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토류 전운'에도… 트럼프·시진핑 회담 극적성사 가능성 [경주APEC 카운트다운(하)]

트럼프 "어쨌든 경주 간다" 재확인
"시진핑 만남 어떻게 될지…" 여운
경제 넘어 외교·안보까지 갈등 확산
"즉흥적 對中강경노선 재가동" 비판

【파이낸셜뉴스 뉴욕=이병철 특파원】 미중 정상회담을 불과 2주 앞두고 돌발 변수가 떠올랐다.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라는 초강수를 꺼내들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회담 취소 가능성까지 거론하며 강경 대응에 나섰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경주에는 간다"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 의사를 재확인했다. 양국 간 정상회담 기류가 급속히 냉각된 가운데 막판 극적 성사 가능성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트럼프, 회담 여부는 "지켜보겠다"

트럼프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11월 1일부터 중국산 제품에 100%가 넘는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히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그는 "어쨌든 나는 그 자리(경주)에 있을 예정이므로 회담이 열릴 수도 있다"며 "어떻게 될지 지켜보겠다. 그래서 11월 1일로 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회담 개최 여부를 중국에 넘겨둔 발언으로 해석된다.

이번 발언은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정국 속 '대중 강경 이미지'를 다시 강화하려는 포석으로 읽힌다. 그의 재선 전략이 경제·외교 주도권 회복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만큼 미중 정상회담이 외교 성적표의 시험대가 될 가능성이 크다.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는 첨단산업의 핵심소재를 무기로 한 조치다. 희토류는 인공지능(AI), 반도체, 전기차, 방위산업 등 전략산업의 필수 원료로 중국이 생산의 70%, 정제의 90%, 자석 제조의 93%를 점유하고 있다. 사실상 자원 무기화에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폭탄으로 맞대응하면서 회담 성사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중국이 협상용 이유로 대두를 사지 않아 우리 농민들이 피해를 입고 있다"며 "대두 문제가 주요 논의 의제가 될 것"이라고 적었다. 대선 핵심 지지층인 미국 농민들의 불만이 폭주하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시진핑 주석과의 회담 카드로 대두 문제를 꺼낸 셈이다.

미국은 반도체·AI 산업에서 중국의 기술 굴기를 억제하려는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중국은 이에 맞서 희토류와 배터리 소재 수출 통제를 맞불 카드로 내세웠다. 이번 회담이 단순한 무역협상을 넘어 기술 패권 구도를 결정할 분수령이 될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중국 관영매체들은 "미국이 협상보다 압박을 택한다면 새로운 냉전의 책임은 미국에 있다"며 "중국은 인내하지만 결코 물러서지 않는다"고 보도했다.

■대만까지 튄 헤게모니 싸움

워싱턴 외교가에서는 이번 미중 회담이 경제 딜보다 전략 헤게모니(주도권) 전초전 성격이 짙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헤리엇 레빈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연구원은 "중국은 희토류와 대두를 협상 카드로 삼아 미국의 대만·안보 정책에서 양보를 얻으려 할 것"이라며 "결국 '빅딜'은 중국에만 유리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중국은 미국에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기존 입장을 넘어 '대만 독립에 반대한다'는 문구를 명시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브라이언 하트 CSIS 연구원은 "대만을 협상 카드로 삼는다면 미국의 안보 신뢰가 흔들리고 동맹 결속이 약화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양측이 서로의 핵심 이익을 건드리는 상황에서 회담이 열릴 경우, 단순한 경제 이슈를 넘어 외교·안보전선 전반으로 갈등이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중 강경노선을 재가동하면서 미국 내에서도 전략이 없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스콧 케네디 CSIS 중국경제 석좌는 "트럼프 행정부는 통일된 대중 전략 없이 즉흥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며 "아시아로 향하기 전 명확한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pride@fnnews.com