 노배우 모습이 66년 전, 열아홉 소년이던 자신과 자꾸만 겹쳐 보입니다.

[박근형/배우 : 누군가가 아팠으면 누군가가 잘렸으면. 언제 무대에 오르나 명동예술극장 있었을 때 그게 나의 꿈이었거든요.]

다방 1인극, 호텔부터 대극장까지 연극만 할 수 있다면 어디든 누빈 덕에 20대인 1960년대, 스타가 됐지만 생계 해결은 아득했습니다.

결국 '브라운관'으로 서서히 중심을 옮겨갔지만, 자신의 뿌리는 연극임을 잊은 적이 없습니다.

2012년, 복귀를 결심하고 이따금씩 무대에 오르다 2년 전부턴 쉼 없이 공연 중인데 데뷔 66년인 올해 처음, 소극장 무대에 섰습니다.

[박근형/배우 : 잔잔한 숨소리까지 다 전달이 돼서 너무 너무 기분이 좋고.]

NG를 낼 수 없는 '순간의 예술' 연극.

보통 석 달 연습 하는데, 그 많은 대사는 눈이 아닌 몸으로 '흡수'합니다.

[박근형/배우 : 이 쪽에 한 발 들였으면 (이 동작에 맞게) 저절로 대사가 나올 수 있을 정도까지 연습을 계속하는 거죠.]

연습실 밖에선 머릿속이 더 바삐 움직입니다.

[박근형/배우 : 글씨로 외우진 않습니다. 절대로. 차를 마시거나 식사를 하거나 누굴 만나서 이야기할 때도 순간 순간 (동작) 순서는 돌아가고 있죠.]

그렇게 단단히 준비해도 여전히 막을 수 없는, 딱 한순간이 있습니다.

[박근형/배우 : 나오는 직전. 무대에서는 덜덜덜덜하죠. 근데 딱 들어서고 시작하면 전혀 모르죠.]

70년 가까이 연기만 바라보고 달려온 노배우 마음속엔 요즘 새로운 기다림이 들어섰습니다.

[박근형/배우 : '확고한 나의 것'이라는 것이 이제 생기기 시작했는데 이제 나이는 다 다가왔어요. 시간은 없고 하니까 자꾸 초조해져요. 나만의 세계를 어떻게 해서든지 만들어 내고 싶은 거죠.]

시간과 마음 들이는 일을 점점 낭비로 여기는 시대지만, 기다려 본 자만이 얻을 수 있는 값진 선물을 알기에 부지런히 또 다음 무대를 그립니다.

[박근형/배우 : 완성도가 없을지라도 그게 밑바탕이 되잖아요. 이런 실수는 하지 말아야겠다 라고 다시 재도약할 수 있는.]

[화면제공 파크컴퍼니]
[영상취재 박대권 반일훈 영상편집 지윤정 영상자막 조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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