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경기] 지방소멸 위기 넘어 새로운 미래 쓰는 여주시

양동민 2025. 10. 12.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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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년만에 풀린 족쇄… 반도체·관광도시 꿈 영근다

국토부, 27만㎡ ‘가남산단 클러스터’ 승인
1982년 수정법 이후 자연보전권역 첫 조성
36개기업 입주희망… 동부권 반도체 벨트

지난 2일 여주 남한강 출렁다리 앞 잔디광장에서 ‘MBC플러스 피크닉 라이브 소풍’ 버스킹 공연이 진행됐다. 행사장을 가득 메운 관객들의 모습은 여주의 새 관광 명소인 출렁다리와 지역 문화축제의 활력을 보여주고 있다. 2025.10.2 /여주시 제공

수도권 개발을 옥죄어 온 ‘금지선’이 42년만에 뚫렸다. 지난 6월27일 국토교통부 수도권정비위원회가 27만㎡ 규모의 ‘가남 일반산단 클러스터’ 조성계획을 승인함으로써 1982년 수도권정비계획법 시행 이후 자연보전권역에 첫 대규모 산업단지가 여주 가남읍 일원에 들어서게 된 것이다. 이를 예견이라도 한 듯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은 올해 전국 226곳의 기초지자체를 대상으로 한 평가에서 여주시를 회복탄력성이 빼어난 도시 상위 10곳에 포함시켰다. 시의 인구는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는 수도권의 다른 도시와 달리 1960년 인구조사 이래 줄곧 11만명에 머물고 있다. 지역 격차는 종종 지역 경제 위축이나 소멸의 위기로 이어질 수 있어 시의 최근 변화는 여러모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 → 편집자 주



■ 논밭에서 첨단산업단지로… 가남읍 신해리의 변화

가남읍 신해리 들녘. 황금빛으로 익어가는 들녘 너머로 덤프트럭들이 분주히 오가고 있다. 곳곳엔 산업단지 조성을 환영한다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40년 넘게 개발제한에 묶여 농사만 지어왔는데 이제야 변화를 실감하게 됩니다.” 벼 수확에 손발이 분주한 김모(67)씨의 목소리에는 설렘과 기대감이 배어 있다.

산업시설용지 14만3천501㎡에 5개 단지로 구성된 가남산단은 이미 36개 기업이 입주의향서를 제출한 상태다. 기업들은 인근 이천 SK하이닉스와의 시너지로 경기 동부권 반도체 벨트의 핵심 거점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시는 이곳에 692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예상대로 기업들이 입주를 마치면 직접고용 859명, 간접고용 383명 등 모두 1천242명의 일자리가 만들어진다.

시는 빠른 행정 추진력으로 화답하고 있다. 2023년 5월 처음 개발 계획을 수립한 후 2024년 7월 경기도 산단 지정계획을 고시했으며, 오는 12월 손실보상 협의를 거쳐 내년 3월에 착공하면 타 지자체보다 1~2년이 빠르다.

이충우 시장은 “전체 공장의 92%가 개별입지 형태로 난개발됐던 상황에서 이번 계획입지 조성은 환경관리와 기업경쟁력 강화 측면에서 획기적인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아울러 2022년 SK하이닉스와의 용수공급 갈등을 상생협약으로 해결해 규제완화와 투자유치의 발판을 마련한 과정을 언급하며 “40년간 묶여있던 여주의 숨통이 트인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남한강 출렁다리·도자기축제 등 연계로
전통·자연 어우러진 ‘수도권 관광’ 메카
회복탄력성 뛰어난 상위 도시 10곳 선정

■ 남한강 출렁다리에서 엿본 여주의 관광도시 꿈
남한강변을 거니는 이충우 여주시장의 발걸음이 분주하다. 40년 만의 개발 규제 해제에 이어 첨단산업단지 조성과 출렁다리가 개통되면서 여주가 관광과 산업이 공존하는 도시로 변모하는 현장을 직접 확인하고 있다. /여주시 제공


여주의 꿈은 산업분야에 그치지 않고 관광도시로 도약하고 있다. 지난 5월 개통한 한강 최초의 인도교인 ‘여주 남한강 출렁다리’는 개통 45일만에 누적방문객 100만명을 넘어서며 지역관광의 새 이정표가 됐다. 주말에는 관광객이 몰려 이 같은 추세라면 연내 200만명 돌파가 가늠된다. 인근에서 카페를 경영하는 박모(45)씨는 “손님이 급증해 직원을 추가로 채용했다”며 기대를 감추지 않는다.

출렁다리 위에서 바라본 남한강 풍광도 장관이다. 서울에서 온 김모(42)씨 가족은 “세종대왕의 도시 여주에 왔다는 기념으로 아이들과 추억 사진을 남기기에 맞춤한 장소”라며 만족감을 나타냈다.

관광 붐은 도자기축제에서 오는 10월31일에 개막하는 여주오곡나루축제로 이어질 전망이다. 지난 5월 열린 제37회 여주도자기축제는 116만8천명의 방문객 수를 기록해 지난해의 두 배가량 달했다. 지역의 도예가 조모(45)씨는 “예전에는 짧게 머무르는 관광객이 많았다면 지금은 출렁다리를 비롯한 다양한 볼거리 덕분에 체류시간이 6~7시간 이상으로 늘었다”고 성공 요인을 평가했다.

여주프리미엄아울렛 역시 연간 1천만명이 찾는 여주의 대표 쇼핑 관광지다. 시는 아울렛 방문객에게 지역상품권을 제공하는 정책을 통해 지역 상권으로의 소비를 유도하고 있다. 최근 회수율은 80% 이상에 이른다. 시 관광과 관계자는 “아울렛만 방문하던 사람들이 상품권 덕분에 시내 식당과 카페까지 찾는다”며 “관광이 지역경제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남한강 출렁다리·도자기축제·여주프리미엄아울렛 바우처 사업이 잇따라 성공을 거두면서 여주가 전통과 자연이 어우러진 새로운 관광도시로 떠오르는 것이다. 여기에 다채로운 관광콘텐츠와 지역 상생 모델이 더해지면 ‘수도권 관광 메카’라는 꿈도 머지않은 듯하다.

■ 시청에서 만난 ‘회복탄력성 도시’의 비밀

/클립아트코리아


이 시장은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의 도시회복력 평가 결과를 설명하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올해 전국 226곳의 기초지자체를 대상으로 한 해당 평가에서 여주시가 도시회복력을 가진 상위 10곳에 포함된 것이다.

이 시장은 “환경·경제·사회 전체 영역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은 상위 10곳 중 수도권은 6곳인데, 그 가운데 여주는 도시 규모나 인구 면에서 가장 작다”며 이번 선정의 의미를 강조했다. 그러면서 “인구 11만명의 작은 도시가 수도권 집중화의 혜택을 받는 신흥도시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고 했다.

실제로 시는 전년 대비 일자리 증가율 7.7%, 300인 이상 사업장 상용 일자리 증가율 32.92%, 주택 수 증가율 5.4%, 장애인 고용비율 5.33%를 기록하며 사회와 경제 영역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지역 격차는 저출생·고령화, 산업구조 변화 등 복합적 요인에서 비롯됩니다. 이 지역 격차는 곧 지역소멸 위기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공동체 구성원들의 참여와 협력을 바탕으로 한 시민사회와 사회복지 부문에서의 성과가 이번 결과를 만들었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도시의 취약성이 드러나면서 외부충격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도시의 회복탄력성’이 새로운 도시경쟁력의 화두가 됐다는 점에서 시의 성과는 더욱 주목받고 있다.

지난 추석 연휴 동안 여주시 신해1·2리 주민들은 산업단지 조성과 연내 착공을 환영하는 내용의 현수막을 내걸고 고향을 찾은 귀성객들을 맞이했다. 여주/양동민기자 coa007@kyeongin.com


■ 가남읍에서 바라본 ‘2027년의 꿈’

다시 가남읍. 내후년인 오는 2027년 이 평화로운 농촌 풍경 속에 첨단반도체산단이 들어서면 새로운 양질의 일자리를 찾아 몰려든 젊은이들로 붐비는 명실공히 도농복합도시가 될 것이다.

“목표한 오는 2027년까지 조성을 마칠 수 있도록 속도감 있게 사업을 추진하겠습니다.” 이 시장의 다짐에는 인구 11만명의 도시 여주를 새로운 ‘반도체 도시’로 만들겠다는 꿈이 묻어 있다.

“40년 동안 못했던 일을 3년 만에 해내는군요. 이제 정말 희망이 보입니다.” 가남읍을 떠나며 만난 한 주민의 말이다. 과연 주민의 바람과 행정의 열정만으로 지방소멸의 위기를 넘어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 갈 수 있을까. 여주의 변화에서 그 희망과 해답의 일단을 찾는다.


여주/양동민 기자 coa007@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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