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국내 최대 '잣 생산지'도 무너졌다…폭염→해충·병해로 '고사 위기'
[앵커]
JTBC '기후의 역습' 특집 보도, 프랑스와 스웨덴에 이어 오늘은 한반도입니다. 해마다 기온이 오르면서 국내 농작물 지도가 빠르게 바뀌고 있습니다.
폭염에 무너지는 국내 최대 잣 생산지를 임예은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기자]
산길을 따라 오르면 깊은 숲속 잣나무들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이 잣을 따려면, 다시 20m 넘는 나무를 올라야 합니다.
안전띠를 매고, 뾰족한 승주기를 찬 채, 조심스레 나무 꼭대기로 향합니다.
장대를 휘두르자, 비처럼 쏟아지는 잣송이들.
하지만, 정작 포대 자루에 담을 만한 건 절반도 되지 않습니다.
[이런 건 까봐야 기계에서 다 날아가요. 전부 다 알이 작아서.]
불과 몇 해 사이 숲은 달라졌습니다.
[배인택/가평 잣 농장주 : 5년 전에는 이런 경우가 없었어요. 잣 좋았어요. 잣이 좋으면 지금 다 땄어야 돼요. 벌써.]
국내 최대 잣 생산지 경기도, 이곳 잣 생산량은 어느새 175분의 1로 줄며 사실상 생산이 끊기다시피 했습니다.
[배인택/가평 잣 농장주 : 기온 차이 때문에 그런 건 맞아요. 왜? 높은 산에 있는 건 좀 덜해. 야산에 있는 건 싹 갔단 말이에요.]
서늘한 날씨에서 자라는 잣나무는 이례적인 폭염에 버티지 못하고 있습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해충이 달라붙고 고사율 100%에 달하는 '재선충병'까지 퍼졌습니다.
[권건형/경기도 산림환경연구소 나무연구팀장 : 나무를 제거해야 하기 때문에 (그러면) 생산할 수 있는 잣나무의 수량이 줄 수 있고…]
이제는 생산량뿐 아니라 품질도 문제입니다.
이렇게 한편에는 잣송이가 잔뜩 쌓여있는데요.
모두 썩은 것들입니다.
이렇게 송이 크기가 작은 것들도 있고요.
열매가 맺히지 않은 송이도 상당수입니다.
겉보기에 멀쩡해도 속은 이미 병든 것도 많습니다.
[권건형/경기도 산림환경연구소 나무연구팀장 : 급격한 기후변화가 장기적으로 봤을 땐 나무의 생리적인 영향이나 이런 부분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봐야 하는데요. 아직 결론을 내리긴…]
뾰족한 해결책은 없습니다.
대를 이어 잣나무를 지켜온 농민들의 마음은 무너집니다.
[배인택/가평 잣 농장주 : 고민은 벌써 끝났죠. 안 하는 거로. 포기하는 거로 끝났죠.]
이렇게 기후가 바뀌면 삶의 경계는 바뀝니다.
[화면제공 경기도 산림환경연구소]
[영상취재 김진광 영상편집 박수민 영상디자인 조영익]
※ 본 보도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정부 광고 수수료를 지원받아 제작되었습니다.
◆ 관련 기사
[르포] '이상 기후'가 바꾼 농작물 지도…한반도는 2배 더 빠르다
→ 기사 바로가기 : https://news.jtbc.co.kr/article/NB122662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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