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민준의 골프세상] 골프의 노화를 늦추는 역보행

[골프한국] 40여년 전 한의원을 찾았다가 한의사로부터 하루 200보 이상 역보행하라는 구두 처방을 받았었다. 자주 식은땀을 흘리고 어지럼증을 겪는다고 했더니 몸을 보하는 한약 처방과 함께 권한 운동 요법이었다. 성장기에 영양 섭취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나타나는 것이라고 했다.
며칠 한의사가 시키는 대로 역보행을 하다가 그만두었다. 적당한 장소가 없는 데다 다른 운동 열심히 하는 데 굳이 필요할까 싶었다.
그동안 역보행을 까맣게 잊고 지내다 올여름부터 새로이 시작했다. 비거리도 줄고 균형 감각도 떨어지는 것을 절감하고 한의사의 권고를 떠올려 폭염 속에서도 매일 1000보 가까이 역보행을 했다. 8, 9월 두 달 동안 열심히 역보행을 한 결과 줄어든 비거리가 어느 정도 회복되고 몸의 균형 감각도 좋아진 느낌이었다. 빠지기만 하던 허벅지와 엉덩이의 근육이 조금씩 다시 붙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골프는 '앞으로 나아가는 운동'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자신을 되돌아보는 운동'이다. 스윙의 방향은 전면으로 향하지만, 그 안에는 늘 축을 중심으로 균형과 회전의 힘이 숨어 있다. 이 점에서 한의학에서 권장하는 역보행(逆步行)은 골퍼들이 꼭 실천해야 할 습관이 아닌가 싶다.
한의학에서 인체는 앞뒤·좌우의 조화 속에 건강을 유지한다고 본다. 우리는 평생 앞으로만 걷는다. 이 '전진의 습관'이 몸의 전면부, 특히 허벅지 앞쪽과 무릎에 부담을 주고 '뒤쪽의 기운', 곧 신(腎)과 요(腰)의 에너지를 약하게 만든다고 한다.
역보행은 무너진 균형을 되찾는 행위다. 거꾸로 걷는 동안 평소 쓰지 않던 근육이 깨어나고 몸속의 기혈(氣血)이 고르게 흐르며 정신도 한곳에 모인다. 잡념이 사라지고 호흡이 깊어진다. 한 걸음 한 걸음 뒤로 가지만 마음은 오히려 깨어나 앞으로 나아간다.
현대 의학의 시각에서 봐도 역보행은 놀라운 효과를 보인다. 무릎 충격을 줄이고, 엉덩이와 허벅지 뒤 근육인 햄스트링을 강화하며 균형 감각을 예민하게 해준다. 햄스트링은 걷기, 달리기, 점프, 방향 전환 등 하체 움직임의 핵심 역할을 담당한다. 일상생활과 운동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근육으로 작은 손상이라도 통증과 운동기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역보행을 하면 특히 소뇌와 전두엽이 동시에 활성화되어 신체가 바르게 정렬되고 집중력이 향상된다고 한다. 뒤로 걸을 때 우리는 시각 대신 몸의 감각을 총동원해야 한다. 익숙한 길이 낯설어지고 작은 걸음 하나에도 온 신경이 모인다. 이 집중의 순간은 바로 명상적 골프의 핵심과 닮았다.
골프에서 가장 어려운 것은 '스윙의 방향'이 아니라 '균형의 유지'다. 역보행은 바로 그 균형 감각의 근본을 단련하는 데 안성맞춤이다. 뒤꿈치로 체중을 느끼며 걷다 보면 자연히 하체의 축이 안정돼 임팩트 순간 중심이 흔들리지 않는다. 뒤로 걷는 동안 시야가 제한되므로 자연스레 내면의 리듬과 호흡에 집중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 감각은 스윙 루틴의 일관성과 평정심으로 이어진다.
어찌 보면 역보행은 단순한 운동이 아니라 몸의 균형을 되찾고 마음의 방향을 바로 세우는 수행인 셈이다. 골퍼에게 역보행은 신체와 마음의 균형을 되찾는 보약이 아닐까 여겨진다.
*칼럼니스트 방민준: 서울대에서 국문학을 전공했고, 한국일보에 입사해 30여 년간 언론인으로 활동했다. 30대 후반 골프와 조우, 밀림 같은 골프의 무궁무진한 세계를 탐험하며 다양한 골프 책을 집필했다. 그에게 골프와 얽힌 세월은 구도의 길이자 인생을 관통하는 철학을 찾는 항해로 인식된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골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길 원하시는 분은 이메일(news@golfhankook.com)로 문의 바랍니다. /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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