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지금은 말라버린 땅, 원래 철새 발 적시던 습지였다

정지윤 기자 2025. 10. 12.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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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 하구 0.9℃의 경고 <6> 복원의 ‘원죄’

- 1994년 시작 ‘생태 회복’ 사업
- 갯벌 위에 돌 조각 들이붓는 등
- ‘무지·실수’로 되레 생물 내쫓아

- 수십 년 시행착오·관리부실에
- 물 많던 서식지 흔적마저 실종

지난 1일 오후 부산 사상구 삼락생태공원. 성인 가슴팍까지 자란 갈대와 억새를 헤쳐야 닿을 수 있었다. 제법 안쪽으로 들어간 부산대 생명과학과 주기재 명예교수가 한 곳을 손으로 가리켰다. 원래 습지였던, 지금은 말라버린 땅.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보니 풀과 나무가 빽빽했다. 한때나마 습지였던 ‘증거’를 찾기 어려웠다. 안내 표시판 하나 없었다.

지난 1일 오후 부산 사상구 삼락생태공원에서 부산대 생명과학과 주기재 명예교수가 원래 습지로 조성했지만 지금은 말라버린 땅을 가리키고 있다. 김동하 기자 kimdh@kookje.co.kr


이날 찾은 곳은 2006년 부산시가 낙동강 하구 둔치 재정비 사업 때 만든 인공 습지 구역. 과거 비닐하우스 경작지였던 둔치 일원을 생태공원으로 바꾸면서 습지를 조성했다. 그러나 주 교수의 연구 자료를 보면 2008년 1만6474㎡였던 습지는 2024년 3435㎡로 무려 79%(1만3039㎡) 줄었다. 현재는 옅은 흔적만 간신히 남았다.

주 교수는 “당시 50억 원을 들여 5000평(약 1만6500㎡) 규모 습지를 만들었다. 지금은 갈대와 나무로 뒤덮여 땅으로 변했다”며 “복원했다고 말하기 위한 복원일 뿐이었다”고 지적했다.

▮ “지연은 대체할 수 없다”

국제 환경 기구는 기후 위기에 대응할 가장 효과적 방법으로 ‘자연 서식지 보호·복원’을 꼽는다. 이런 접근법을 자연기반해법(Nature based Solution)이라고 부른다. 세계자연보전연맹은 2016년 총회에서 자연기반해법을 정의한 결의안을 처음 채택했다. 또 2019년 유엔 기후 행동 정상회의에서 기후변화와 생물 다양성 보전의 핵심 수단으로 자연기반해법을 선언하며 관련 논의가 시작됐다.

여기에는 기후변화와 생물 다양성 감소가 각각의 위기가 아닌 통합적 해결이 필요한 하나의 문제라는 인식이 깔렸다. 부산연구원 여운상 선임연구위원은 “도시 개발과 자연 훼손에 따른 문제를 기술 발전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여기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유일하게 효과를 본 방법은 자연 서식지를 지키고 확대한 것”이라며 “낙동강 하구도 수차례 개발로 자연 훼손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지만, 이제는 미래 세대를 위해 하구를 보호하고 훼손을 최소화하는 노력이 절실해졌다”고 밝혔다.

부산시가 2006년 비닐하우스 경작지였던 낙동강 하구 둔치(왼쪽)를 삼락생태공원으로 조성하며 만든 인공 습지(가운데)로 2017년(오른쪽) 대부분 말라버렸다. 구글 맵 TMap Mobility


▮ “무지와 실수투성이였다”

생태 전문가들은 낙동강 하구 위기에 대응할 최고의 방법 역시 자연 서식지를 보호·복원하는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그러나 1990년대 중반 시작한 하구 복원 사업은 ‘시행착오의 역사’였다. 주 교수는 “겉으로는 자연 훼손을 반성하고 생태를 복원한 것처럼 보이지만, 그 과정은 무지와 실수로 채워졌다”며 “일부 성과도 있지만, 잃어버린 자연 서식지를 대체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고 말했다.

지난 30년간 낙동강 하구 복원 사업은 크게 1990년대(1세대)와 2000년대(2세대), 2010년대부터 현재까지(3세대)로 나뉜다. 초기에는 갯벌 매립과 녹지 훼손에 따른 손실을 복원 사업으로 상쇄한다는 ‘손실 최소화(No net loss)’ 기조로 접근했다. 갯벌을 매립해 산업단지와 주거지를 조성했으니, 대신 인공 철새 도래지를 만들어 자연 훼손(손실)을 없앤다는 논리였다. 1995년 신호리 철새 인공 서식지(15만 ㎡) 조성과 1994년 대마등 철새 도래지(32만 ㎡) 복원, 1997년 을숙도 인공 생태계 조성(45만 ㎡) 등이 대표적이다.

▮ “철저하게 실패했다”

이론과 현장은 달라도 너무 달랐다. 인공 서식지로 자연 훼손을 상쇄할 수 있다는 판단은 착각이었다. 신호리 철새 인공 서식지는 녹산산단 인근 갯벌 위에 조성한 습지다. 1970년대부터 광활한 녹산·신호 갯벌을 대부분 매립해 산단과 주거 단지를 짓고 남은 공간이다. 복원 사업 당시 30대 젊은 연구자였던 주 교수는 “무지하고 잔인한 과정이었다”고 회상했다.

인공 습지는 기존 갯벌 위에 흙을 들이부어 만들었다. 흙 속 날카로운 돌과 바위 조각까지 들어갔다. 철새가 습지로 내려앉을 때 발이 찢겼다. 이후 습지는 낙동강 하구 퇴적물이 쌓이고 갈대가 자라는 ‘땅’으로 변했다. 습지 기능은 사라졌고, 복원은 실패했다. 여기에 더해 최근에는 주민 산책로 겸 공원으로 사용돼 철새가 살 수 없는 공간이 됐다.

대마등 철새 도래지 복원은 1994년 시작한 낙동강 하구 최초의 복원 사업이다. 대마등은 하구 퇴적물이 쌓여 생긴 연안사주(모래 섬)로 대규모 주거 단지인 명지오션시티 아래에 있다. 복원은 대마등 한가운데 인공 수로를 파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몸을 숨길 안정적 휴식처를 마련해 철새 유입을 늘리는 것이 목표였다.

의도는 또 완전히 빗겨나갔다. 조성 초반에는 도요·물새류가 찾는 듯했으나, 수로 인근에 수목이 자라 철새의 시야를 차단했다. 그러자 포식자가 접근하는 것을 알 수 없어진 철새들이 오히려 기피하는 장소가 됐다. 요즘에는 유해 야생동물인 민물가마우지가 떼를 지어 다녀 배설물 탓에 아까시나무가 고사하기까지 한다.

1세대 복원 사업이 철저하게 실패했다는 진단도 그래서 나온다. 그나마 을숙도는 1997년 첫 복원 이후 2000년, 2009년 추가 복원과 2017년 이후 5차례에 걸친 서식지 개선으로 시행착오를 줄였다.

낙동강하구에코센터 이원호 박사는 “인공·대체 서식지는 만들기만 해서 끝나는 게 아니다. 수십 년 동안 비용과 인력을 투입한 ‘A/S’가 필수”라며 “자연 훼손을 인위적으로 줄이려는 복원 노력은 어쩔 수 없었지만, 한계가 뚜렷하다는 교훈 역시 낙동강 하구는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고 했다.

▶인터랙티브 페이지 ‘낙동강 하구 0.9℃의 경고’(little-tern.kookje.co.kr)

※이 기사는 부산시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아 취재했습니다.

※제작지원 : BNK금융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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